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5. 17:01

나가수, 신정수 피디 아이돌 망언은 무임승차의 필연적 결과?

'나가수'가 장안에 화제가 되니 과한 욕심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리가 벌써 들리기 시작하네요. 엎친데덮친격으로 최고의 존재감을 자랑했던 임재범이 수술 후유증으로 하차가 결정된 후 새로운 가수 중 하나가 옥주현으로 결정되며 더욱 논란의 불씨를 더하고 있네요.

무임승차가 만든 필연적 한계?



'나가수 2'를 구상 중이라는 신정수 피디는 아이돌 위주의 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네요. 물론 지금 당장 이런 식으로 바꾸겠다는 발언은 아니지요. 어느 순간이 되면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상황이 되면 아이돌 위주의 '나가수'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이지요.

 

그의 발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어요. 현재 월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대중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가치를 완벽하게 전복하는 '아이돌'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잘못이에요. '아이돌'중에서도 노래 잘하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을 부각시켜 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나쁠 리는 없어요. 그래서 KBS에서는 '나가수'에 착안해 '아이돌 판 나가수'를 발 빠르게 방송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요.

"아이유는 김영희 PD 때부터 섭외가 갔다. 제가 이어 받아 섭외했을 때 포인트가 있었다. 아이유가 들어올 때는 지금의 가수들과 경쟁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YB,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이라는 너무 출중한 가수들이 있고 잠정하차한 호랑이 임재범이 있다. 다섯 명은 죽어도 안 떨어질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새로 들어온 가수만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사실 저희 제작진도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시즌2를 하면서 모든 멤버를 한꺼번에 엎고 가야하는 순간이 올거라는 생각을 한다. 시즌2나 3로 갈 때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아이유나 소녀시대 태연, 씨스타 효린 등 젊은 가수 중 노래 잘하는 가수만 모아서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가수'는 기본적으로 가수들이 가치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이나 순위매기기가 싫은 가수도 분명 있다. 그 사람을 설득하거나 세계관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섭외할 때 일단 가치관에 동의하는 분에 한해서 섭외에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유 측에도 순기능에 동의한다면 출연해달라고 말해달라는 게 우선인 것 같다"

24일 MBC 라디오 '김어준의 뭔가 색다른 상담소'에 신정수 피디가 출연해 '나가수'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온 시즌 2, 3에 대한 생각이 대중들에게 논란의 대상이 되어 뭇매를 맞게 되었어요. 말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음악전문방송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형태로 포맷을 변경하며 기존 틀을 유지한 형식의 진화는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지금 사랑을 받는다고 한들 이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방송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만큼 절감하고 있는 이들은 없을 테니 말이에요. 그의 말을 보면 김영희 피디가 있을 때부터 아이유를 섭외하려 한 목적 속에는 시즌 제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역시 신정수 피디의 독단적인 고민의 산물이 아닌, 김영희 피디와의 어느 정도의 교감 속에서 나온 시즌 제 발언이라면 '무임승차'논란은 좀 재끼고 고민해야 할 문제인거 같아요. 신정수 피디는 '세시봉 특집'으로 '나가수'가 본격적으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존재이니 말이에요.

그 역시 아이돌 위주의 방송이 아닌 잊혀지고 소외되었던 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을 그가 진행했던 '놀러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이돌' 발언을 이 시기에 한 것은 충분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보이네요.

 

KBS에서 6월 4일부터 첫 방송이 되는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 판 나가수'이지요. 형식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누가 봐도 '나가수'를 롤 모델로 해서 출연 가수들을 '아이돌'로 채운 형식인 것이 분명하니 말이에요. 방송 포맷을 그대로 차용해 무임승차하려는 그들에 맞서 이미 오래 전부터 '나가수'에서도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시즌제로 진행이 된다면 어느 시점 그들이 중심이 된 '나가수'가 방송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요.

분명 지금 시점 이런 발언을 해서 신정수 피디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MBC로서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방송에 대한 우월한 오리지널 적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신정수 피디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일이니 말이지요.

벌써부터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올려 사과 혹은 이를 넘어서 김영희 피디의 복귀를 청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을 정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네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이런 비난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새롭게 투입된 옥주현은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도 높아졌어요.

아이돌 출신으로 첫 출연하는 그녀에 대한 반감이 대단한 상황에서 신피디가 시즌 제로 가게되면 '아이돌 나가수'를 만들겠다는 발언은 그 비난의 화살이 옥주현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에요.

"옥주현 출연이 언론에 보도되고 찬반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는 사실을 당사자와 제작진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주현을 섭외한 이유는 그의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 무대는 알려지지 않은 가수나 실력파 가수들이 올라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주류를 형성하는 가수들 중 과소평가 되는 사람들을 재발견하는 자리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중 가수로서의 옥주현이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 옥주현의 모습은 아이돌이라는 허울로 뒤집어씌우기에는 그녀가 만들어 놓은 가치들이 월등하지요. 단순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름만으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분명히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돌 나가수'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김장훈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현재 방송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아닌 이들을 위해 자신은 '나가수' 출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왕성하게 방송 활동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초야에 묻힌 채 소외되었던 진정한 고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바람이에요.

 

임재범에게 그토록 열광한 이유도 그의 대단한 노래를 방송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출연 가수들 역시 공연 무대 등을 통해서는 활발하게 팬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중적인 매체인 방송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고수들이기에 많은 이들이 그들의 등장에 환호하고 사랑을 주는 것이지요. 이런 '나가수'만의 특징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아이돌'을 언급한 것은 예능이라는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나가수'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발언임이 분명해요.
단순히 '불후의 명곡2'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해도, 현 시점 '아이돌' 발언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가 없어요. 조금 진부한 느낌이 드는 순간 조용하게 다양한 변화를 이야기하며 '아이돌'도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새롭게 시작한지 한 달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나가수'만의 매력을 유지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