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6. 09:09

나가수 현장공개 통해 본 스포일러 막는 방법

스포일러와의 전쟁이라도 벌어야 하는 '나가수'가 기자들을 상대로 현장공개를 했어요. 이로 인해 매주 경연이 끝나고 쏟아지는 스포일러 대신 MBC에서 보낸 보도 자료와 현장 취재를 통한 내용들이 기사화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 안에 스포일러를 잡는 방법이 숨겨져 있었던 셈이지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



최고의 가수들이 한 무대에서 서로의 노래를 경연한다는 '나가수'는 등장과 함께 화제가 되었고 말들이 많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노래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가수들이 다양한 노래들을 가지고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는 '나가수'는 많은 것들을 남겨주고 있지요.

우선 '나가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대중들에게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어요. 이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은 '나가수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광고와 공연 무대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으니 말이에요. 거의 대부분의 '나가수' 출연자들은 방송이 아닌 공연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나왔었어요. 그렇기에 그들의 공연이 특별할 일은 아니지만 '나가수'라는 이름이 붙으며 대중들이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는 측면에서 '나가수 효과'는 대단하다고 봐야겠지요.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방송에 등장해 멋진 노래를 하는 가수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 잊혀지거나 큰 인기를 얻기 힘들었던 가수들이 '나가수'를 통해 재조명되고 공연이 호황을 이룬다는 것은 모두에게 만족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금전적으로 힘들었던 가수들에게는 뜻밖에 찾아온 보상일 수밖에 없고 관객들로서는 검증된 최고의 가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파급력이 큰 방송을 통해 잊혀 진 혹은 과소평가되었던 가수들이 자신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가수 효과'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어요.

방송 프로그램으로서의 '나가수' 역시 최악의 예능으로 전락한 MBC 일요일 예능 시간대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절대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여겨졌던 '1박2일'을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가수'는 이미 최고 히트 상품이라 부를 수 있지요.

이런 '나가수'에 약점이라면 공개 방송을 통해 사전 녹화를 한다는 점이에요. 최소 500명에서 최대 1,000명이 넘는 이들이 지켜보는 경연은 자연스럽게 누군가에 의해 공개되고 이는 방송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어김없이 월요일 경연이 끝나면 즉시 공연에 대한 후기가 구체적으로 나돌고 수요일이 넘어서면 다양한 탈락자 예상 글들이 인터넷을 도배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제작진들이 아무리 스포일러를 조심해 달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가 퍼트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방은 쉽지 않아요. 아무리 호소를 한다고 해도 그 많은 인원 중에서 다음 방송 때까지 침묵으로 약속을 지켜줄 이는 없으니 말이에요. 공개녹화방송에서 침묵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인 상황에서 스포일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는 없을 거에요.

이런 상황이 되자 제작진들은 공격적으로 스포일러를 막기 시작했어요. 연예부 기자들을 초대해 현장을 공개한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철저하게 막고 경계하며 진행되었던 '나가수'가 순위만 제외하고는 모든 경연 과정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서 스포일러를 통해 드러난 가수들의 선곡들이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어요. 

이번 주의 경우 파격적인 선곡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지요.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가수들의 선곡을 보면 그들의 파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하지요. 옥주현이 '유 고 걸', 박정현은 '이브의 경고', 김범수 '외톨이야' 등 파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선곡은 방송이 될 일요일을 기대하게 만들지요.

다른 때 같았다면 스포일러로 공개되었을 선곡표가 제작진들에 의해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와요. 이 방법이 스포일러를 막는 방식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에요. 공개적으로 녹화를 하는 상황에서 철저한 통제는 사실상 어려워요. 모든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관객들에게 기억을 지워버리지 않는 이상 녹화된 내용들이 완벽하게 방송되는 날까지 지켜질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나가수'가 스포일러에서 벗어나 당당해지는 길은 선곡 표를 시원하게 공개하는 방법 일거에요. 어떤 가수가 어떤 노래를 불렀다가 흥행 요소가 아니라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된다면 스포일러 피해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는 없어요. 공개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막으려 하다 보니 논란만 증폭되고 이런 상황은 청중평가단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어요.

차라리 선곡 자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대신, 준비하는 과정과 무대 위의 모습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면 '나가수'는 더욱 흥미로운 방송이 될 수 있을 듯해요. 마치 베일을 벗기듯 가수들의 선곡을 알려주는 방식이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스포일러를 통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식상할 수밖에는 없었어요. 

공개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은 차라리 공개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부분들을 영상으로 담아 좀 더 완성도 갖춘 방송으로 만든다면 스포일러를 줄이고 예능과 음악의 결합이 더욱 탄탄하게 다져질 수 있을 거에요. 가수들의 연습과정과 편곡을 하는 모습이라든지 '나가수' 무대 위에서 준비하는 세션 맨들 등 히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나가수'에서 흥미롭게 잡을 수 있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많지요. 

선곡을 막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개해버리고 다른 부분에서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모두가 만족스러운 방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나가수' 제작진이 기자들에게 현장 공개를 한 이유도 어쩌면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시작일 거라고 보여요.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을 고민하기보다 다른 부분에서 흥미요소들을 개발하고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에요. 모든 것은 제작진의 몫이고 이는 곧 '나가수'가 장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