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3. 16:05

오캬 방콕시티 선정성논란이 아쉬운 이유

오렌지 캬라멜이 컴백하자마자 선정성 논란으로 연일 화제네요.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시스루룩이 논란이 되었어요. 옷을 다 입어도 율동이 선정적이어 문제라는 이유는 황당하기도 하지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오캬의 컴백이 아쉬운 건 다른데 있어요.

오렌지 캬라멜에게 필요한 것은 노래여야 한다




오캬는 정말 독특한 캐릭터에요. 좀처럼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존재감으로 등장해 가요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민망할 정도의 단순함이 한없이 매력적이라는 것이지요. 오글거리는 가사와 단순한 리듬 중독성 강한 안무는 오캬를 규정하는 상징이기도 해요.

 

많은 이들이 오캬의 신곡에 신랄한 비판을 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안무를 따라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캬의 힘이었어요. 이런 것도 노래냐고 비난했던 이들도 중독성 강한 오캬의 무대에 현혹되어 스스로 그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은 그녀들이 가진 진정한 힘이었지요.

이제는 애프터스쿨보다도 오렌지 캬라멜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고 신곡 발표도 훨씬 자주 되는 것을 보면 그녀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있지요. 모델 출신 나나에 대한 관심과 사투리돌로 상징되는 리지의 매력은 '오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지요. 메인 보컬인 레이나가 실력과 상관없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 그녀들의 도전은 성공적이었어요.

그런 그녀들이 새로운 신곡 '방콕시티'를 들고 나오며 연일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네요. 전에 보여주었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극대화한 듯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섹시한 모습의 그녀들은 쉽게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갑자기 초등학생이 성인 여성들이 된 듯한 이질감은 많은 팬들을 혼란스럽게 한 듯하지요.

'마법소녀'에서 '아잉'으로 이어지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그 무한 중독성이 갑자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듯해요. 철저하게 극단적인 귀여움으로 그녀들을 포장하고 있던 이미지를 단번에 벗겨내고 섹시함을 입힌 그들의 변신은 박수를 쳐줄만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간극을 채우기 힘들게 하는 듯하네요.


방송 전에 발표되었던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너무 선정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어요. 레이디 가가를 흉내 낸 것은 아니냐는 말에서부터 옷은 다 입었지만 묘하게 선정적인 그들의 안무는 보기 안 좋다는 식의 발언들은 만화 속 주인공들의 코스프레 같았던 그녀들이 갑자기 레이디 가가가 되어 당황스러웠는지도 모르겠네요.

'원 오브 아시아' 프로젝트 1탄으로 제작된 '방콕 시티'는 80년대 디스코 풍의 펑키한 머리와 알록달록한 레깅스로 파격을 선사했어요. 클럽에 놀러온 여성들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과 곡의 리듬을 표현하는 듯한 외형적 변화는 본질적으로 오캬 그대로의 모습이었어요.

'마법소녀'와 '아잉'에서 보여주었던 파격적인 변신이나 '방콕시티'에서 보여준 변신은 '파격'이라는 이름 아래 동일할 수밖에는 없었어요. 과거의 모습이 동화 속 주인공 코스프레였지만 지금의 그녀들 모습은 레이디 가가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변해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요.

논란의 핵심인 선정성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호해져요. 슈퍼맨 복장처럼 속옷을 밖으로 드러낸 패션이 처음도 아니고 조금은 지나간 패션임에도 그녀들이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와서 선정적이라는 주장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는 없지요.


그녀들의 격렬한 안무가 선정적이었다는 말 역시 주관적인 평가일 수밖에는 없어요. 그녀들이 성적인 행위를 묘사한 것도 아니고 다른 걸 그룹들과 비교해 크게 선정적일 수도 없는 안무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에게 선정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이유는 뭘까요?

기획사에서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구사한다면 모를까 일부에서 선정성 논란을 부채질 하는 이유는 과거의 오캬에서 갇혀 새로운 변신을 단죄하려는 몸부림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게 하네요. 기획사에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논란이 적절하게 일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일 듯해요.

이런 상황이 아쉬운 것은 오캬로서는 더 이상 가수라는 이름을 붙이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그 전에 발표된 곡들도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외부적인 요소로 인기를 끌었기에 이번 새로운 싱글에서는 그녀들의 가능성을 알리는 작업이 되었어야 하는데 선정성 논란은 오캬를 특정한 존재로만 굳어지게 만들었어요.

과연 그녀들의 모습이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때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선정적이었느냐는 의문일 뿐이네요. 그녀들의 모습은 지극히 아이돌 전성시대 너무나 익숙한 몸짓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저 노래는 치장이 되었고 그녀들의 주무기는 엽기적인 변신일 뿐이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서 그녀들의 또 다른 변신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란 아쉬움으로 다가오네요. 충분히 다른 방식으로도 오캬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선정성을 통해 그녀들을 노래가 아닌 변신로봇 정도로 취급당하게 만든 소속사의 전략이 아쉽게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