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0. 10:02

뮤뱅 15위 차지한 이소라는 왜 흥미로운가?

이번 주 뮤직뱅크 순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빅뱅의 3주 연속 1위보다 갑자기 15위에 랭크된 이소라였어요. 그녀의 노래 '바람이 분다'가 순위에 올라선 이유는 아시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시듯 <나는 가수다>의 영향이었지요.

나는 가수다가 뮤뱅을 흔들었다




최고의 가수 일곱 명이 한 무대에서 서서 누군가는 매번 한 명씩 떨어져야만 한다는 서바이벌은 논란이 많아요. 대단한 가수들을 모아 놓고 과연 누군가를 떨어트리는 방식이 현명한 것이냐는 의견들이 있기도 해요. 문제는 같은 가수들을 출연시켜 방송 분량을 뽑아내는데 한계가 있기에 그들을 교체할 명분으로 투표를 선택했다는 것은 비정한 방송의 한 단면일 뿐이지요. 


한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던 이소라가 메인 MC와 출연 가수로 동시에 참가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은둔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활동 시기가 아니면 오로지 집에서만 칩거하는 그녀가 무대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히트 곡 중 하나인 '바람이 분다'를 나지막하지만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열창하는 모습은 <나는 가수다>의 하이라이트였어요.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에 듣는 이들의 감성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녀의 노래는 실제 방청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격정적으로 감정을 토로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어요. 다른 이들의 모습들도 좋았지만 시작과 함께 베일에 쌓여있던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한 번에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첫 날 정엽이 방청객 투표에서 꼴찌를 하고 중간 점검 형식의 가수들 투표에서는 1위를 하는 등 혼전 양상을 보이는 <나는 가수다>는 오늘 방송분에서 첫 탈락자를 낸다고 하네요. 순위 프로그램도 아니면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정말 합당한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지만 무서울 정도의 경쟁 사회에서 그들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는 생존 방식은 흥미롭기도 해요.

많은 이들이 예상하기도 했지만 일곱 명의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곡들을 음원 공개한다는 발표가 있었어요.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한 이 곡들은 중간 평가에서 공개되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어요.  

김범수는 '그대 모습은 장미', 정엽은 '짝사랑', 김건모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 박정현 '비오는 날의 수채화', 백지영 '무시로', 이소라 '너에게로 또 다시', 윤도현은 '나 항상 그대를'로 정해진 그들의 도전 곡들은 흥미를 배가시킬 수밖에는 없었어요.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준 이들이 과연 기존 가수들의 히트 곡들을 어떤 식으로 편곡해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지요. 그들만의 중간 평가에서 보여준 맛보기용 곡은 왜 그들이 최고라고 불리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지요. 편곡이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를 몸소 보여주듯 탁월한 편곡 실력과 함께 소화력은 우리 시대 가수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칩거를 좋아하는 이소라만이 중간 평가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본 무대에 올라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를 이소라 버전으로 부르는 장면은 첫 회 '바람이 분다'를 부르는 장면의 감동 이상의 감격을 선사했어요. 소름 끼치도록 매력적인 이소라의 노래 부르는 장면은 당연히 방송 끝나자마자 화제가 되었지요.

원곡자인 변진섭 역시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이소라로 인해 이번 주 다른 도전자들의 대결은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게 되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KBS에서 진행하는 뮤직뱅크 순위에 15위로 새롭게 올라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상징적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여전히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방송이기는 하지만 가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그들의 탁월한 가창력은 아이돌 가수 위주의 가요계를 새롭게 재편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와 같았으니 말이에요. 획일화된 문화가 아니라 아이돌과 다른 취향의 가수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은 이소라가 전해주고 있는 듯해서 특별하게 다가왔네요.

과연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10위 안에 입성해 그녀가 뮤뱅에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뮤뱅이 아니라면 음중에라도 출연해 다시 한 번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