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9. 10:14

권리세 탈락은 시청자 참여 오디션의 한계를 명확하게 했다

<위대한 탄생>의 첫 번째 생방송 무대가 끝이 났네요. 12명의 참가자들이 열심히 준비한 노래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며 평가를 받는 과정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떨림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요. 12명 모두 열심히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실력과는 상관없는 팬심의 경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보여주었네요. 

과연 권리세와 황지환이 탈락할 수준이었나?




시작과 함께 지독하게 비난을 받아야만 했던 권리세는 실력 향상과는 상관없이 떨어져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중요한 생방송 무대에서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녀가 떨어지지 않으면 '위탄'이 그녀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정도로 지독한 편향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네요.

'나가수'에서 이소라는 첫 번째 부르는 가장 불리하다는 말을 했어요. 무대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잊혀지기 쉬운 상황은 거짓말처럼 '위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네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참가자였던 황지환과 권리세가 떨어졌으니 말이에요.

전문가 30%와 국민투표 70%로 결정되는 투표에는 맹점이 도사리고 있어요. '슈스케'에서도 드러났듯 매력적인 남자가 우승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대중 투표의 한계가 '위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이후 진행되는 생방송에서 누가 최종 우승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지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버리고 말았네요.

1위   김혜리        36.3
2위   백청강        36.2
3위   이태권        35.8
4위   정희주        35.7
5위   노지훈        35.6
6위   권리세        35.4
6위   데이비드 오 35.4
8위   셰인           35.1
8위   황지환        35.1
10위 조형우        35
11위 백새은        34.8
12위 손진영        33.4

전문가들의 평가와 대중들의 평가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다시 한 번 증명이 된 셈이네요. 6위 권리세와 8위 황지환이 탈락자가 되었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평가한 실력과 상관없이 대중들의 기호는 상당히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이 투표의 성향이 단순히 기호의 문제이냐는 것이에요. 생방송 전부터 이미 권리세는 탈락을 해야만 하는 존재라도 되는 양 일부의 집단적인 행동들은 공정한 경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그저 권리세라는 존재가 싫고 그녀는 떨어져야만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공정한 평가란 처음부터 있을 수 없었지요.

전체적으로 오늘 생방송 무대는 만족스럽지가 않았어요. 절대 강자로 불리었던 이태권도 고음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니 말이에요. 다른 참가자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곡을 완벽하게 해석해내지 못하며, 전 단계에서 보여주었던 매력을 생방송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어요.

그나마 제 옷을 입은 듯한 김혜리의 모습이 가장 돋보였을 뿐 다른 이들의 경우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았어요. 물론 전문가들에 의해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하위권들의 경우 탈락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아쉬움을 주었지요. 그럼에도 예상과는 다른 평가가 나온 것은 이후 '위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게 하네요.

노래 실력 이외에 고착화된 이미지와 편견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냈어요. 김태원 멘토 3인방은 '의리'와 '믿음'이라는 끈끈함으로 생방송 무대에서의 실력과 상관없이 고득점을 보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어요. 개인적으로 이태권이 우승하기를 바라지만 오늘 손진영의 무대는 아쉬움이 많았었지요.

조형우의 경우도 발전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른 참가자를 압도하지 못한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선택을 받았어요. 본선 무대가 펼쳐지기 전에도 데이비드 오와 조형우가 여성들의 몰표를 얻을 수밖에 없음은 예견되었고 현실로 모든 게 드러난 상황에서 이 둘은 상당히 높은 레벨까지 올라갈 수밖에는 없을 듯하네요.

다음에는 어떤 선곡이 주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셰인으로서는 한없는 약점 속에서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도 의문이에요. 본선 무대에서의 능력과 상관없이 사전에 자신이 호의를 보였던 이들에게 몰아주는 형식이라면 셰인 역시, 상당히 높은 단계까지 올라설 가능성이 높지요.

회를 거듭할수록 여자 출연자들은 궁지에 몰리고 남자 출연자 중 여심을 흔들 수 있는 이가 최종 우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위탄' 자체를 매력 없는 오디션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네요. 우승 가시권에 다가가면 갈 수록 여러가지 이유로 태생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평가와 상관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본선 무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도 들게 하네요.

가장 대중적인 기회에 민감한 제작자 방시혁은 자신의 제자를 제외하고 투표할 수 있는 10명의 참가자 중 권리세에게 최고 점수인 9.2점을 주었어요. 1위를 한 김혜리에게 9점을 주었듯 방시혁에게 권리세의 오늘 모습은 최고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봐도 그녀가 탈락할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지요. 초반 분위기를 이끌며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고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을 했다는 것은 본선 무대와는 상관없이 단순한 감성적인 투표가 당락을 좌우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했네요.

실력 있는 우승자보다는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가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는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진, '데이비드 오와 조형우'가 결승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과연 여성 참가자들이 톱 4안에 들어갈 수는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슈스케'에서도 그랬듯 '위탄'에서도 여성 우승자는 근본적으로 나올 수 없을 듯하네요.


멘토들 중 가수들과는 달리, 가장 대중적이며 대중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권리세의 탈락에 방시혁이 마지막에 놀라는 모습에서 '위탄'의 한계와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하네요. 리듬감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황지환과 근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권리세의 탈락은 아쉽기만 하네요. 과연 그들이 탈락을 할 정도였을까요?  

실력 위주도 아니고 스타성을 보는 것도 아닌, 그저 현재의 대중스타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들이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네요. '슈스케'에서도 아쉬움으로 남았던 부분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 '슈스케' 투표자들이 '위탄'으로 그대로 넘어왔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