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2. 13:02

나가수 김범수, 조관우가 아닌 정형돈을 경계하라

오늘 방송에서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시작한 '나가수'의 첫 탈락자가 나오게 되네요. 누가 되든지 탈락이라는 단어보다는 새로운 이를 위한 자리 물려주기라는 마음이 중요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힘겨운 일이니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이번 경연에서 흥미로운 것은 김범수가 부를 조관우의 '늪'이에요.

김범수는 조관우보다 정형돈을 의식해야 한다




이번 주 임재범이 수술로 인해 정상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를 대신해 조관우가 투입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떠돌기 시작했어요. 아직 확정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그렇게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요.

지난 주 방송에서는 일곱 명의 가수들에게 시청자들이 부르기를 원하는 곡들 중 한 곡을 선택해 경연을 벌이는 미션이 주어졌어요. 팬들이 그 가수가 불러주면 좋겠다고 올린 것들이지만 몇몇 곡들은 정말 그들에게 맞는 것일까 궁금해지게 만드는 곡들도 있었어요.

박정현은 부활의 '소나기', 임재범은 윤복희의 '여러분', 윤도현은 소녀시의 '런 데빌 런(Run Devil Run)', 이소라는 송창식의 '사랑이야', 김범수는 조관우의 '늪'을 부르게 된 상황에서 가장 우려가 많았던 이는 윤도현과 김범수였어요.

락을 부르는 윤도현이 아홉 명의 걸 그룹이 부르는 곡을 불러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그와 함께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바로 김범수였어요. 팔세토 창법의 1인자인 조관우의 창법을 따라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곡을 어떻게 소화할지는 궁금하기도 하면서 우려가 될 수밖에는 없지요.

여자 키보다 높은 고음역으로 노래를 부르는 조관우의 '늪'은 가성을 쓰지 않는 김범수로서는 더욱 힘겨운 도전곡일 수밖에는 없지요. 중간 점검에서도 그는 찬사보다는 우려를 들으며 더욱 고민을 하게 만들었어요.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기는 했지만 임재범이 너무 느리게 편곡이 된 거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어요. 다른 이들 역시 김범수가 과연 500인의 청중단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요. 

가장 어려운 곡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야하는 것은 잘하면 본전이지만 조금만 못해도 손해일 수밖에는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김범수가 과연 원곡자인 조관우를 넘어서 '늪'의 새로운 해석을 담은 곡으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에요.

 

재미있는 것은 조관우의 '늪'을 불러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에요. 그건 다름 아닌 정형돈이에요. '탄탄대로 가요제'의 사전 행사로 치러진 '디너쇼'에서 부른 정형돈의 '늪'은 굉장했어요. 노래를 잘해서 대단한 게 아니라, 뻔뻔스럽게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그의 마성이 대단했지요.

누가 불러도 쉽지 않은 이 곡을 선택했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용기이고 말도 안 되는 가창력으로 이 노래를 소화한다며 무게를 잡고 부르는 모습은 위대하기까지 했어요. 그를 보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기겁을 할 정도로 엉망인 노래였지만 그의 노래는 점점 그들을 '정형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어요.

잘 되지도 않는 가성까지 내지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기교를 부린 정형돈의 이 무대는 이후 대단한 화제가 되었어요. 그의 마성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많은 이들은 그를 위해 패러디를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나가수'에 출연한 정형돈이었어요.

교묘하게 편집된 '정형돈의 나가수'편은 김범수가 미션 곡으로 조관우의 '늪'을 부르게 되며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물론 노래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김범수가 월등하게 앞서지요. 아니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기에 노래로 그들을 평가할 수는 없을 거에요.

분명 김범수는 탁월한 보컬리스트답게 청중들을 사로잡을 매혹적인 목소리로 모두의 우려를 잠재우고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 되요. 그런 상황에서 원곡자인 조관우가 아닌 정형돈을 넘어서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형돈이 만들어낸 대중적인 파급력을 김범수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거에요.

 

노래는 당연히 비교 대상이 안 되고, 그렇다면 조관우의 '늪'을 부른 김범수와 정형돈 중 누구의 곡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느냐는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김범수의 '늪'보다 정형돈의 '늪'이 더욱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면 김범수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어요.

팔세토 창법을 따라할 수 없는 김범수가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해 불렀을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노래에 감동을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에요. 이미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게 노래로 평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그들을 좌우하는 대중적인 파급력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어요.

전혀 다른 지점에 가있는 그들이 공교롭게도 동일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은 묘한 운명일 수밖에는 없어요. 정형돈이 김범수처럼 노래를 할 수 없듯, 김범수 역시 정형돈처럼 웃길 수는 없어요. 그렇기에 그들을 단순하게 비교해서 평가할 수는 없을 거에요.


조관우의 '늪'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자신만의 곡으로 재해석해 부르게 된 정형돈과 김범수. 과연 누구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지 궁금해지네요. 과연 노래 잘하는 김범수는 음치 정형돈의 '늪'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낳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미존개오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김범수마저 정형돈의 늪에 빠진 채 허우적거릴까요? 참 재미있는 비교가 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