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1. 12:02

강심장, 이승기 김정훈 통해 뛰어난 예능 MC임을 증명했다

엄친아 김정훈이 제대 후 처음으로 출연한 예능은 그가 왜 대단한 존재인지 잘 보여주었어요. 서울대 치대 출신 가수로 널리 알려졌던 김정훈은 등장부터 화제였던 인물이었어요. 귀여운 외모에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는 프리미엄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연예계 엄친아로 알려진 이승기와 김정훈의 만남은 그래서 흥미로웠어요.

침묵 유도한 김정훈 돋보이게 한 이승기의 진행 솜씨




일본에서도 수학 풀이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던 김정훈은 연예계 최강임은 분명했어요. 제대 후 첫 예능에 출연해 보여준 그의 모습은 예능 감보다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선보이는 자리였을 뿐이었어요. 함께 출연했던 많은 이들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은 당연하지요.

예능에서 수학에 대한 찬사와 지적 호기심을 행복하게 이야기하는 이는 김정훈이 처음이었고,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그의 얼굴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은 중요하지요. 연예인보다는 그가 꿈꾸었다는 과학자의 모습이 더욱 잘 어울렸을 김정훈은 수학적인 재능을 통해 우리도 익숙하게 하는 '31게임'의 필승 전략을 서보였어요.

30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나는 이 게임의 핵심을 수학적으로 풀이했어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필승 숫자를 점령함으로서 승리하는 김정훈만의 독특한 해석은 정말 대단했지요. 그가 정말 수학을 사랑하는 존재임은 이 단순한 숫자 게임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엄친아vs엄친아의 대결로 명명된 이승기와의 대결에서도 완벽하게 필승 숫자를 찾아 가볍게 이기는 김정훈의 모습은 너무나 느긋해서 놀라울 정도였어요. 31개의 숫자를 모두 지배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는 '수식을 사랑하는' 김정훈이 떠오르는 듯했네요.

이런 김정훈에 비해 이승기는 수학적 재능이나 학문적인 탐구에서 비교가 될 수는 없었어요. <1박2일>에서 루트를 쉽게 풀어내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지만, 예능 안에서 이승기가 돋보였던 것이지 루트 공식 자체는 제법 쉽게 풀 수 있는 것이었지요. 이를 두고 '수학 천재'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띄우기에 불과할 뿐이었어요.

다만, 이승기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저 답을 찾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답이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가능한 그의 모습이 대단한 것이었지요. 어린 시절부터 순수 과학을 연구하는 일을 꿈꾸며 살아왔던 김정훈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가수에서 연기자로 영역을 확대하며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둘은 닮았고 반듯한 이미지와 뛰어난 외모도 닮았어요. 하지만 김정훈보다 이승기가 연예인으로서 탁월한 이유는 방송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났어요. 김정훈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임은 증명되었어요.

기타노 다케시가 진행하는 '타케시의 코마네치 대학 수학과'에 출연해 그만의 독특한 해석 능력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길거리를 다니며 차량 번호를 가지고 수식을 달아 놀았던 아이. 아이큐 140이 훌쩍 넘고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전쟁처럼 공부에만 매달려 매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김정훈.

집 안이 넉넉하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순수 과학 분야가 아닌, 서울대 치대에 입학해야만 했던 사연들은 모두 그 이기에 가능한 아픔이었어요. 일반인들이라면 서울대라는 문턱 조차도 힘겨울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꿈을 접고 선택한 게 서울대 치대라는 사실은 참 당혹스럽기까지 하지요.

자신의 회사 이름을 유명한 수학자 이름으로 지으며 아직도 풀지 못한 수학 난제를 풀고 싶어 하는 그는 여전히 연구소를 세워 연구에 몰두하고 싶어 하는 꿈을 가진 천상 과학자였어요. 그런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강심장'에서 펼쳐 놓았지만 아쉽게도 출연자나 방청객 모두 그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메르센이라는 수학자의 이름이 나오자 당황하는 이들에게 이승기가 던진 "안데르센은 아는데"는 그가 얼마나 탁월한 예능감과 지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어요.

이승기만이 김정훈의 이야기를 듣고 능숙하게 연결하고 다음 이야기로 전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뿐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상황은 김정훈과 이승기의 존재감을 갈라놓았어요. 학창 시절 볼펜을 떨어트리며 높이와 속도를 제서 중력 가속도를 측정하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는 이야기에 모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며 당황해 했어요. 하지만 이승기는 "9.8"이라며 중력 가속도 값을 이야기 하며 김정훈의 이야기에 호응하고 들어주는 유일한 존재였어요.

김정훈이 정말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닌 존재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아마도 연예인 중 수학 분야에서 그를 넘어설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에요. 하지만 그가 보여준 예능에서 모습은 낙제에 가까웠어요.

이유는 간단하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수식을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누구도 호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수학자를 예능에 데려다 놓는 것처럼 어색할 뿐이었어요. 그가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강심장'은 다케시가 진행하는 수학 방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송이었어요.

스타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송에서 일반인들이 따라하기 힘든 이야기들로 자신만이 즐거운 상황을 만든 것은 아쉽게 다가왔어요. 이런 김정훈에게 이승기마저 없었다면 아마 통 편집을 당하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튜디오는 침묵으로 일관했어요.

중간 중간 이승기가 추임새를 넣고 분위기를 예능을 바꾸려는 노력들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녹화를 중단했거나 편집되었을 수밖에는 없었을 듯해요. 그만큼 김정훈의 수학에 대한 애정은 충분하게 녹아들어가 있었지만 예능에서 시청자들과 호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져주지는 못했다는 의미에요.

어떤 출연자가 나와도 그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의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이승기는 다시 한 번 보여주었어요. 강호동의 최고 MC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김정훈 같은 출연자가 나왔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음을 '강심장'에서 잘 보여주었지요.

강호동과는 달리, 이승기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출연자가 나오든 그 출연자와 즐겁게 대화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이에요. 김정훈처럼 수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에게도 호응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췄고 철저하게 예능 화 되어 있는 출연진들이 나오면 그에 맞게 망가질 줄도 아는 이승기는 대단한 존재였어요.

많은 이들이 이승기의 MC능력을 칭찬하는 이유가 다시 한 번 <강심장>을 통해 확인되었어요. 한 분야에만 영특한 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예능 적으로 풀어낼 줄 아는 이승기는 그래서 대단하지요. 김정훈과 이승기가 수능시험을 함께 치른다면 당연히 김정훈이 높은 점수를 받을 거에요. 하지만 예능을 통해 다양한 지식들에 대한 대결을 한다면 아마도 이승기가 승리할 걸로 보이네요.

문제 풀이만이 아니라 이를 예능 적으로 승화시켜 재미를 전해주는 능력 면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가진 이승기는 진정한 예능계의 엄친아였어요. 예능에서 결코 소화하시 쉽지 않은 출연자인 김정훈을 상대로 능숙하게 진행하던 그의 모습에서 예능 MC로서도 이젠 완성형에 가까웠다는 생각을 하게 했네요.

이승기의 가치와 능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방송을 통해 보여 지는 그의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엄친아'라는 단어와 그 정반대인 '허당'이라는 닉네임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탁월하게 하나로 어울리도록 하는 존재는 이승기만이 유일할 듯하네요. 참 대단한 이승기가 아닐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