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4. 10:33

빅뱅마저 압도한 아이유 잔혹동화 최고였다

돌아온 빅뱅의 파괴력은 역시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최고이네요. 음원 차트와 음반, 음악 프로그램까지 올 킬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예견되었고 그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모습 역시 팬들을 만족시키고도 남을 정도지요. 하지만 오늘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만큼은 아이유에게 그 화려함을 양보해야만 할 듯해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아이유의 환상적인 잔혹동화




KBS의 뮤직뱅크와 알력 싸움으로 인해 문제들이 노출되며 쉽지 않은 행보를 걷기는 했지만 빅뱅의 인기는 언제 수그러들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무풍지대네요. 현재로서는 그들과 대적할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기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그들의 인기는 꺽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난주에 이어 공중파 순위 프로그램인 뮤직뱅크와 인기가요에서 2회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빅뱅의 1위 독식은 한 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네요. 빅뱅의 음악들이 그러했듯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인 이 음악은 가장 빅뱅답다는 '투나잇'에서 그대로 전해지며 2년 3개월 만에 함께 한 빅뱅을 다시 한 번 최고로 이끌고 있어요.

빅뱅의 무대 퍼포먼스중 화제가 되고 있는 기타 파괴하기는 국내 음악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이지요. 물론 오래 전부터 락 밴드들이 기타를 물어뜯고 불을 지르고 파괴하는 행위들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승화시키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무척이나 보수적인 국내 음악 방송에서 이런 파격을 선보이는 것은 빅뱅이기에 가능한 일일 거에요.

철저하게 계산된 무대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 음율 뒤에 기타가 파괴되며 마지막으로 치닫는 구성은 역시 빅뱅이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단순히 음악만 좋은 게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세련된 무대는 빅뱅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뮤티즌 송을 2주 연속 수상하고 소감을 이야기하며 태양이 일본 지진을 언급하며 그들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진심어린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었죠.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들이지만 오늘 만큼은 빅뱅도 대세 아이유에게 그 자리를 잠시 양보해야만 했어요. 지난해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왔던 아이유가 자신의 앨범 활동을 마무리하는 무대로 선택한 '잔혹동화'는 환상 그 자체였어요.

유명 작사가인 김이나 작가가 이야기를 했듯 동화 다섯 가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갔듯 아이유의 처음이자 마지막 '잔혹동화' 무대는 아이유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환상적인 무대의 결정판이었어요. 아이유를 완벽한 스타로 만들어 주었던 '리얼'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좋은 날'이 풍성한 소리와 함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구성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었어요.

여리고 귀여운 아이유를 가장 돋보이게 만들었던 '좋은 날'무대는 현재의 '대세 아이유'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던 것은 분명하지요. 밝고 경쾌하면서도 매력이 물씬 풍겼던 아이유는 '리얼 플러스' 앨범을 통해 음악적 변신을 시도했고 이 역시 멋지게 성공했어요.

'좋은 날'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가 있는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절대 강자 윤상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인만큼 윤상의 스타일이 진하게 담겨있었지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아이유는 '좋은 날'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곡 소화력이 뛰어난 가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 주었어요.

상반된 곡을 소화하며 가수로서 아이유의 능력은 충분히 높아졌지만 격하게 다른 노래로 인해 많은 이들은 그녀의 변화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요. 영원히 귀엽고 앙증맞은 소녀 같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혹은 가지기를 바랐던 팬들에게 윤상의 마이너 발라드의 진수는 슬픈 여인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해주었어요.

아이유에게는 흥미롭고 발전적인 음악적 도전이었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자신의 로망이 빼앗긴 듯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이런 변화는 그녀가 방송 활동을 마무리하며 선보인 '잔혹동화'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었어요.

윤상의 발라드와는 달리 왈츠 풍의 이 곡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지요. 제목만큼이나 웅장하며 침울한 듯한 곡조 속에 아이유 특유의 음성은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뤄내며 또 다른 걸작으로 다가왔지요. 방송에서 이 곡을 못 듣는 것이 아쉽기만 했는데 벌써 앨범 활동을 마무리 하며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으로 이 곡을 무대에 올린 아이유가 야속할 정도로 '잔혹동화' 무대는 최고였어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패러디 한 도입부와 무용수의 독주가 끝난 후 거대한 문이 열리며 등장한 아이유의 모습은 그 동안 봐왔던 그녀와는 또 다른 변신이었어요. 기본 블랙에 레드가 포인트로 가미된 의상에 왈츠 풍의 리듬에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하는 듯한 퍼포먼스는 국내 음악 방송의 완성도를 한껏 올려놓은 성과였어요.

토끼 탈을 쓴 무용수들과 조니 뎁이 연기했던 모자장수가 등장한 무대는 다섯 가지 동화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듯했어요. 잔혹한 엘리스가 된 아이유가 그들을 지휘하기도 하고 모자장수와 왈츠를 추기도 하는 등 그녀가 그들과 함께 보여준 무대는 뮤지컬을 방불케 할 정도로 풍성했어요. 감정 연기가 뛰어난 아이유의 표정 연기 역시 '잔혹동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지요.

이 멋진 무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잠시 활동을 멈춘다는 사실이 잔혹할 정도로 아이유가 보여준 '잔혹동화' 무대는 국내 가요 프로그램을 아이유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며 매력적이었어요.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재충전해 보다 발전된 가수 아이유로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