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8. 12:37

1박2일 이승기는 엄태웅을 경계하고 있나?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하자마자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네요. 신드롬이라는 설명이 적합할 정도로 엄태웅의 정착은 화제가 될 정도에요. 이런 상황에서 돋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허당 이승기인데요. 비슷한 이미지에 강력한 경쟁자가 되어버린 허당과 무당의 대결은 <1박2일>의 새로운 재미가 되었네요.

허당 이승기와 무당 엄태웅 새로운 조합이 흥미롭다




위기에서 힘겹게 빠져나온 <1박2일>은 엄태웅의 가세로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어요. 절대강자 이승기의 하차가 논란이 되며 한 동안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던 그들에게는 이승기의 잔류에 이어 복덩이 엄태웅의 등장으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형국이에요.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엄태웅은 허당과에 속하는 듯하지만 은근히 할 일은 다하는 스타일이에요. 등장과 함께 단기간 숙성 코스로 <1박2일> 따라잡기를 하던 엄태웅의 모습은 어눌하고 사람좋은 미소만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이런 엄태웅을 보면서 멤버들이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했지요.

홀로 낙오가 되어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해야만 하는 미션에서 엄태웅의 <1박2일> 생존력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훈훈한 미소를 버리지 않고 승부욕까지 보인 그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기에 부족함이 없었지요.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익숙해진 형식에 나른해지기도 했던 멤버들에게 엄태웅의 모습은 자극이 될 수밖에는 없었을 듯해요. 첫 녹화를 하면서 이승기가 엄태웅에게 자신의 캐릭터와 비슷한 '무당'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허당이라는 뜻의 이 별명은 엄태웅이 시간 안에 그들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당연해 보였어요.

사람 좋은 미소만 날릴 뿐 좀처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에게 '무당'만한 별명은 없어보였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극적으로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엄태웅을 바라보며 멤버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허당을 뛰어넘는 무당이 아니라 새로운 종족의 탄생을 눈치 챘다고 볼 수 있어요.

첫 녹화를 부산스럽지만 안정적으로 마친 엄태웅의 진가는 <1박2일>이 그토록 원했던 울릉도에 가면서 더욱 확고해졌어요. 힘에 관한한 강호동을 넘어섰고 승부욕은 이승기를 넘어서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지략이나 엉뚱함은 은지원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여서 많은 이들이 놀랄 수밖에는 없었지요.


곰 인형을 지켜야만 하는 그들의 배달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결국 승자가 되는 과정을 보면 엄태웅의 승부욕과 힘과 근성을 볼 수 있었지요. 여기에 시종일관 '호동빠'를 자처하며 강호동을 따르던 그가 잠자리를 함께 할 멤버를 강호동이 아닌 이수근을 선택하며 반전까지 보여주었어요.

시작과 함께 이수근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엄태웅은 자신의 존경심과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약속을 지키는 인물임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엄태웅의 존재감을 높여주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힘이면 힘, 지략이면 지략 뒤지지 않고 수행해내는 엄태웅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캐릭터임이 분명했어요.

3년이 넘어서며 나름대로 적응과 활용을 익힌 이승기로서는 엄태웅의 존재가 특별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어요. 한치를 가지고 요리 대결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못한다는 편견을 받는 게 아쉽다"며 만능 승기임을 알리려던 그는 결과적으로 2위를 차지하며 구멍이라고 평가되던 음식 도전에도 성공하며 만능임을 입증해냈어요.

비유하자면 <1박2일>에서 강호동은 왕이라 부를 수도 있어요. 그런 왕의 남자는 지금까지 이승기였지요. 이승기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여 왔던 강호동은 <강심장>에서 투MC로 활약하며 이승기의 예능에 날개를 달아 주었지요.

그런 왕의 남자가 위기에 빠졌으니 이는 다름 아닌 새로 들어온 엄태웅이었어요. 이수근에 의해 '호동빠'임이 들통 나더니, 이젠 노골적으로 '호동 사랑'을 외치고 있으니 말이에요. 부끄럽게 고백하듯 "방송 촬영을 하다 보니 형이 다 옳은 거 같아요"라며 '호동빠'임을 스스로 입증했어요.
강호동으로서도 뭐든 열심히 하면서 근성을 보이고 순한 이미지에 강렬함까지 갖춘 엄태웅이 싫을 리가 없지요. 마치 이승기라는 부인을 두고 바람피우는 왕처럼 엄태웅을 첩으로 들여 왕비로 격상시키려는 듯 보이기도 해요. 물론 왕으로 비유를 해서 풀어냈기에 오해는 하지 않기를 바라구요.

강호동을 중심으로 이승기와 엄태웅이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며 비슷한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느냐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과제로 남겨졌어요. 절대 왕자였던 이승기에게 만만찮은 엄포스가 도전을 하기 시작했어요. 강호동의 존재감은 누군가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그 날개를 끊어버리게도 하는 힘이 있어요. 그런 그가 누구를 주목하느냐에 따라 <1박2일> 내에서의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엄포스의 도발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지요.

이승기로서는 행복한 경계를 할 수 있어 기분 좋을 듯해요. 이승기라는 탁월한 존재가 그동안은 자신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었는데 유사한 분위기의 엄태웅이 들어와 맹활약하는 모습은 승기에게도 새로운 도전의식을 부여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죠.

이승기와 엄태웅,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강한 이들의 조합은 <1박2일>을 새로운 전성기로 이끌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네요. 앞으로도 이 둘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아름다운 경쟁(OB와 YB)을 펼칠지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