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0:26

박재범 지상파 출연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이유

JYP와의 논란으로 강제 탈퇴를 당했던 박재범과 싸이더스와 계약을 맺은 이후 공중파 나들이를 하게 되었네요. 2PM으로 활동한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공중파 활동이 시작된 그를 보면서 한없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이유는 거대 기획사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지요.

거대 기획사들의 횡포만 증면한 사건




박재범의 지상파 출연이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은 거대 기획사에 의해 완벽하게 활동이 정지된 한 연예인이 기적적으로 그것도 제법 단 기간에 자신의 위치를 되찾았다는 점 일거에요. 이는 기형적인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는 거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 될 수밖에는 없지요.

현재도 JYJ가 SM과의 분쟁으로 여전히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출연마저 힘든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대단하게 드러나지요. 법원에서 JYJ의 손을 들어줘도 거대한 힘으로 법위에 군림하는 거대 기획사의 횡포를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재범은 하나의 해법을 제시해주었어요.

지난 연말과 올 초에도 박재범의 소속사인 싸이더스와 과거 소속사였던 JYP간의 날 선 비난전이 진행되기도 했었죠. 사장들 간의 트위터 전쟁은 박재범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했어요. 박재범의 공중파 활동을 막기 위해 JYP 소속 연예인을 볼모로 세우며 출연은 곧 방송 출연 거부로 이어질 것이라는 엄포는 주요했지요.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돌들이 소속된 거대 기획사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지요. 유명 배우들이 소속된 싸이더스가 아이돌들이 소속된 JYP에 밀리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에서의 아이돌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알게 해주었어요.

이런 논쟁이 오가며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그들은 해법을 찾은 듯해요. 물론 물밑 작업을 통해 대외적인 모습을 취하면 모든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그렇게 뜬금없이 박재범은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팬클럽에 JYP와 박진영에 대한 공개 사과를 했어요. 이 사과는 당장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지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더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는 것부터 배신자라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던 그가 받은 것은 공중파를 비롯한 활동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JYP의 다짐이었지요.

박재범의 사과 거래는 곧 이어 JYP가 사과를 받아들이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거대 기획사들에 의해 움직이는 관련 단체들이 공중파 등에 그에게 가해졌던 출연 거부를 거둬들이며 사실상 박재범이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어요. 

이런 과정을 보면 박재범은 JYP에서 쫓겨나야만 할 이유가 되는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없었고 그가 굳이 이런 식의 사과를 할 일도 아니었음이 분명해진 듯해요. JYP의 박진영이 만들어 낸 퇴출 작전에 박재범을 사랑하는 팬들이 반박하고 이를 통해 다시 그가 연예계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상상도 못했던 반발에 시달려야만 했던 JYP로서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이지요.

그렇게 어렵게 찾은 공중파 첫 출연은 KBS 2 <연예가 중계>에서 게릴라 데이트를 통해 이뤄진다고 하네요. 이 자리에서 과거 이야기를 다시 꺼내거나 할 가능성은 적어보이지요. '해피투게더'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과정과 4월 발매 예정인 자신의 앨범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박재범이 2PM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고 전혀 나쁜 감정이 없다. 하지만 매번 자극적으로 내용이 다뤄져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한다. 아직 어떤 내용으로 촬영될 지 전해듣지 못해 뭐라 답하기 힘들다"
"워낙 긍정적인 친구라 방송 출연 제재가 있을 때도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왔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촬영은 팬들과 직접 만나는 방송이라는 다소 들떠있는 눈치다"


그의 소속사인 싸이더스 측에서도 방송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고 하지만 다시 한 번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이유는 없을 듯하지요. 박재범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과정이 거대 기획사에게 나쁜 명분만 만들어준 것은 아닌가란 생각도 드네요.

잘못 없이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SM이라는 거대 아이돌 기획사에 의해 방송 활동이 막혀 있는 JYJ의 경우 법적인 승리가 곧 방송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폭 같은 거대 기획사와의 거래를 통하지 않으면 방송 활동이 안 된다는 확증만 심어주는 것이 되기도 하니 말이에요.

박재범의 1년 6개월 만의 방송 활동을 환영하지만 여전히 거대 기획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힘의 논리는 씁쓸하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