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1. 15:20

바스코의 눈물은 왜 감동이었을까?

<유희열의 스케치북> 우리나라 공중파에 유일한 음악전문방송이에요. 스케치북이 100회를 맞이하며 그들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특집을 마련했는데요. 지난 주 '프로듀서'에 이어 이번 주에는 '레이블' 특집으로 풍성하고 다양한 음악의 역사를 소개해주었어요.

11년 만에 처음 방송에 나선 바스코의 눈물




지난 주 김영석을 시작으로 용감한 형제, 조영수 등 대중 음악계를 선도하고 있는 특별한 프로듀서 세 명이 등장해 그들만의 색깔이 듬뿍 담긴 노래들을 가수들이 함께 등장해 재미있게 보여주었어요. 수많은 히트 곡 퍼레이드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쌓아올린 그들 속에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모든 것이 숨겨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지난주에 이어 100회 특집 두 번째 이야기로 '레이블'이 방송되었는데요. 인디 레이블에 대한 조명을 위해 준비한 이 무대는 정말 알짜배기 방송이었어요. 유희열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안테나를 시작으로 DJ DOC의 부다 사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속해있는 붕가붕가 레코드까지 정말 최고의 레이블이라 불릴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등장해 많은 이들에게 흥겨운 무대를 선사했어요.

멋진 검정색 슈트를 차려입고 마치 비틀즈를 코스프레한 듯한 안테나 뮤직 소속 가수들의 무대는 경이로웠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꽉 들어차 있는 그들의 공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상이었어요. 정재형의 곡을 시작으로 그들의 화려한 연주는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풍성한 음악 사운드와 안테나 뮤직 소속 가수들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음악들은 '레이블'의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페퍼톤즈, 루시드폴, 박새별, 토이 등이 출연해 각자 자신들의 히트 곡들을 불러주었는데요. 섬세한 연주와 함께 감미로우면서도 유희열의 그 투박하지만 열정적인 무대처럼 그들의 공연은 정말 좋았어요.

루시드폴과 박새별이 연인 사이라는 것은 이제는 많이들 알고 있겠지요. 루시드폴이 왜 박새별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녀의 노래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수긍할 수 있었을 듯해요.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그녀와 루시드폴의 모습은 참 잘 어울리는 듯했어요.


이하늘을 중심으로 구성된 부다 사운드의 등장한 그들다운 음악으로 흥겨움을 더했어요. 이하늘의 친동생이 있는 45RPM의 신나는 곡으로 시작해 바스코에 이은 DJ DOC의 무대 모두 훌륭했어요. 뒤이어 등장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무대는 앞선 두 레이블의 무대와는 또 다른 흥겨움으로 관중들을 압도했지요.

장기하와 얼굴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눈 뜨고 코베인 등 각자의 색깔이 독특하고 특별한 세 팀의 무대는 무척이나 흥겨웠어요. 가장 대중적인 장기하와 얼굴들을 시작으로 인디만의 특징이 가득했던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눈 뜨고 코베인의 무대는 '레이블' 특집을 의미있게 만들어주었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아니라면 절대 접할 수 없는 이 특별한 조합들의 무대는 정말 축복과도 같은 방송이었어요. 대한민국 음악의 다양성과 깊이를 느끼게 해준 그들의 공연들은 그 다양함에 놀라고 그들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열정 넘치는 무대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는 없었어요.

오늘 방송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는 다름 아닌 바스코였어요. 래퍼 바스코는 11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자신의 첫 방송 출연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인지 그는 가사를 잊어버려 랩을 중단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그것도 두 번 연속으로 실수를 하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해주었어요.

이런 자리를 일찍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는 수장 이하늘의 아쉬운 고백에 관객들은 환호와 응원으로 그에게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어요. 머리속이 백지처럼 되어버렸다는 그는 세 번 만에 자신의 곡인 '히어로Her'를 완곡할 수 있었어요.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한 가사들은 그의 실수와 11년 만의 첫 방송 출연을 상징이라도 하는 듯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왔어요. "괜찮아!"를 연호하며 쉽지 않은 방송 출연에 힘겨워 하는 바스코에게 힘을 준 관객들도 대단했지요.

이제야 이런 무대를 만들어줄 수 있어 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오늘 무대가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이하늘의 인사와 함께 세 번째 무대에 오른 바스코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듯 흥겹게 무대를 장악해나갔어요. 어떤 고난과 힘겨움이 자신을 시험해도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바스코의 분노와 같은 토로는 랩 특유의 통쾌함이 모두 담겨있었어요.

요즘에는 클럽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정통 힙합을 듣는 것 같아 방송을 보는 내내 흥겨움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런 그는 유희열의 "기분 어때요?"라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고 억지로 눈물을 참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11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노래를 했지만 한 번도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하지요.

그나마 이하늘의 레이블이라도 되니 이런 특집 무대에 설 수 있었지만 다른 마이너 레이블의 경우에는 이런 기회도 잡을 수 없는 게 사실이지요. 11년 만에 첫 방송에 나와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힘겨워 했던 모습은 바스코처럼 오랜 시간 음악만을 위해 달려왔지만 정당한 평가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던 많은 이들은 공감할 수 있었을 듯 해요.

'나가수'라는 방송이 시작되며 아이돌 전성시대에 소외된 가수들의 무대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듯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이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어 더욱 특별한 감동이었어요. 바스코의 눈물은 획일화된 그리고 상업성만 가득한 대중문화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가수의 꿈을 잊지 않고 있었던 바스코의 꿈을 사준 이하늘의 모습도 반가웠지만, 이런 멋진 공연을 기획하고 보여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