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8. 11:29

이승기, 영구머리마저 사랑스럽게 만든 영특한 예능감

이번 주 '1박2일'에서도 이승기의 존재감은 여전했네요. 풀지 못할 거라며 냈던 제작진의 사법고시 문제를 능숙하게 풀어내고 원리마저 자세히 설명하며 진정 엄친아가 뭔지 보여준 이승기는 '1박2일'에서는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특별한 존재임을 잘 보여주었어요.

모든 것을 압도한 영특한 예능 감



재주도 여행에서 가장 돋보였던 존재는 새롭게 투입되어 관심 집중이었던 엄태웅도 아니고 강호동도 아니었어요. 조용하지만 있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높아지는 이승기의 진가는 예능마저 영특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어려운 문제를 안다는 것은 지식이 많다는 정도이지만 흐름을 읽고 물 흐르듯이 상황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아요.

'1박2일' 제주 여행에서 이승기는 다양한 능력으로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어요. 영특함은 그를 왜 그토록 '1박2일'에 잡아두고 싶어 했는지를 느끼게 해주네요. 이젠 전설이 되어가는 나피디 흉내 내기는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어요.

항상 카메라 뒤에서 전체를 이끄는 존재인 나피디를 가장 대중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린 그 흉내는, 단순히 흉내에서 그치지 않고 피디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원칙들을 그대로 짚어내 형상화했기에 더욱 많은 인기를 얻었지요. 단호하지만 원칙에 맞게 행동하는 모습은 이승기가 아니라면 결코 밝혀내지 못할 나피디의 재능이니 말이에요.

이런 눈에 보이는 행동뿐 아니라 멤버들 간의 대화에서 나서지 않으면서도 중간 중간 양념을 첨가하듯 말을 더해서 상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들은 그의 가장 소중한 매력일 수밖에는 없네요. <강심장>에서도 물오른 예능 감으로 MC 강호동을 쥐락펴락하는 센스는 갑자기 생기는 것도 그렇다고 그저 오래한다고 느는 것도 아니지요.

상황을 파악하고 전체를 이해하는 능력이 다른 이들에 비해 탁월하기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MC가 될 수 있었다고 봐요. 누구나 방송물 많이 먹으면 유명 MC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승기가 얼마나 영특한지는 알 수 있어요.

카메라 샤워를 하면 예뻐진다는 것은 그만큼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의 단점을 장점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일반인들도 방송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면 몰라보게 예뻐지는 것 역시 이런 외부적인 전문가들의 손길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분명 방송물 먹으면 예뻐지거나 멋있어 지기는 하지만 능력마저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요.


남해 여행을 간 이승기는 봄을 맞이해 기존의 헤어스타일과는 달리 조금은 짧은 스타일로 났는데 언뜻 보면 영구 가발을 쓴 듯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한 신경 써서 만든 머리 모양임을 알 수 있게 하지요. 일각에서 영구머리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그런 놀림마저도 무색하게 만드는 이승기의 외모는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중 하나일 뿐이에요.

섹션TV에 등장해 연예계를 하나의 회사로 설정해 자신의 위치를 대리 정도로 언급했지만 많은 이들은 그를 그가 이야기한 대리로 보지는 않지요. 현재의 모습을 보면 이사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초고속 성장을 하는 존재에요. 그럼에도 그가 스스로를 대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랜 시간 연예인으로서 삶을 살아가겠다는 이야기이고 반짝 인기를 통해 쉽게 회사를 나서야 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보여요.

단순히 영특하기만 한 게 아니라 '줄넘기 이단 뛰기 신공'이라 불러도 좋을 신들린 모습은 경쟁자인 강호동을 질리게 만들 정도였어요. 절대음감이 전혀 안 되는 가수 김종민과는 달리, 절대음감의 강자인 이승기의 모습은 대조적이기까지 하지요.

김종민이 절대음감으로 시청자들을 웃긴 것은 사실이지만 가수로서 '절대음감'을 전혀 모르는 그는 아쉬울 뿐이지요. 그에 비해 절대 음감에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을 보인 이승기의 모습은 세 명의 가수가 있는 '1박2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요.

봄을 만끽하게 하는 '봄철 최고의 밥상'을 위해 맨투맨 문제가 제시되는 상황에서 '철수네 집'을 제작진에 이야기하자마자 드라마 속 촬영지가 남해에 있었음을 알고 힌트를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서는 '사법고시 문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일맥상통할 수밖에는 없었어요. 

'철수네 집'과 '사법고시 문제'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다가오지만 원리와 이해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요. 단순히 결과만 알아내는 방식이 아닌,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해 정답을 유추해가는 과정을 통한 지식 습득은 단순함을 넘어 원리 이해를 통한 완벽한 자기 지식화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관심이 만들어내고 그런 관심을 다양한 형태로 의문시해 원리를 파악해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답에 도달하는 방식이 이승기가 얼마나 영특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지요. 조금 비약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승기가 예능에서 보여준 센스는 단순히 방송을 통해 얻어진 습관적인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의문을 가지고 원리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핵심에 가깝게 다가가 있어요. 이를 통해 남들이 10년, 20년 걸리는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영특함'이라는 단어에 이승기의 매력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보이네요. 매력적인 이 남자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특함으로 예능을 정복한 이승기의 매력은 이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