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3. 14:18

김은정 탈락을 나가수 김건모와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

대중가수들이 오페라에 도전하는 색다른 체험을 담은 <오페라스타>가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어요.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 쥬얼리의 멤버인 김은정이 탈락했지요. 여덟 명의 가수들이 도전한 오페라 부르기에서 객관적으로 월등하게 떨어지는 실력은 탈락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어요. 이를 김건모 탈락과 재도전을 빗대어 이야기 하는 것은 김은정을 두 번 죽이는 일과 다름없을 뿐이네요.

오스타 김은정과 나가수 김건모, 다른 포맷 비교는 위험하다




탈락이라는 제도 내에서 이를 수용하는 이와 '재도전'이라는 카드를 써서 논란을 만든 것은 분명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어요. 원칙적으로 이를 수용한 이가 거부한 이와 달리 환영받고 칭찬받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김건모가 서바이벌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될수록 동네북처럼 비교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 되어버렸어요.

'오페라스타'는 영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팝스타의 오페라 도전기를 그대로 들여와 한국적인 특색으로 만들어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인지 파격에 가까운 출연자들은 무척 흥미롭지요. 출연진을 보면, '신해철, 테이, 임정희, JK 김동욱, 김창렬, 선데이, 문희옥, 김은정' 락부터 트로트까지 대중가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장르별 가수들이 참여했어요.

이런 전혀 다른 창법을 가지고 활동하는 가수들이 오페라 아리아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재미를 이끌 수밖에 없는 요소로 다가왔어요.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리아를 대중 스타들을 통해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 역시 공감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얻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상업성과 ARS 투표에 대한 독려 등이 무한 반복하듯 등장하며 아리아에 대한 감흥보다는 ARS와 진행자였던 이하늬의 파격 드레스만이 기억될 정도였어요. 더욱 선택된 아리아 역시 첫 회라는 부담감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곡들로만 채워졌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제작진들로서는 첫 회부터 낯선 아리아로 주제를 담을 수는 없었을 테고 익숙한 멜로디를 통해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밖에는 없었을 듯하지요. 시청자들 역시 낯설고 어려운 곡을 부르는 가수들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오페라'를 알리겠다는 취지는 조금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탈락자는 너무 쉽게 가려졌어요. 선데이와 김은정은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봐도 너무 떨어지는 가창력과 가사 전달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지요. 둘 중 누가 떨어지든 문제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옥에 티가 될 정도로 아쉽게 다가왔어요.

둘 모두 걸 그룹 출신이지요. 선데이는 걸 그룹 활동을 멈추고 뮤지컬에 전념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걸 그룹으로 분류하는 게 합리적 일거에요.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걸 그룹 출신들의 너무 극단적인 실력은 오히려 편견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분명 걸 그룹 중에서도 노래 잘하는 보컬들은 존재하는데 이 둘은 그런 범주에 들어서는 이들은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관객들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임정희의 1위는 당연했어요. 짧은 아리아를 불렀지만 마치 오페라 가수처럼 완벽하게 곡을 소화해낸 임정희는 정말 노래 잘 하는 가수였어요. 테이 역시 그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멋진 곡 선택과 완벽한 구현은 '오페라스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했어요.

신해철의 키스 세레모니가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락과 오페라의 결합이라는 원본에 걸 맞는 그의 도전 역시 흥미로웠어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하지만 너무나 멋졌던 '그라나다'를 신해철답게 불렀다는 것이 중요했고 주요했지요.

'오스타'와 '나가수'는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는 포맷을 가진 방송이에요. 개인적으로 '나가수'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무대들을 사랑하지만 형식 자체는 '오스타'가 더욱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기존에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던 가수들이 전혀 생경한 오페라에 도전한다는 발상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에요.

그렇기에 그들의 도전과 탈락은 다를 수밖에는 없었어요. 자타 공인 최고 가수 일곱 명을 모아 놓고 누군가는 탈락을 해야 한다는 상황은 잔인할 수밖에는 없어요. 하지만 '오스타'에서 탈락은 '나가수'의 탈락과는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을 정도에요.

자신의 분야가 아닌 전혀 다른 장르에 도전해 탈락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아쉽게 다가오겠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지요. 그저 나이차이나 가수 연륜의 차이가 아닌, 장르가 전혀 다른 도전은 그들을 전혀 다른 결과로 몰아갈 뿐이에요.

'나가수'가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순 비교대상이 될 수가 없는 이들을 모아 놓고 누군가를 탈락시킨다는 발상자체가 문제였어요. 평가단 500인의 결과를 가볍게 받아들이면 가벼운 경연장이 되었겠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참가자들과 제작진들로 인해 모든 문제가 불거졌지만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이들을 비교하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가 되었어요.

이에 비해 '오스타'는 전혀 다른 장르의 가수들이 '오페라'라는 발성부터가 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나가수'와는 전혀 달랐어요. 그들에게 탈락은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아닌 당연한 수순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게 만들었지요. 물론 같은 가수라는 입장에서 누군가는 오페라를 쉽게 받아들여 환호를 받고 누군가는 탈락해야만 한다는 사실 자체가 힘겨움으로 다가오기는 하겠지만 그 무게감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는 없지요.

단순히 김건모와 김은정이기에 비교 대상이 안 된다가 아니라 김건모와 신해철이 되어도 이는 비교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낯선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은 도전 자체가 환영받을 수 있는 일이기에 탈락 역시 받아들이기 쉬운 그리고 박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장르에서 비슷한 이들끼리 우열을 가리듯 누군가를 탈락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누군가 탈락자가 된다는 것은 섬뜩한 일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실력은 부족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준비 기간 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김은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김은정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기에 그녀의 탈락은 아름다울 수 있었어요. 그런 탈락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이를 김건모의 탈락과 억지로 비교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일 뿐이에요.

'나가수'나 '오스타'는 각각의 장점이 있는 서바이벌이에요. 벌써부터 다음주 '오페라 아리아'는 어떤 곡이 될지, 과연 음정희가 다시 한 번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트로트 가수인 문희옥이 일반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보여준 감동이 다음 주에도 계속될지가 궁금하고 기대될 정도에요.

'오스타'가 가지는 신선한 자극은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를 극대화하지만 단순히 '서바이벌'이라는 형식만을 가지고 단순 비교할 문제는 아니기에, 탈락자였던 김건모와 김은정은 각각의 평가로 봐야 할 거에요. 중요한 것은 탈락이라는 것은 재미를 위한 형식일 뿐 도전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