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8. 07:19

아이돌육상대회 통편집이 아쉬운 이유

설 연휴 가장 시청률이 좋았던 특집은 <아이돌 스타 육상 수영대회>였어요. 지난 추석 특집에서 의외로 좋은 성과를 얻었던 이 프로그램은 이번 성공으로 '아이돌육상대회'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네요.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분명 있지요.

아이돌육상대회는 무엇을 남겼나?




아이돌 100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는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지요. 더욱 아이돌 팬덤이 왕성한 상황에서 아이돌들을 모아 놓고 체육대회를 한다니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는 없지요. 과거 스타들의 체력을 측정하는 방식의 예능이 엄청난 흥행을 했었던 적이 있어요.

<출발 드림팀>이 바로 아이돌육상대회의 모태가 되는 예능이라고 볼 수 있을 거에요. 기존 육상 방식이 아닌 재미를 위한 형식이 주가 되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이 없으면 두각을 보일 수 없으니 체력적으로 뛰어난 이들이 스타가 되는 재미있는 예능이었어요.

엄청난 흥행과 함께 신드롬까지 몰고 왔던 이 방송은 시즌 2를 진행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 못해요. 한정된 인원이 참여해서 벌이는 단순화된 게임은 많은 만족을 주기는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이를 업그레이드해 확장한 '아이돌육상대회'가 인기를 얻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100명이 넘는 아이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단순화된 육상 경기에서 승패를 가리는 방식은 흥미를 이끌 수밖에는 없지요. 마치 거대한 운동장에서 공연을 하고 팬들이 무리지어 그들을 응원하듯 운동장에서 육상을 하는 자신의 스타들을 보며 응원전을 하는 모습은 아이돌 전성시대 익숙한 방식이에요.

방송국 차원에서는 안정된 시청률이 확보되고 아이돌 입장에서는 방송국과의 유대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이 방식이 서로에게 윈 윈이 될 수밖에는 없을 거에요. 인기 아이돌 그룹에게는 이런 식의 방송에 참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아직 인지도를 넓히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런 행사는 그 어떤 행사보다 중요할 수밖에는 없어요.

소녀시대, 투애니원, 빅뱅, 슈퍼 주니어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들의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이들은 이런 식의 행사는 그저 시간낭비일 수밖에는 없지만 시크릿이나 제국의 아이들 같은 경우 이런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씨스타의 경우 '아이돌육상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일거에요. 육상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보라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두 번째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도 보라는 연속해서 1위를 차지하며 그녀의 건강미를 돋보였어요.

문제는 씨스타나 제국의 아이들이 출전했던 육상 릴레이가 통 편집이 되었다는 점이지요. 만약 SM이나 JYP 소속 가수들이 우승했다면 과연 통 편집이 되었을까 란 의문은 누구나 했을 거에요. 그게 사실이니 말이지요.

만약 거대 기획사 소속 아이돌들이 우승했다면 이는 절대 편집될 수 없는 일일 거에요. 거대한 팬덤이 우선 먼저 들고 일어났을 것이고 소속사에서도 문제재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지요. 중요한 것은 방송사에서 먼저 편집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테니 그런 일은 생각도 할 이유가 없지요.


"방송 분량이 너무 많아 2회가 아닌 3회 편성까지 제안했으나 무산됐다. 70분짜리 2회에 나눠 방송하기에는 경기 내용이 너무 많았다. 불가피하게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
"인기순 편집이라니 결코 사실이 아니다. 계주 경기의 경우 전체 팀이 참여하지 않았고, 경기 내용이나 결과도 50m 달리기와 겹쳐 부득이하게 편집하게 됐다. 나 역시 안타깝고, 제국의 아이들이나 씨스타 멤버들에게도 미안하다"


방송을 담당했던 김유곤 피디의 어설픈 변명은 더욱 아쉽기만 하네요. 담아낼 수 있는 분량이 한정되어 어쩔 수 없이 편집되어야만 했다는 변명은 그저 변명일 뿐이지요.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사전 인터뷰에서도 철저하게 유명 아이돌 스타 위주로만 편성되었고 그 마저도 편집이 엉성해 보기 안 좋았어요.

방송 내용 역시 충분히 축약을 한다거나 유사한 상황들을 걸러내며 모든 이들의 활약을 담아낼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변명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행동은 우습기만 하네요.

계주의 특성상 전체 팀이 참여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도 엄연히 진행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짧게 등장하지도 않고 통 편집을 당했다는 것은 우승자가 씨스타나 제국의 아이들이 아니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일 거에요.

어느새 거대 아이돌 제작사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어버린 방송국 피디들로서는 그들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삼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아직 인지도가 넓지 않은 아이돌들 정도는 충분히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편집으로 드러났다고 보이네요.

2011년 대구육상대회를 기념하고 아이돌들이 대거 참여해 벌이는 건전한 방식의 예능은 환영받을 만 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거대 아이돌에 편향된 방식의 방송이라면 그저 거대 아이돌 기획사 아이돌들과 그 외라는 형식의 들러리 방송이 될 수밖에는 없을 거에요.

육상대회는 스포츠에요. 스포츠가 아무리 타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순수한 열정이 남아 있는 대회마저 이런 식으로 타락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그들이 진정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이었다면 그들은 이미 뼈속 깊은 곳까지 철저하게 거대한 힘의 논리에 순응하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네요.

우승자마저 유명하지 않고 이는 곧 시청률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로 통 편집을 당한다면 유명한 아이돌 스타들이 육상 대회마저 모두 싹쓸이를 해야 속이 시원하고 멋진 방송이 될 수가 있겠군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위해 충실하게 대회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결과적으로 힘의 논리만 강하게 심어준 대회일 수밖에는 없네요.

대회 선서까지 한 아이유는 그저 얼굴 마담으로 잠깐 등장하고 게임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경기는 엉성함만큼이나 불만족스러운 편견 덩어리만 남겨준 대회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