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6. 08:12

1박2일에서 보여준 이승기의 진행 솜씨 상상이상이었다

조기 퇴근한 강호동을 대신한 이승기의 진행 솜씨는 과연 어땠을까? 많은 이들은 강호동의 빈자리가 컸다는 이야기들도 하기는 하지만 이승기는 갑자기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의외로 잘 어울리는 MC였습니다. <1박2일>은 강호동 스타일로 완벽하게 굳어진 상황에서 누가 대신해도 어색할 수밖에는 없는 자리였으니 말이지요.

강호동 빈자리와 이승기의 의외의 MC능력




무섭당과 바보당의 레이스에서 승리한 바보당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혜택에 힘겨워 했어요. 1박2일 동안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이 그들을 힘겹게 만든 것은 난생 처음 녹화를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상황이 두려웠던 것이지요.

장고를 거듭하는 강호동을 보며 생각을 하지 말고 본능에 맡기라는 말도 그에게는 힘겨운 이야기일 뿐이었어요. 이런 그들을 바라보며 강호동과 이수근이 빠지면 진짜 리얼이 되는데 라고 말하는 이승기에게 김종민이 "그럼 내가 나가면 리얼이 아니냐?"고 버럭 질을 하는 모습이 모두를 웃게 했지요.

안타깝게도 대중적인 인지도나 <1박2일>내의 역할에서 김종민의 존재감보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월등하다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진짜 리얼이라 느낄 수 있는 충족은 당연히 김종민의 몫은 아니었지요. 힘겹게 선택을 하고 조기 퇴근을 하는 강호동과 이수근은 그런 상황 자체가 이상할 뿐이었어요.

그냥 집으로 가서 편하게 쉬면 좋을 텐데 촬영을 하고 있는 이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해야 하는 상황이 영 이상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천상 연예인들이었지요. 그렇게 남겨진 4명이 힘겨워 하는 것은 당연했어요. 강호동의 1박2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강호동이 빠졌다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는 없지요.

시청자들 역시 강호동의 진행에 대해서 욕은 해도 그가 빠진 <1박2일>은 허전하고 서운할 수밖에는 없었을 듯하지요. 이미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 강호동의 진행에 중독되어 버린 이들에게 그의 부재는 당혹스러운 일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청양의 볼거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특별한 리액션 없이 진행되었던 것도 부재의 아쉬움으로 남지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엄태웅은 어쩔 수 없지만 남은 세 명은 각자가 촬영 분량을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그들에게 그런 여유는 힘겨웠나 보네요. 강호동이 틈만 나면 방송 분량을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그들의 모습은 강호동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으로 다가왔어요.

<1박2일>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저녁 복불복을 진행하는 역할은 이승기의 몫이었어요, 승기를 제외하고는 진행할 존재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터줏대감이었던 강호동의 1박2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1박2일은 어떨까라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리였으니 말이지요.

<강심장>에서 꾸준히 예능 MC를 맡아서인지 강호동과는 달랐지만 열심히 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보기 좋았어요. 당연히 강호동과는 다른 스타일로 진행을 했지만 이승기의 1박2일도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어요.

게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모두가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시간에도 각자 자신들의 식사에만 정신없는 멤버들과는 달리,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에서 포스트 강호동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어요. 물론 강호동의 부재가 아쉽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그의 그늘이 너무 짙게 드리운 <1박2일>에서는 이 정도의 아쉬움은 당연했지요. 그에 비해 이승기가 보여준 진행 능력은 무리 없는 진행으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어요.
 
여전히 집으로 가지 못하고 주변에 있다는 형들을 찾아 나선 그들은 식당 방에서 자고 있는 그들을 발견하고 즐거워했어요. 카메라를 발견하고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강호동을 보면서 그도 이제는 천상 방송인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지요.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도 좋아지고 혈액 순환도 잘 되는 것 같다는 강호동의 말은 방송인의 애환처럼 다가오기도 하지요. 직업병일 수밖에 없는 그들이 카메라에서 소외된 상황은 골방에서 자고 있는 모습과 닮아 있었어요. 비참해 보이기도 하는 그들의 자유는 카메라에 속박당하는 모습이 더욱 행복해 보였어요.

김종민의 신곡을 부르는데 자꾸 스님들의 경전소리처럼 들리며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강호동과 이수근이 합창하는 그 노래에 맞춰 경건하게 절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승기의 센스도 참 보기 좋았지요. <1박2일> 최고의 브레인으로서 재치뿐 아니라 MC로서의 재능도 선보인 이승기의 모습은 강호동이 부재한 상황에서 누가 최고인지에 대한 작은 힌트를 준듯 하지요.

이수근 역시 다양한 방송에서 열심히 예능 MC로서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음 단계로 성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쉽게 다가와요. 이수근에 비해 강호동과 함께 진행한다는 프리미엄은 있기는 하지만 농익은 솜씨로 예능 MC로서의 재능도 만개하고 있는 이승기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강호동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승기만의 스타일이 주는 <1박2일>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이승기만의 능숙한 진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내용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