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 19:47

박현진 심경? 왜 그녀만 공개되어야 하는가?

장자연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논란이 시작되었던 연예인 술 접대가 다시 논란이 되었어요. 전 국회의장 아들이자 재벌가 사위이기도 하며 서울대 교수이기도 한 문제의 남자의 술 접대에 여자 영화배우가 있었다는 소식은 논란이 될 수밖에는 없었어요.

박현진은 존재하는데 그 남자는 왜 모씨인가?




영화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든 개인적인 정보들이 공개되어도 상관없는 것인가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미스러운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음에도 그녀가 보호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인가요? 인도국제영화제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문제를 두고 커넥션이 오가는 과정에 술 접대 부분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이 문제는 왜곡되기 시작했어요.

 

사건의 발단은 공연기획자 옥모씨가 전 국무총리 아들이자 현직 서울대 교수 노모씨를 사기 및 협박혐의로 고소하면서 부터에요. 2010년 인도국제영화제 국내 유치를 목적으로 현 정권 실세를 통해 100억 원을 지원받게 해주겠다며 수억 원에 달하는 접대를 받았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에요.

 

이 사실을 보도하던 KBS 뉴스9에서는 노교수가 룸살롱에서 영화배우 박씨의 술 접대를 받고 향응 대가로 500만원을 건넸다는 내용이었어요. 뉴스 보도가 나가며 대중들이 주목했던 것은 부적절한 관계를 통한 청탁 문제가 아니라 영화배우는 과연 누구일까?였어요.

뉴스 보도가 나가자마자 많은 이들은 이미 그 여배우가 박현진임을 알아냈고 상대 노교수가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지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의 이름과 얼굴은 철저하게 감춰지면서 여배우인 박현진은 얼굴뿐 아니라 모든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며 마녀사냥을 당하기까지 했어요.

그런 그녀가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어요.

"당시 나는 소속사가 없이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여자 사장님이라는 말에 만나 보기로 마음먹고 약속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그 곳이 술자리였고, 옥 회장님을 비롯해 몇몇 분이 더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옥 회장님과 인도영화제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내게 '만나서 반갑다. 이 자리에서 편안하게 있다가 가면 된다'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분들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A씨를 교수라 불렀고, 그래서 나는 그분의 직업이 교수인지 알았다. 그분(A씨)을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과 대화하는 분위기였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받은 뒤에 확인하니 100만원 정도의 돈이었다.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었다. 옥 회장님이 '조만간 만나서 구체적으로 인도영화제 홍보대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전후 상황을 보면 그녀는 의도와 상관없이 술자리에 불려가게 된 것이고, 이 상황에서 술 접대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기도 힘든 일이었다고 토로하고 있어요. 문제의 술 접대비라고 이야기되는 비용은 500만원이 아닌 100만원을 돌아가는 길에 받았고 돌려주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네요.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은 건넨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부분일거에요. 100만원이라는 금액 자체도 적은 비용은 아닌데 왜 돌려주지 않았을까 라는 의구심은 그녀에게도 화살이 일부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핵심은 그녀가 의도성을 가지고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소속사가 없었던 그녀가 옥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가 술집이었다는 사실이 문제였어요. 그 자리에 100억 이라는 엄청난 행사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나교수가 함께 했고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는 술 접대 자리일 수밖에는 없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겠지요.  

문제는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국가 예산을 지원받으려 한 옥대표에게 있고 이를 이용해 억대의 뇌물을 받은 나교수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해요. 전형적인 권력에 기생하려는 범죄일 뿐이에요. 그런 범죄 상황에 직접 이해 당사자들인 옥대표와 나교수는 뒤에 숨은 채 여배우만 전면에 내세워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녀가 독이 든 돈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거대한 권력형 비리와 사기행각이 희석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거에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여배우의 이름과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겠지만 공연기획사 옥대표와 서울대 나교수는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겠지요.


언론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게 공개하는 모습은 문제가 아닐 수 없네요. 우리가 분노하고 모든 이들이 질타를 해야 할 부분은 뇌물로 엄청난 국가 자금을 받으려 한 옥대표와 이를 통해 향응과 억대의 뇌물을 받은 서울대 교수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