2011. 1. 28. 07:41

엠카 1위한 승리보다 김보경을 주목하는 이유

이번 주 엠카에서 지난주 컴백했던 승리가 1위를 차지했네요. 물론 뮤뱅의 순위는 워낙 신뢰도가 낮아 공식적인 1위로 인정하기 힘들지요. 공중파 순위 프로그램인 뮤뱅이나 인가에서 동방신기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느냐가 중요할거에요. 이런 승리보다 김보경의 무대가 돋보였던 이유는 뭘까요?

부족하기만 했던 김보경이 돋보인 이유




동방신기가 엠카에 출연한다고 대단한 일이라 이야기했던 게 지난주인데 한 주 지나자 승리가 여유롭게 1위를 해버렸네요. 아무리 순위가 엠카 마음대로라고는 하지만 거대 기획사 위주의 편성이고 출연자 중 1위를 선물하는 엠카의 특성상 어렵게 SM과 관계 개선을 한 상황에서 동방신기가 1주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요.

슈스케 출신이었던 김현지의 무대로 시작한 엠카는 시크릿의 아슬아슬한 MC로 진행되었어요. 고정 MC가 없이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뀌는 상황이다 보니 엠카에서 MC의 자질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듯하지요.

해체를 앞두고 마지막 무대에 선 씨야의 무대는 주목받았어요. 남규리가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호재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 끌기에 실패(?)한 이유는 카라의 위기 상황을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코어 사장 김광수 때문이에요.

자사 가수들을 방치해 더 이상 씨야라는 이름으로 가수라는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해체를 감행해야 할 정도였는데도 무슨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엉망이었던 남녀공학의 철저한 몰락과 적절한 타이밍에 신곡으로 통한 활동을 하지 못해 컴백 효과도 보지 못한 티아라는 자사 사장의 말들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사장에게 반항하면 연예계에 발도 들일 수 없다는 조폭들 같은 경고를 받았으니 참 우울할 듯하네요. 씨야를 위해 마지막 무대를 함께 한 남규리와 함께 한 그녀들의 무대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가 아닐지 모르겠어요.

승리와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박정민의 무대는 여전히 파워풀 했지요. 세심하게 준비해 최고의 무대를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법이지요. 클래식과 댄스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박정민만의 무대는 그이기에 가능한 무대였어요.

승리와 동방신기의 무대 전에 선을 보인 김보경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통기타는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원한 보이스가 멋있게 어우러진 '하루하루'는 무척 듣기 좋았지요.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그녀는 이 무대가 아마도 꿈처럼 생각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힘겨운 어린 시절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노래. 그 노래를 하며 자신의 동생들을 키워야 했던 김보경에게 슈스케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어요.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무대는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이 드러났고 이런 모습들은 충분히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될 것처럼 보여 졌지요.

하지만 다들 알고 계시듯 배신과 이기심의 아이콘이었던 김그림에 의해 그녀는 본선 격인 톱11에 올라서지 못하고 말았어요. 마지막 심층 면접에서 보인 그녀의 눈물은 여전히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에요.

그런 그녀가 슈스케2 톱11에 대한 관심만 넘쳐날 때 조용하게 음원을 공개하며 전문 가수의 삶을 시작했어요. 그녀의 대중들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던 기획사는 여전히 그녀의 가능성에 주목했던 그녀는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며 슈스케2 출신으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주목을 받았어요.

소니뮤직이라는 거대한 레이블 소속이 된 그녀는 그렇게 가수 김보경으로서 첫 앨범을 공개했고 대중들은 그녀의 새로운 출발에 힘차게 박수를 쳐주었어요. 현빈과 아이유, 동방신기, 지디앤탑 등에 의해 견고하기만 했던 음원 차트 1위를 한 김보경은 호평을 받으며 화려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진정한 가수로 대접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선 그녀의 모습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어요. 시선 처리나 몸동작 등이 긴장함을 숨기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그녀는 첫 무대에 대한 긴장을 버리지 못할 뿐이었지요. 하지만 노래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그녀는 그 긴장마저도 충분히 아름답게 보였어요.

슈스케1 출신으로 본선에서도 주목을 받았었던 박세미가 합류한 쥬얼리의 컴백 무대까지 있었던 이번 엠카에서 '슈스케' 출신으로 최고는 역시 김보경이었어요. 쥬얼리의 무대는 새롭다기 보다는 요즘 노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저 트렌디한 모습이었을 뿐이에요. 새롭게 재무장해 등장한 쥬얼리의 무대가 반갑기는 했지만 모든 것을 압도하지는 못해 아쉬었네요.

간만에 엠카를 칭찬해주고 싶었던 것은 이젠 고인이 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을 추모하는 인디밴드들이 모여 그의 곡인 '행운아'를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평생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던 그를 추모하는 노래는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어요. 옥탑 방에서 힘겨운 인디가수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에 감사하고 행복했던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은 쓸쓸하게 죽어갔어요.

죽은 지 며칠이 지난 후에야 지인들에 의해 발견된 그의 죽음은 대한민국 인디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 씁쓸하기만 했지요. 노래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던 이들. 비록 화려한 무대와 그럴 듯한 외모에 집중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환영받고 존경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네요.

동방신기와 엠카 출연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승리의 1위는 이번주 음악방송에서도 과연 승리가 동방신기를 밀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네요. 긴장한 첫 무대를 통해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들어선 김보경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해요. 그녀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한 엠카였어요.

그녀를 주목하는 이유는 거대 아이돌 시장에 노래 하나만으로 그들과 대결해야 하는 여가수의 삶이 결코 쉽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부수적인 모든 것들을 버리고 노래 하나만으로 대중들과 교감하려는 가수들이 김보경의 성공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