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5. 14:10

리쌍 불화설과 길 해명, 길과 개리 가수들의 예능 출연의 나쁜 예

길이 <놀러와>에서 던진 한 마디로 곤욕을 치르고 있네요. 앞 뒤 내용 자르고 나간 방송이 문제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해명 글을 올리고 있지만, 이미 돌아선 팬심은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네요. <놀러와> 논란은 길의 예능 몰락을 부추기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예능이 아닌 리쌍의 길을 보고 싶다




가수들의 예능 외도는 두 가지 부류로 명확하게 갈리고 있어요. 김태원이 주장하듯 열악한 환경에서 꾸준한 음악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 그것이고 철저하게 계산된 방식의 아이돌 그룹들의 예능 나들이가 그것이지요. 아이돌이 아닌 기존 가수들의 예능에 부정적이었던 이들도 김태원으로 인해 우호적으로 바뀐 경우들이 많아요.

하지만 모두가 김태원처럼 명언들을 남기며 효과적으로 그룹 '부활'을 홍보하는 이는 드물 수밖에는 없어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그동안 자신들이 쌓아놓았던 음악적 성과마저 무너트리는 경우들이 있으니 말이에요. 김태원과 극단적인 반대 방향에 있는 것이 바로 '리쌍'의 길과 개리에요.

멋진 힙합을 보여주던 '리쌍'이 어느 날 갑자기 예능에 출연해 웃음을 파는 모습이 일정 기간 동안은 유쾌한 변신 정도로 취급되었어요. 길이 공격적으로 예능에 출연하며 '무한도전'에 정착하는 성과를 올리며 잠잠하던 개리마저 예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어요.

둘 모두 예능에서 가장 편안하게 출연진들을 이끌어 주는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지요. <런닝맨>이 시작되며 본격적으로 예능을 시작한 개리는 '평온개리'등의 닉네임을 얻으며 초기 예능 정착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하지만 제작진에서 먼저 그랬는지 개리가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함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송지효와 '월요연인'에 집착하며 그나마 개리가 가지고 있었던 캐릭터마저 무너져버렸어요. 그저 송지효에게 애정을 구걸하고 그녀만 따라다니는 개리의 모습은 굴욕에 가까운 모습으로 비춰지며 점점 존재감마저 작아지는 상황이지요. 대중적인 인지도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그 대중성이 항상 득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에요.

'리쌍' 둘 모두 예능인이 되면서 그들의 음악은 과거의 날카로움과 무게감은 사라진 듯해요. 대중적인 코드들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과거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환호했던 이들에게, 예능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연결점을 찾기 힘들게 만들기만 하네요. 과거 음악에 비해 가벼워진 사운드도 그렇지만 예능으로 희화화된 그들의 모습에 과거 '리쌍'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실종되고 말았어요.

<놀러와>에서 길이 던진 '리쌍' 불화설은 5년차 그룹들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설정일 가능성이 높아요. 방송이후 길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화 관계를 해명하는 상황에서도 무슨 의도였는지는 알 수 있게 하지요.

"개리와 리쌍으로는 5년, 알고 지낸 지는 15년이 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이가 안 좋다"
"지금은 고깃집 2개를 함께 운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금전관계는 서로 신경 안 쓴다. 회사에서 알아서 나눠준다"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만 보면 '리쌍'은 이미 수명이 다한 그룹으로 보이네요. 쇼 윈도우 부부가 있듯 쇼 윈도우 그룹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리쌍'의 모습은 사실이라면 충격일 수밖에는 없어요. 비록 그게 사실이 아닌 예능을 위한 의도적인 내용이라 해도 자신의 그룹을 가지고 심할 정도로 비하와 비난을 하는 길의 예능은 최악일 수밖에는 없어요. 예능에서 해도 되는 이야기가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스스로 나서서 '리쌍'을 돈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지하는 그룹이라 말하는 것은 처참함이지요.

"개리와 불화설이라... 앞뒤 이야기 다 빼고 불화설을 인정...?"
"작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개리는 오랜 친구라 이젠 한 가족이라는 표현을 재미있게 말씀 드리려고 한 건데, 다 제 잘못이네요"

논란에 대해 길은 자신의 트위터에 불화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어요. 소속사 역시 "고등학교 시절부터 죽마고우였던 그들이 불화설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새 음반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그런 일은 없다며 불화설을 일축했어요.

개인적으로도 '리쌍'이 불화설에 휩싸이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믿고 싶어요. 그들의 초창기 음반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예능보다는 음악에 더욱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 역시 그들의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기에 보다 존재감 있는 예능인으로 자리하기를 바라게 되지요.

하지만 현실 속의 '리쌍'은 바람과는 달리 예능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간임에도 존재를 부정당하는 상황이에요. '무한도전'에서 퇴출당해야만 한다며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자신의 존재감을 구축하지도 드러내지도 못하는 길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전락해버렸어요. 더욱 하하가 들어와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는 상황이라 길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보일 뿐이지요.

<놀러와>에서의 길 역시 있어도 그만 없어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문제에요. 예능을 통해 좀 더 대중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기뿐 일이지만 '리쌍'에 대한 대중성 보다는 길과 개리가 뮤지션이 아닌 예능인으로 희화화되고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은 아쉬움으로 다가오네요.

김태원이 자신을 버려서 '부활'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과는 달리, 길과 개리는 '리쌍'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네요. 무리수에 자충수까지 두게 된 길의 모습은 단순히 해명으로 끝내기에는 씁쓸한 것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