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3. 06:44

이하늘, 누구도 하지 못한 날선 발언 통쾌하다

이하늘이 트위터에 강렬한 어조로 비판한 SBS 인기가요에 대한 발언들이 쉽게 정리될 거 같지 않네요. 트위터에 원색적인 발언까지 하며 비판했던 이하늘에 SBS 예능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현하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DJ DOC 소속사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이하늘의 발언을 옹호하며 일은 더욱 커져만 가네요

인기가요 1위한 미스에이와 불참한 이하늘, 하나의 상징이 되나?




JYP라는 거대 아이돌 기획사의 신인 그룹 미스에이와 십여 년을 활동하며 잔뼈가 굵은 DJ DOC의 사건은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네요. 미스에이 팬들로서는 하필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쳐 어렵게 시작한 그룹 활동이고 신인으로서 1위를 차지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1위라는 상징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 터졌으니 말이에요.

제왑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소속된 가수들을 싫어할 이유는 없지요. 조권이 이야기를 하듯 수년 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힘들게 올라온 자리이기에 그들의 성공은 많은 감동을 주기도 해요. 비록 철저하게 돈만 벌기위해 혈안이 된 기획사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말이에요.

거대 기획사의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어 첫 출발부터 화려하게 시작한 미스에이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어요. 비교할 수 있는 걸 그룹들의 동향과 시장을 파악한 후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노래 방송 3사를 포함한 가능한 미디어를 집중공략하고 거대화된 팬덤을 활용한 그들의 전략은 언제나 예상대로 진행되어갔어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거대 기획사를 통해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녀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는 없어요. 항상 새로운 아이돌들이 출현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팬들은 순혈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그들에 충성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단단한 팬덤이 형성되어지게 되죠.

물론 거대 기획사라는 표현에 걸맞게 현재의 트렌드에 부합하고 감각적인 음악을 뽑아내는 기술도 수준급이에요. 표절을 비롯한 다양한 논란이 있어왔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되죠. 그저 단기간 승부에서 성공만 하면 되는 현재의 가요계 판세에서 이런 논란은 나중의 문제이고 우선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성공을 시키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는 그들에게는 1주 안에 존재감을 알리고 2주차부터 1위를 노리고 2달 안에 활동을 마무리하는 패턴에만 익숙해질 뿐이에요.

두 달간의 짧은 활동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노출시켜 얻어지는 성과는 음악방송 1위라는 상징적인 행위보다는 광고 수익이에요. 집중적으로 언론에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되면 대중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기업들의 광고 모델이 되는 수순을 밟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광고를 찍으면 그동안 홍보비로 들였던 모든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 짭짤한 고수익 사업이 되어버리지요. 그런 패턴들이 무한 반복되며 신인의 틀을 벗어난 아이돌들은 말 그래도 황금을 낳는 거위가 되어 거대 기획사의 든든한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게 최근의 우리 가요계의 모습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거대 기획사와 방송사들 간의 알게 모르게 형성된 관계들은 오래 전부터 의심받아왔었죠. 거대 기획사의 경우 한 팀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에 연쇄적인 반응을 의식한 방송사들은 때론 거대 기획사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경우들이 생기곤 해요.

과거 어떤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모 방송국에 출연정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곤 했던 것도 모두 이런 그들 간의 커넥션에 문제가 발생해 생긴 보복으로 보였지요. 이런 거대 기획사를 제외하고 성공하기란 그만큼 힘이 드는 시장이 바로 우리 가요 시장이에요.

이런 시장에 6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들고 나온 DJ DOC의 등장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가요계의 악동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걸출한 가사로 화제를 모은 그들의 신곡들은 연일 화제만발이에요. 이하늘의 과거 애인과 얽힌 이야기를 담은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단연 화제였어요.

이런 화제가 꺼지기도 전에 이하늘은 그동안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말하지 못한 문제를 터트려 버렸어요. 바로 SBS 인기가요 출연 불발과 함께 가요계에 팽배한 문제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거친 단어들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하늘의 발언은 엄청났어요.

당연하게도 SBS 쪽에서는 강하게 항의를 하며 '강심장' 출연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과정을 보면 이하늘의 발언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요. 출연을 거래하고 피디의 권력화 문제, 왜곡된 음원 차트에 대한 문제는 이하늘이 아니면 이런 식으로 공개되기 힘든 문제였어요.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음악 생활을 16년 동안 해왔던 그의 발언이기에 더욱 신뢰 할 수 있지요. 가요계 악동이라는 닉네임이 대변하듯 그가 아니라면 이렇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지요. 이하늘도 이야기를 했듯 DJ DOC가 인기가요에 출연하지 않는다고 커다란 타격을 입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그가 강하게 언급하는 이유를 단순히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네요. 현재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를 과감하게 건드린 이하늘을, 폄하하고 단순히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고 옹니를 부리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우습기만 하네요.

가요계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발언을 한 이하늘은 쉽지 않은 싸움을 시작했어요. 이런 문제재기가 묻히지 않고 공론화되어 거대 기획사와 방송국의 검은 커넥션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모두 사라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만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