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9. 11:05

JYJ 생방송 5분 전에도 취소 가능, 그럼 소녀시대도 그럴 수 있나?

KBS가 제주도 7대 경관과 관련한 JYJ의 출연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지만 전에 밝혔던 내용과 토씨하나 다른 것이 없는 내용이었어요. JYJ측에서 공식 사과가 없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중한 사과를 했다는 그들의 발언은 경악스럽기만 하네요.

KBS가 SM 소속 가수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KBS가 내세운 논리는 단순해요. 방송 피디의 판단 하에 생방송 직전에도 출연진은 바뀔 수 있다는 논리에요. 이는 방송 현장에 있는 실무 진들이 모든 판단을 하는 것이고 방송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에요. 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이해할 수 있는 논리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후속 조치를 어떻게 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이었냐는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요.

 

방송을 위해 보다 좋은 조건과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피디나 방송 관계자에게 누가 감히 문제를 지적하고 비난을 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과연 이런 그들의 발표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점이에요. 논란이 불거지자 KBS는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고 그럼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28일자로 공식적인 해명을 하며 '가수 JYJ 출연 취소에 관한 제작진의 입장'라는 발표를 했어요.


"당초 JYJ는 20일 KBS제주방송총국이 제작하는 5원 연결 특별 생방송 '도전! 세계7대 자연경관 여기는 제주입니다'에 출연하기로 했으나 제작진의 판단으로 출연이 취소됐습니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섭외를 추진했던 소녀시대와 f(x)측으로부터 스케줄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15일 저녁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대중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크지만 그 공급이 서울이나 다른 지방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소녀시대와 f(x) 출연 가능연락을 받고 이 프로그램이 대중 스타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제작진의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현재 유럽까지 진출해 있는 소녀시대와 f(x)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도전중인 제주를 전 세계에(KBS월드를 통해 72개국 생중계) 알리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따랐습니다. 이런 판단으로 16일 오전 9시 경 JYJ측 소속사 팀장에게 전화로 상황을 얘기했고 정중히 사과했으며 양해를 부탁했습니다"

"섭외와 출연진 확정은 제작PD의 고유 권한이며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어떤 출연자가 더 효과적이겠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방송을 진행할 때 변수가 생기는 것은 생방송 5분 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용을 보면 앞서 이야기를 했듯 첫 변명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저 그들의 입장만을 밝힌 것이지 특별하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중요하게 그들이 내세운 것은 제작 피디의 고유 권한과 프로그램 완성도를 위해서는 누가 되든 생방송 5분 전에도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KBS가 SM에게 종속당하지 않았다면 왜 소시와 에프엑스와 함께 JYJ를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그들은 양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둘 다가 아니라 둘 중의 하나만이 무대에 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는 JYJ가 무대에 서면 SM 소속 가수들은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분명한 태도가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SM의 암묵적인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발표문에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네요. 그들 스스로 거대 기획사에게 휘둘리고 있음을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아이돌을 이용한 장사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다가갔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거라 생각되네요.

이미 엠넷과의 싸움에서 몇 년 동안 SM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으며 시위를 했던 그들로서는 그때의 행동들이 방송사들에게는 위력 과시로 드러났고 이는 언제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돌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준비가 되어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지요.

제주도가 섬이기에 JYJ보다는 소시와 에프엑스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의미 있었고 유럽에서도 알려진 그들이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KBS의 발언은 그저 부수적이고 형식적인 이야기일 뿐이네요. 더욱 정중히 사과했다는 표현과 양해를 부탁했다는 말은 이미 JYJ 측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지요.

이미 방송사로서 진정성을 잃어버린 KBS는 자신들이 피해갈 방법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이는 더욱 그들을 신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네요. 과연 그들이 방송의 질을 위해 SM 소속 연예인들을 생방송 5분 전에 취소시킬 수 있을까요? 문제는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에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피디의 선택이라는 굴레는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같은 말이에요.

절대 권력을 쥐고 흔들듯 대중문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거대 기획사들에 의해 존재감마저 미약해진 방송의 현실을 다시 보게 된 이번 논란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고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해지면 심해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 명확하게 해주었네요.

과연 KBS가 자신들의 판단에서 SM뿐 아니라 거대 기획사를 상대로 힘을 과시할 수 있을까요? 더욱 아이돌 방송 활용도가 높은 SM과 JYP에게 이런 몽니를 부리며 자신들을 과시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두 거대 기획사 아이돌의 존재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전혀 오지 않을 듯하네요.

개인적으로도 소시나 에프엑스, 미쓰에이를 좋아하지만, 거대 기획사에 소속된 그들을 상대로 방송국이 자신들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철저하게 거대해진 기획사에 의해 휘둘리는 방송국의 모습은 앞으로 이런 권력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에 종속적인 관계는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