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7. 06:35

황의건의 김여진 폭언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

커밍아웃을 통해 가치를 얻어 살아가는 한 게이가 모든 편견을 동원해 배우 김여진에게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고 늘어놓았네요. 과연 이런 발언을 편견을 위해 평생을 싸우며 살아야 하는 커밍아웃한 인간이 할 짓이었나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어요. 무지함을 넘어 폭력이나 다름없는 그의 발언은 다른 커밍아웃한 이들을 욕 먹이는 짓이지요.

소외받은 자의 변절, 소외를 장난으로 삼는 황의건은 뭔가?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소외받은 대표적인 집단중 하나에요. 여전히 성소수자들은 다양한 편견 속에서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핍박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며 억측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커밍아웃한 이들은 그렇기에 사회의 다양한 소외 받은 자와 함께 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하지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성적소수자들의 커밍아웃들이 늘어가면서 편견을 이겨낸 이들이 편견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의 편에만 서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성애자들 중에도 이상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독선과 편견만을 일삼는 이들도 있듯, 성소수자들 역시 일반인들과 다름없음을 보여준 사건이 어쩌면 황의건의 막말 일거에요.

우리 사회라는 프레임 안에서 커밍아웃은 용기이자 편견과 맞서 싸우는 존재로 인식되어져 왔었는데 그런 편견을 깨준 것 역시 황의건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위해 노력해오던 이들에게 황의건은 부끄러운 존재일 수밖에는 없어요. 

이성적으로 생각해봐도 정신 나간 그의 막가파식 발언이 다른 이도 아닌, 편견에 맞서 평생을 싸워야만 하는 커밍아웃한 이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절망적이지요.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이런 식의 막가는 발언은 딴나라당에 앞장서는 홍위병들이나 늘어놓을 법한 이야기였으니 말이에요. 어쩌면 홍가가 그 역할을 자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몇년전 한 명품 브랜드가 출시될 때 그 여배우는 공짜 옷을 협찬받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랬던 그녀가 몇 년 사이 변했는지 아니면 원래 기회주의자인지, 연기에 뜻이 없는 건지, 정치를 하고 싶은 건지 당최 헷갈린다"

"김미화가 안쓰러워하는 그 여배우는 요즘 제일 '핫'하다. 나는 그녀가 어디에 출연했는지는 기억 못 하지만 어느 시위 현장에 갔는지는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자로서 존재감이 없는 것은 그녀의 슬픈 현실"

"연예 뉴스에는 한번도 못 나온 대신 9시 뉴스에 매일 나오는 그 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 여자. 토 쏠려서 조금 전에 소화제 한 병 마셨다"

그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 인물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글들이 아닐 수 없지요. 이런 작자가 커밍아웃을 무기로 패션계에서 한소리하고 살았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에요. 가장 편견을 버리고 시대를 앞서간다고 말할 수 있는 업계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기만 하네요. 어쩌면 패션계에 대한 편견 역시 황의건이 이번 기회에 깨준 것인지 모르겠네요.


"국밥집 아줌마라니 영광이다. 그렇지만 나는 공짜옷 협찬 받으러 간 적 없고 이 부분은 명백히 허위사실이니 정정해 달라"

"당신이 그 동안 국밥집 아줌마와 '뜨지 못한' 배우들과 '시위하는'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잘 알겠다. 그 차별의 마음을 말이다. 그래도 당신이 차별을 받을 때 함께 싸워드리겠다"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황씨의 발언에 김여진은 의연하면서도 강한 말로 그의 못난 글에 명확한 해법을 보여주었어요. 공짜 옷을 받은 사실은 없었다고 하니 허위사실을 만들어서 배포했다면 황씨는 자신의 편견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하는 파렴치한 인간임을 드러낸 셈이지요.

국밥집 아줌마와 뜨지 못한 배우, 시위하는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김여진의 말처럼 편견에 맞서 싸우는 그를 응원하고 그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해주었던 수많은 이들을 비천하고 가진 것 없어 비하하고 싶었던 존재라고 생각해왔다는 것은 게이들에 대한 편견만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었네요. 마지막에 그럼에도 차별을 받을 때 함께 싸워주겠다는 말로 대범함을 드러낸 김여진은 역시 대단한 분이에요.

"당신이 게이라고 사회로부터 따돌림 당할때 누가 위로해줄까? 바로 국밥집 아줌마같은 시민들"
"김여진 씨는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 인터뷰에도 이렇게 첫번째로 응한 분이다. 감사는 못할 망정, 싸가지없게"

커밍아웃 감독으로 유명한 이송희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황씨의 황당한 발언에 일침을 놓았어요. 같은 상황에 놓인 이로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명확하게 지적하는 그의 발언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당연하지요. 따돌림을 받을 때 위로해줄 수 있는 이는 아줌마 같은 시민들뿐이라는 사실을 황씨는 알지 못하는 게 한계라는 것이지요.

패션 일을 하다 보니 대단한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해주고 자신을 편견 없이 바라봐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하나 보네요. 그렇기에 국밥집 아줌마는 저렴하고 뜨지 못한 배우는 슬플 뿐이고 시위하는 사람들은 정신 나간 존재들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에요. 자신이 마치 대단한 리더라도 되는 양 온갖 편견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존재가 아닌 것은 분명해보이네요.

많은 이들이 황씨의 막말에 비판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일단,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것이 일차적인 문제이고 다음은 편견을 위해 싸워가는 존재가 스스로 편견에 사로잡혀 타인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철저한 속물근성을 드러내며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허세를 부리는 그의 말들에 많은 이들이 경악하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상황은 그래도 우리 사회가 황씨처럼 미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