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9. 08:05

나가수, 환상적인 무대보다 돋보였던 임재범의 뜨거운 눈물

새롭게 시작한 '나가수'는 첫 번째 경연에서 그들이 왜 최고인지를 잘 보여주었어요. 모두 독기라도 품은 듯 다양한 준비를 하고 무대에 오른 그들의 모습은 경악할 수준이었어요. 남진의 '빈잔'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임재범의 무대는 가히 압도적이었지요. 그렇지만 그 무대보다 빛났던 것은 자신을 믿고 의지해준 가족에 대한 뜨거운 눈물이었어요.

임재범의 환상적인 무대보다 돋보인 사랑과 투혼




공연을 마치자마자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 간 임재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정도로 열정을 보인 그에게 '나가수'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나가수' 시작한 이후 하루 3시간 이상을 자본적이 없다는 임재범은 긴장과 두려움, 설렘과 행복이 함께하는 무대였던 듯해요.

이제는 국내 가요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임재범의 무대는 환상 그 자체였어요. 큰북이 중앙에 놓이고 뮤지컬 배우와 함께 한 '빈잔'은 더 이상 남진의 곡이 아니었어요. 그로데스크하기도 하고 그 오묘함의 끝을 알 수 없게 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나가수'를 찾은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어요.

더욱 첫 번째 참가자로 무대에 나서, 다른 참가들이 임재범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너나없이 이제 어떻게 하냐고 걱정할 정도로 그는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어요.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경연의 미션은 자신이 부르고 싶은 다른 가수의 곡이었어요.

임재범은 남진의 '빈잔'을 선택해 '락커의 트로트'라는 흥미로움을 유발시켰었죠. BMK는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김연우는 김건모의 '미련',박정현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소라는 보아의 '넘버 원', 김범수는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 YB는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선택해 의외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하게 했어요.

저마다 노래라면 그 어디에서도 뒤질 것이 없는 이들이 과연 자신이 좋아하는 남의 곡을 어떤 식으로 불러줄까라는 기대감은 임재범의 첫 무대에서부터 폭발해버렸어요. 노래방에서 아버지들이 자주 부르는 '빈잔'을 완벽하게 다르게 해석해 임재범만의 '빈잔'으로 채워버린 그의 무대는 최고였지요. 다만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너무 난해한 그의 음악은 평론가들에게는 높은 성취도로 다가왔지만 대중들에게는 4위라는 표로 돌아왔어요.

청중평가단이 어떤 노래들을 좋아하는지는 첫 번째 경선에서도 드러났지요. 박정현만의 스타일로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선곡의 승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탁월했어요.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곡은 어쩌면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어요.


다들 노래를 가지고 순위를 정할 수 없는 이들이기에 '나가수'에서는 더욱 어떤 곡 선택을 하느냐는 중요할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가장 파격적이었던 이소라의 '넘버 원'은 보아의 춤과 노래를 180도 뒤짚어 기타 반주와 매혹적인 목소리만으로 재해석해내 주목을 받았어요.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곡처럼 편곡된 이 노래는 파격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될 거 같지요. 너무 담백하게 노래를 불러 다시 위기에 빠진 김연우는 그나마 꼴찌를 면해 안도할 수 있었어요. 7위를 한 BMK의 경우 재즈풍의 분위기를 내며 변진섭과는 전혀 다른 곡 해석으로 그녀의 매력을 물씬 풍겨주었어요. 왜 이 곡이 평가단에게 7위 밖에는 하지 못했을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녀의 노래는 멋졌네요. 

감히 이들의 노래를 평가한다는 것은 무례한 일일 수밖에는 없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예능의 특성상 긴장감과 재미를 주기 위해 순위를 매기고, 이를 통해 1등과 꼴찌가 나눠지는 방식은 잔인하기만 했어요. 예술에 가까웠던 그들의 노래에 점수를 준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 말이에요.

이들이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모습보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것은 임재범의 고백이었어요. 오랜 시간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이미 지난주 방송 기피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방송 울렁증보다 심한 기피증으로 철저하게 방송을 외면해왔던 그가 성장해가는 딸을 위해서 '가수아빠'로 인정받기 위해 '나가수'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이었어요.

이번 주 그가 밝힌 숨겨졌었던 이야기는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네요. 평소 자신이 힘들어 할까봐 전화도 자주 하지 않던 아내가 지난 주 방송이 된 후 전화를 했다고 하지요. 하이 톤으로 "기분이 좋아 서요"라는 말에 울컥하며 "10년 만에 도리를 한 것인데..."라며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이었어요.

"힘들면서도 기쁘다. 그간 무기력한 남편의 모습으로 6~7년을 살았다. 내가 그 사람의 병을 키웠을 수도 있다"
"저작권료만 받아서 월100-200만원을 가지고 살았다"
"딸과 어린이대공원을 가도 버스를 타고 물건을 많이 사면 버스를 타고 가기 힘드니까 딸에게 '오늘은 조금만 사자'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기피하고 대인기피증세까지 있었던 임재범이 정상적인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했을 리가 없지요. 그러다보니 그들에게는 최저 생활비 밖에 안 되는 돈으로 6, 7년을 살아야만 했던 임재범은 많이 미안해했어요.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갈 때도 버스를 타야 했고 물건을 살 때도 차가 없으니 조금만 사자고 이야기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임재범은 그런 자신을 믿고 내색하지 않고 버텨준 가족들에게 감사해했어요.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의 병을 바라보며, 어쩌면 자신이 키운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임재범. 그에게 '나가수'라는 무대는 자신을 믿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살아준 아내와 딸을 위함이었어요. 그렇기에 '나가수'출연을 확정하고부터 하루 3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연습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 이였겠지요.

리허설 때도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그의 모습에는 처절함까지 엿보였어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끝내 쓰러져 병원으로 향해야만 했던 임재범. 그로 인해 공연이후 녹화를 하지 못했지만 그는 모두를 만족할 수 있게 해준 무대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날 감기로 인해 고열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리얼설부터 최선을 다한 그는 진정한 프로였어요.  
가족을 위해 '가수아빠'로서 딸에게 당당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래를 한 임재범은 진정한 가수였어요. 자신의 모든 것을 무대 위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열정과 그런 열정을 위해 거짓 없는 노력으로 임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물론 다른 가수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고 그런 모습이 무대에서 그대로 드러났어요. 그 대단한 무대로 인해, 다른 음악방송을 보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어요. 모든 음악무대를 올 킬 시켜버린 '나가수'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신의 경연'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준 '나가수'에 출연한 일곱 명의 가수들. 그들은 우리 시대 진정한 가수임을 무대에서 실력으로 보여주었어요. 그들이 전해준 뜨거운 감동이 또 한 주를 살 수 있는 에너지가 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