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5. 07:25

효린이 우승한 불명2, 방송은 아류 아이돌은 일류였다

아이돌판 나가수라는 이야기를 듣던 <불후의 명곡 2 전설을 노래하다>가 첫 방송을 했네요. 아이돌 가수 여섯 명이 나와 최고 가수의 히트 곡을 불러 경연을 하는 형식은 기본적으로 '나가수'를 많이 연상하게 했어요. 하지만 출연했던 아이돌 가수들이 열창은 아류에 머문 방송을 넘어서고 있었어요.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가졌던 불명2



아이돌 중 노래 잘 한다는 가수들을 모아서 '나가수'와 같은 재미와 감동을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가 그대로 엿보이는 '불명2'는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비슷한 형식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어요. 개그맨이 매니저를 하고 탈락자를 가려내는 등의 형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큰 틀에서는 아류라는 인식을 벗어나기는 힘들 듯하네요.  

아이유, 창민, 예성, 종현, 요섭, 효린 등 아이돌 그룹에서도 리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쟁쟁한 6인의 등장은 흥미로웠어요. 대세라는 말이 진리가 되어버린 아이유와 함께 각 그룹별 최고수들이 등장해 노래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나가수'가 가지고 있는 흥미로움에 아이돌을 대입해보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어요.

자신을 가수로 이끌게 해준 운명적인 노래로 시작한 그들의 경연은 의외성이 흥미를 배가시켰어요. 아이유는 토이의 '좋은 사람'을, 종현은 박선주의 '귀로', 예성은 신성우의 '서시', 창민은 김건모의 '첫인상', 요섭은 라디의 '엄마', 효린은 카니발의 '거위의 꿈'으로 첫 경연을 시작했어요.

자신을 가수가 될 수 있도록 해준 노래로 시작한 그들의 무대는 아이돌이라는 편견은 그저 편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물론 모든 아이돌이 노래를 할 줄 모르는 춤만 추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지요.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큰 틀로 묶어 비난을 일삼던 그들에게 오늘 무대는 편견을 바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었을 듯해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요섭의 '엄마'는 참가했던 아이돌들을 울게 만들 정도로 호소력도 있었고 가사가 주는 감동은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까지 했지요. 어렵게 연습생 시절을 거쳐 가수가 된 이들이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엄마에 대해 노래를 하니 감동을 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아직 완성 단계의 모습은 아니지만 프로 가수들과의 대결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들의 가창력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왔어요. 첫 경연에 대한 점수는 경연에 참가했던 가수들이 직접 투표로 가려졌고 이렇게 갈린 순위는 첫 번째 '전설을 노래하다' 주인공의 노래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어요.

세 명이 한꺼번에 1위를 차지한 경연에서 의외로 아이유가 꼴찌를 하며 '불명2'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을 불허하게 했어요.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 시청자들이라면 비슷한 생각들을 했을 텐데요. 순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실력을 가진 그들의 경연은 '나가수'와 비슷하게 편곡과 청중평가단이 선호할 수 있는 가성에 승패가 달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어요.


가요계의 대선배인 심수봉의 대표곡들로 경연을 해야 하는 그들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어요. 워낙 유명한 원곡을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몇몇은 처음 접하는 곡이기도 한 상황이 그들을 더욱 어렵게 했지요. 

사랑 경험이 전무 한 이에게 애절한 사랑 노래는 더욱 큰 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도 했어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편곡에 힘을 쓰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선택한 곡에 최선을 다한 그들은 마침내 심수봉의 선창으로 경연은 시작되었어요.

심수봉을 사랑하는 중년의 청중평가단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부르는 아이돌을 평가한다는 발상이 재미있기는 했어요. 무작위로 순위를 결정해 노래를 시작한 그들은 즉석에서 1:1 토너먼트로 승패를 갈랐어요. 그렇게 마지막 최종 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은 나름 변별성을 가려가려는 '불명2'의 선택으로 보였지요.

가장 두려운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종현은 심수봉 바로 뒤에 노래를 불러야 하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백만송이 장미'를 멋지게 편곡해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낸 그의 무대는 대단했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뿜어내는 듯한 그의 열정은 정말 좋았어요. 러시아 민요를 아일랜드 민속음악으로 편곡한 그의 곡은 참 멋졌네요.

같은 소속사 선배인 예성이 다음 주자로 등장해 '사랑밖에 난 몰라'를 매력적인 보이스로 불러주었지만 예성의 편곡의 힘을 넘어서지는 못했어요. 첫 번째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종현의 상대는 대세 아이유였어요. 국민가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유는 걱정이 많았지요.

너무 유명한 곡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그녀로서는 과도한 편곡보다는 원곡 그대로를 살려 자신의 색깔로 부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멋지게 자신만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러주었어요. 그렇게 아이유는 종현을 누르고 유일한 여자 경쟁자인 효린과 대결을 펼쳐야 했지요.

효린은 '그때 그사람'을 걸 그룹이라는 컨셉트와 맞게 춤까지 추면서 가장 화려한 편곡으로 관객을 사로잡았어요. 용감한 형제가 참여해서인지 가장 대중적인 편곡의 힘은 대단했어요. 아이유를 누른 효린은 요섭의 애절한 보이스가 돋보였던 '미워요'와 성숙한 무대 매너와 가창력을 선보인 창민의 '여자이니까'마저 누르고 최종 우승자가 되었어요.  

탈락자가 없는 경연이기는 했지만 자존심 대결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은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효린은 성대 결절이 심해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했고, 대세임에도 꼴찌를 해서 더욱 큰 부담으로 경선에 나선 아이유의 떨림과 해외 공연 중에도 정신없이 노래 준비를 해야만 했던 창민 등은 생각보다 심한 압박을 받는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 멋진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돌들의 경연은 흥겨움과 가치발견으로 이어졌어요. 그저 춤이나 추고 노래는 대충 한다는 대중들의 인식은 '불명2'가 더욱 화제가 되면 될수록 사라져갈 것이라고 보여 지네요.

아쉬운 것은 '불명2'가 전작의 형식을 추구하면서도 너무 많은 부분 '나가수'와 닮아 있어 일부에서 재기하는 '표절'이 그저 하는 말은 아니게 다가왔어요. 중요한 형식들이 너무 닮아 있었고 이런 모습들은 아이돌이 경연을 한다는 점만 다를 뿐 큰 변별성을 찾기는 힘들었어요. 순위 결정하는 방식이나 노래 선곡이 '전설'이라 불릴 수 있는 가수의 대표곡으로 한정된다는 점들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나가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무대 역시 '나가수'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연주자들을 더욱 확충하고 음향 장비들도 보충을 해야만 할 듯했어요. 비록 방송 자체는 아류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노래를 한 아이돌들은 일류였네요. 그렇기에 다음 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