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8. 07:05

나가수 아름다운 퇴장 선택한 정엽, 아름답지만 씁쓸하다

파격에 이은 파문으로 얼룩졌던 <나는 가수다>는 오늘 방송된 것을 포함해 4회 방송이 되고 잠정적인 휴지기를 가지게 되었네요. 결과적으로 첫 번째 탈락자는 정엽이 되었어요. 나름 혼신을 다해 자신의 도전과제에 최선을 다했던 정엽. 그의 탈락은 김건모의 탈락보다는 가벼운 것인가요?

누구에게나 탈락은 힘겹고 아쉬운 것이다




"첫 번째 탈락이라... 김건모가 일찍 탈락하는 게 아쉬워서.."등등 방송 파문이 나고 나서 제작진이나 함께 했던 일부 가수들의 이야기는 씁쓸하기만 하지요. 누군가는 다른 이를 위해 자리를 비워져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는 떨어져서는 안 되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취급받을 수 있느냐 에요.

 

과연 김건모가 떨어지는 것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고 정엽이 떨어지는 것은 안쓰럽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인가요? 누구든 다른 이를 위해 자리를 빌어줘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에요. 

더욱 제작진 스스로 '서바이벌'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탈락자가 필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요. 마치 밀약이라 맺듯 가수들과는 재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눠놓고도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 역시 배신일 수밖에는 없지요.

철저하게 성공을 위해 시청자들을 '서바이벌'이라는 먹이를 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서는 탈락자를 요구한다며 시청자들을 탓하는 적반하장은 황당할 수밖에는 없어요. <나는 가수다>를 보면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일곱 명의 가수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무대를 행복해하고 봤어요.

재미와 흥미를 위해서 '서바이벌'이라는 틀을 갖추고 이를 통해 다양한 가수들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지를 믿고 응원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탈락자 정엽은 과연 무슨 죄일까요? 과연 정엽이 탈락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뭐일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500인의 관객들이 평가를 해서 떨어트릴 수 있는 가수가 김건모는 안 되지만 정엽은 수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나요. 정엽에게도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원칙이 틀어지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되게 혼난 상황에서 그럼 나도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재도전'을 할 게요"라고 할 수 있는 가수는 아무도 없을 거에요.

여론은 이미 김건모의 무대와는 상관없이 그를 다시 탈락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안 룰렛'을 하듯, 누군가 하나는 탈락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힘겨운 일이 될 수밖에는 없지요.

힘겹게 청중 평가단에 의해 내려진 결과를, 단순히 그렇게 쉽게 평가받을 가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번복을 하는 행위는 이미 가수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무대와는 상관없는 신뢰의 문제로 다가올 뿐이지요. 특집으로 방송된 오늘 방송에서 일곱 명의 가수들이 각자 다른 참가자들의 대표 곡을 편곡해 불렀는데 과연 누가 1위이고 7위라고 당당하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그저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는 일이지요. 이번 논란의 모든 책임은 당연히 제작진들의 몫일 수밖에는 없어요. 시작 전부터 재기되어왔던 문제들이 첫 번째 탈락자에서 터져 나오며 좌초해버린 이 모든 문제는 가수들이나 시청자들의 잘못이 아닌, 제작진들의 책임일 수밖에는 없지요.

<나는 가수다>로 인해 정엽이 받을 충격과 상처는 어떨까요? 담담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긍한다고 해도 자신감과 자신만의 음악적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수들에게는 심한 내상이 생길 수밖에는 없는 일이지요. 최소한 이 프로그램의 무대 위에 올라선 일곱 명의 가수들이 자타 공인 최고의 대중 가수들이에요.

그만큼 그들에게는 자신이 지키고 싶은 자신만의 스타일과 가수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것인데 김건모에게는 그것이 존중되고 다른 가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김건모에게는 구원의 방송이 되었지만 7위가 된 정엽에게는 맞이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뒤 늦게 감내해도 좋을 상황을 가장 집중되는 최악의 순간에 맞아야 한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네요. 

출연을 준비하다 편집되어 한 번도 등장하지 못했던 김연우는 이번 사태를 통해 완전히 소외된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그나마 그에게는 새롭게 시작될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었지만 논란 속에 멍애만 뒤집어 쓴 정엽은 누가 구원해 줄 건가요?

가수들 스스로도 이야기를 하고 제작진도 강변했고, 시청자들 역시 말이 안 된다는 순위 선정이 과연 어떤 식으로 불신 없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순위 제도 자체를 흥겹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완전히 사라져 버린 <나는 가수다>에 절망적인 7위만이 존재할 뿐이네요.

시작부터 정엽에게 주어진 7위라는 상처가 가장 최악의 순간까지 그에게 따라 다녔다는 사실이 마음에 큰 상처로 남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요. 그는 누가 뭐라 해도 대단한 가수이고 대한민국 최고 가수 중 하나이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