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9. 08:03

카라 합의가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이유

카라가 해체 위기까지 맞이한 상황에서 극적인 합의를 했다고 하네요. 극적인 합의라고는 하지만 기사화된 내용을 보면 DSP와 일부 여론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느낌도 주고 있어요. 연예 기획사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재기도 없이 이렇듯 봉합된 상황을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을 듯하네요.

누구도 만족할 수 없고, 누구나 만족할 수도 있는 합의



카라 3인이 소속사인 DSP를 상대로 전속계약부존재확인 소송을 했어요. 불합리한 거래를 갑과 을이 공정한 상황에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마도 누구나 같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을 시작으로 카라 사태를 돈 욕심난 3인의 반란쯤으로 폄하하며 그들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어요.

남은 2인과 문제를 재기한 3인을 배신자와 신의를 지킨 의인 정도로 분리하며 갑과 을과 불합리한 관행을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배신자'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진 자들에게 함부로 나서서는 안 된다는 교훈만 남겨준 듯하네요.

가제는 게 편이라고 모 기획사 대표는 자신이 나서서 카라 3인 같은 이들은 더 이상 연예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는 막말을 하면서 연예인들을 몰아붙이기에만 급급했어요.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스타를 만드는지 알지 못하고 뜨니까 돈 더 달라고 법적인 소송을 한다는 그들은 연예인들을 통해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에 대해서는 왜 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연예인들을 통해 수백억의 자산을 모아 놓고도 여전히 자신들은 희생자라고 외치는 기획사들의 발언들은 황당할 수밖에는 없어요. 여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던 것은 일부 네티즌들의 기획사 옹호발언들이었지요. 물론 팬덤 들끼리의 전쟁이라고도 불리듯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이들의 습성상 위기를 맞은 카라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의도도 보이기는 했지만 카라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라보지 않고 거대 기획사의 편에 서서 비난을 일삼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했네요.

"그동안 아이들이(카라3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얼른 DSP와 원만한 합의를 보는 게 낫겠다 싶어 결정했다"
"양측 모두 양보하고 주고받고 해서 잘 협의가 됐다. 팀장급 및 전담팀을 요구했고,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다 만족할 만큼 합의가 잘됐다"
"다들 괜찮다고 하다라. 서먹서먹하긴 할건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한밤의 TV연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강지영 아버지의 말처럼 더 이상 각을 세우고 진행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힘들었을 듯하지요. 소속사인 DSP는 여론 몰이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들만 만들어 내며 문제를 재기한 3인과의 합의에는 최대한 뜸을 들여 그들을 궁지로 몰아 넣는 방법은 주요했다고 보이네요.

"DSP와 카라 3인은 모든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 그룹 카라의 활동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DSP와 카라 3인은 장래의 활동에 대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 결과 아무런 조건 없이 소송을 취하하는데 합의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소송을 취하했다는 DSP의 말 속에는 소속사의 승리를 자축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기도 하네요. 너희들이 아무리 난리를 펴도 대한민국에서 불공정은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는 없다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해요.

강지영 아버지의 말을 빌리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카라를 방치하고 있던 DSP에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한 정도는 얻어낸 것으로 보이는데, DSP 측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것은 여전히 갑의 위대함에 행복해 하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네요.

카라 사태를 보면 JYJ가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지를 알게 하네요.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기획사라는 SM과 투쟁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인지를 느끼게 해주지요. 법원에서도 JYJ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SM으로 인해 방송 출연이 불가한 상황은 카라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을 거에요.

거대한 팬덤과 막강한 파워를 가진 JYJ마저 몇 년간 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카라 3인에게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갑인 DSP가 문제가 있음이 분명함에도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갑의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자신들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기획사 무리들은 자신들의 합의를 통해 문제의 연예인들에게 불합리함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소속사와 싸우려할까요? SM이 미친 듯 JYJ와의 싸움에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감정적인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여 지지요.

수많은 기획사들의 대표로서 소속 연예인들과의 싸움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일거에요. 카라 합의가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이유는 이것이지요. 카라가 함께 모여 활동한다는 것은 팬들에게는 행복한 일이지만, 여전히 불합리함을 풀어내지 못하고 활동해야만 하는 것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연예인들에게는 절망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에요.

DSP는 여론을 움직이는 힘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어요. 여론의 십자포화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카라 3인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고 DSP에 들어가야 했지만 이런 방식이 진정한 합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카라의 씁쓸한 합의는 JYJ가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