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1. 14:39

미스 리플리 첫 회부터 유천앓이는 시작되었다

시작 전까지 우려도 되었지만 <미스 리플리> 첫 회가 방송된 후 드는 생각은 '성스'이상의 '유천앓이'가 생기겠다는 확신이었어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려는 그의 마음과 그 밑바닥에서 상처투성이인 여자 장미리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애틋할 수밖에는 없어 보이지요.

유천앓이를 위한 드라마가 처럼 다가오는 미스 리플리



첫 회가 방송되며 과도한 설정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많은 이들은 <미스 리플리>에 환호했어요. 여자 주인공인 미리가 왜 그런 상황에 겪어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이 부여되며 논란은 잠잠해지는 분위기이지요. 막장에서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니 말이에요.

첫 회는 어느 드라마나 그러하듯 주인공들이 등장하며 성격들을 보여주는 것에 시간을 할애해요. 그렇기에 첫 회가 재미없게 흘러갈 가능성도 많았는데 <미스 리플리>는 흥미롭고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미리로 나오는 이다해가 겁탈을 당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장면이 들어 있어 시청률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줄거리에 매력적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에요.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엄마와 아버지까지 잃으며 어린 미리는 고아원에 맡겨졌지요. 아무도 없는 고아라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그녀는 그곳에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의붓아버지와 함께 일본에서 살았어요. 그렇지만 그녀는 의붓아버지의 노름빚을 갚기 위해 술집에서 웃음을 팔아야 했지요. 어렵게 돈을 모아 빚 청산을 하고 한국으로 어머니를 찾으러 들어온 그녀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운명적인 만남으로 자신의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남자 장명훈을 만나게 되고, 그가 그토록 찾았던 일본 방언이 가능한 그녀는 우연처럼 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지요. 숱한 면접에서 고졸이라는 이유로 낙방을 해야만 했던 그녀. 면접관에게 성적 희롱까지 당해야만 했던 그녀에게 호텔 총지배인인 장명훈은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는 없어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미 없이 내 던진 거짓말인 "동경대 출신"이라는 말은 그녀의 운명을 바꿔 놓았지만 시한폭탄처럼 그녀를 언제 파멸로 이끌지 모를 거짓말로 남게 되었어요. 자신을 포장하고 숨겨야지만 알아주는 세상에 그녀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거짓말은 더욱 큰 거짓말을 만들게 만들겠지요.

이런 미리를 좋아하는 또 다른 한 남자가 바로 박유천이 맡은 유타카(이후 한국 국적 취득 후 송유현이 되는)에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몬도 리조트 그룹의 젊은 후계자이기도 하지요. 그는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기 전에 인생을 좀 더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살아보려 고시원으로 들어가요.

그렇게 운명처럼 앞방에 새롭게 들어온 미리와 마주치게 되고 첫 눈에 반해버린 유타카는 슬픈 운명일 수밖에 없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그를 몬도 그룹 후계자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테고 당연히 인생 밑바닥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미리에게 유타카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지 않아요.

미리에게는 좀 더 높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하고 그런 기회는 거짓말 한 번으로 획득하게 되지요.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두 명의 남자 시선은 너무 다른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게 되어 있지요. 호텔 총지배인인 명훈은 그녀가 '동경대' 출신의 유능한 재원으로 생각하지만 유타카는 슬픈 영혼을 가진 존재임을 알고 시작한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일 수밖에는 없어요.

명훈은 꾸며진 모습에서 사랑을 느끼지만 유타가 즉 유현은 가장 밑바닥에서 슬픔을 간직하고 있던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지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상처투성이인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에요. 더욱 그룹을 물려받는 후계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지요.

공항에서 편안한 복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았던 박유천은 어린 아이를 안고 나오며 훈훈함을 더했어요. 수수한 옷차림만으로도 매력적이었던 그가 수트 차림을 하고 나오는 모습들은 얼마나 뛰어날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지요.

차분하면서도 유타카 성격을 잘 소화해낸 첫 회 속 박유천은 연기력에 대해 조금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어요. 대사 전달이나 전체적인 모습에서 만족할만한 연기를 선보인 그로 인해 월화 드라마는 <미스 리플리>로 매 회 화제가 될 수밖에는 없을 듯하네요.

연기력에 대한 우려도 없어지고 탄탄한 이야기에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유천앓이'는 시작되었네요. 극중 유타카가 미리를 보며 '다해앓이'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슬픈 사랑에 가슴 아플 유천을 보며 '유천앓이'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해보였어요. 흥미로운 전개로 진행되는 <미스 리플리>는 박유천에게 연속 히트 드라마로 기록될 듯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