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8. 07:02

이선희, 그녀가 말하는 위대한 가수의 조건이란?

이선희를 단순히 이승기와 연결해서만 이해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단순히 과거명사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이들에게 이선희는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영원한 디바일 뿐이지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그녀는 조용하게 하지만 강렬하게 위대한 가수가 되는 조건을 이야기해주었어요.

대단한 가수란 그저 얻어지는 타이틀은 아니었다




한동안 대중들의 시선에 드러나지 않았던 그녀가 다시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어요. 노래와 함께한 세월이 벌써 27년이나 되어버린 영원한 가수 이선희. 그녀는 제자 이승기와 함께 <놀러와>에 출연해 자신의 삶과 노래, 그리고 제자 이승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어요.

<놀러와>에서도 거침없이 노래를 부르던 그녀를 보면서 참 천상 가수일 수밖에 없구나란 생각을 했었는데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그녀를 보면서 진정한 가수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그녀는 영화 OST로 많이 알려졌던 '인연'을 시작으로 '제이에게', '나 항상 그대를'그리고 앵콜 곡으로 '아 옛날이여'를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어요.

이선희의 노래 솜씨야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이지요.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풍성한 성량에 자유로움마저 느껴지게 하는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아름답기만 했어요. 최근 대중들의 정서에 맞는 '인연'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그녀를 세상에 알려주었던 '제이에게'로 과거의 감성을 끄집어내더니 유희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나 항상 그대를'을 새롭게 편곡해 불러주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체구에도 천여 명의 관객들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무대 장악력일거에요. 앵콜 곡으로 부른 '아 옛날이여'는 고음과 저음 등 음역의 높낮이와 함께 관객들이 흥겨워할 수밖에 없도록 리드미컬하게 곡을 이끄는 모습은 "역시 이선희!"라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그런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은 유희열과의 대화에서 드러난 가수로서의 직업과 자세, 그리고 노래에 대한 가치관 등은 우리 시대 가수에게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듯했어요. 27년 차 가수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값진 고백이 아닐 수 없지요.

자신이 하는 일에 항상 즐겁고 고픈 마음으로 하기에 세월이 빨리 흘러갔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그녀. 유희열은 27년을 노래해온 그녀에게 혹시라도 노래가 지겨워지신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우문일 수밖에 없는 이 질문은 이선희는 현답으로 가수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주었어요.

"지겨웠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걸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구요. 가장 두려운 게 뭐냐면 너무 뻔하게 습관적으로 노래할까봐. 아무런 감흥없이 무대에 서고 내릴 까봐 그게 가장 두려워요"

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벽이 바로 그런 것일 거라며 그녀는 자신이 습관적으로 노래하는 기계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진정한 가수였어요. 30년 가까이 무대에 선 가수라면 안 봐도 모든 것이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익숙하게 일들을 할 수밖에는 없어요.

그런 상황이 두렵고 그렇게 되는 자신이 무섭다고 말하는 그녀는 항상 어떤 무대이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이야기를 해요. 가수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무대인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했었던 그녀를 부러워하는 유희열에게 그 무대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와 앞으로의 꿈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카네기 홀의 무대가 자신에게 큰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어떤 무대이든 항상 떨림을 주게 된다는 그녀의 발언은 왜 그녀가 최고의 가수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게 하지요. 무대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운 가수의 전형으로 다가왔어요.

후배 가수들을 키워 나중에 뮤지컬을 연출하고 싶다는 그녀의 포부와 도와달라는 이선희의 말에 "주연"이라며 귀여운 농을 던지는 유희열의 능숙한 진행도 유쾌했어요. 마지막으로 이선희에게 유희열은 "가수라는 직업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진짜 어느 순간 노래하면서 이렇게 많은 여러분들과 저하고 한 순간이 되는 것을 느끼는 때가 있어요. 그 노래 어느 한 포인트에 내가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이 나에게 그 무언가를 주고 그게 하나가 되었을 때..그 기쁨이 노래하는 가수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다 고 생각해요"
 

스피드 운동 마니아라 밝힌 그녀는 제트 스키, 스키, 보드 타는 것을 즐긴다고 해요. 의외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항상 노래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던 그녀가 일상에서는 이렇게 우리의 생각을 깨는 활발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정적인 모습에 운동을 멀리할 거 같은 그녀는 매일 1, 2 시간씩 꼬박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운동을 하는 이유 역시 나 자신을 위함이 아닌, 노래를 하기 위해서라는 그녀는 정말 '천상 가수'였어요. 자신의 모든 것을 노래에만 맞추고 살아가는 그녀의 인생은 그 인생 자체가 노래이고, 그런 그녀는 위대한 가수일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아이돌 전성시대가 되며 노래하는 그들의 주기가 많아야 5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수하는 가수들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27년 동안 꾸준하게 변함없이 노래에 혼을 실어 부르는 이선희라는 가수는 그녀 자체가 위대한 가수가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표본이 아닐 수 없네요.

오는 6월 21일~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1 이선희 콘서트- 오월의 햇살'은 이미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성황이에요. 최고의 세션 맨들과 함께 그녀만의 공연을 보여줄 이번 콘서트는 완숙한 하지만 여전히 설렘으로 무대에 오르는 우리 시대 최고의 디바 이선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아요.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가수인 그녀 이선희. 그녀의 이런 모습 자체가 가수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거에요. 노래를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살아가는 그녀는 진정 우리시대 위대한 가수인 게 분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