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5. 09:26

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선언은 이승기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1박2일>의 메인 MC인 강호동이 하차를 선언하며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은 명확하게 그 이후의 <1박2일>의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폭포 특집'에서 보여준 이승기의 존재감과 진행 능력 등은 포스트 강호동으로서 손색이 없었으니 말이에요.

이승기의 성장이 강호동의 하차를 여유롭게 만들었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강호동의 하차를 비난하는 이들이 많아요. 이승기가 하차하려 할 때는 쌍수를 들어 막더니 이제 와서 자신이 하차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지요. 더욱 그 이유 중 하나가 엄청난 금액을 받고 종편으로 가기 위함이라는 이야기까지 이어지며 이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시작부터 메인 MC로서 큰 역할을 해오고 있는 강호동의 하차는 당연하게도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어요. 그의 색깔이 강하게 남아 있는 <1박2일>로서는 그의 하차는 곧 프로그램 종영과도 직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밀하기까지 했지요.

어제 방송된 내용은 '1박2일 폭포특집'의 마지막 분량이었어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당첨된 멤버에게 일본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은 그들에게 사연을 적게 만들었고 그렇게 전해진 사연들 중 이승기가 당첨이 되면서 일본 여행의 주인공은 이승기가 되었어요.

강호동의 직무유기론을 중심으로 형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 해주었는지를 효과적으로 잘 작성한 이승기의 글은 당연히 소개될 수밖에는 없었지요. 모두들 고민을 거듭하며 작성하는 과정들은 흥미로웠어요. 강호동이 긴 사연을 즉석에서 작성할 정도로 그들에게 이번 기회는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강호동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며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작성한 모습은 참 보기 좋았지요. 하차와 연결되며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는 있지만 라디오 사연 보내기는 그들에게 서로를 생각해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어요.


이승기의 경우, 가수로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힘겨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되었지요. 'X맨'과 '여걸식스'를 출연하던 시절엔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지요. 예능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일어날 정도로 힘겨웠다는 이승기는 이런 예능의 어려움 속에서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예능 황제가 되어가는 과정은 대단하지요.

예능에 적응하지 못하던 자신을 현재의 모습으로 만든 것은 모두 함께 했던 형들의 덕이라고 이야기하는 '예능 황제'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어요. 항상 희생을 하고 자신이 편안하게 예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형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어요.

형들의 배려를 생각하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는 이승기의 모습은 역시 이승기라는 생각을 하게 했네요. 사연 소개의 시간이 되어 마지막 선택이 이승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른 멤버들이 모두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사연을 듣고 나서는 이승기의 사연에 모두 공감을 했어요.

김종민의 이야기처럼 기승전결에 감동까지 전한 이승기의 사연은 최고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형들의 예능에서의 행동들에 대한 이해와 그런 모든 행동들의 수혜자는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며 형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연을 들으며 감탄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당연했어요.

가장 힘든 코스를 해야 하는 강호동을 위해 사연을 마무리하며 베란다 프로젝트의 '산행'을 신청한 이승기의 재치와 따뜻한 마음은 다른 멤버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부족함이 없었어요. 중요한 것은 이후 '이승기의 잠 못 드는 그대에게'를 진행하며 라디오 DJ로서 가능성도 보여주었다는 점이에요.

라디오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김종민의 사연을 소개하며 명쾌하게 분석과 해결점까지 제시해주는 그의 능력은 당장이라도 라이도 DJ를 해도 좋을 정도로 차분하고도 흥미롭게 이어갔어요. 다음 날 각자에게 주어진 폭포 산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승기가 보여준 진행 솜씨는 뛰어났어요.

상황에 맞는 분위기 맞추기와 산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들은 차분하면서도 명석했어요. 분명 강호동의 리액션과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지만 이승기만의 스타일 역시 충분히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과도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진행은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이수근이 타고난 개그맨으로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달리, <강심장>을 통해 예능 MC에 대한 감을 익힌 이승기의 진행은 충분히 '포스트 강호동'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승기를 보고 평가할 수 있었던 강호동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있었기에 하차를 확고히 했을 수도 있어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은 분명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자신이 판단했을 때,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멤버들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면 그의 하차는 박수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종편을 가고 안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를 택한 강호동의 행동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없으니 말이지요.

자신의 하차로 인해 새로운 인물이 성장할 수 있다면 이 역시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기도 하니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이승기가 보여준 진행 솜씨는 강호동의 하차 후에도 <1박2일>은 계속 될 것이라는 KBS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네요.

그 누구보다 <1박2일>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는 강호동이 하차 결심을 굳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이승기의 하차를 막으며 머물러 줄 것을 원했던 이유 역시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자신의 뒤를 이어 충분히 메인 MC로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승기가 있기 때문에 강호동은 가장 좋을 때 하차를 결심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네요. 

현재 상황에서 강호동의 하차는 기정사실이 되었고 그가 없는 상황에서 <1박2일>의 모습을 떠올려 봤을 때 '폭포특집'에서 보여준 이승기의 진행 솜씨는 의미 있게 다가왔네요. 탁월한 감각과 노력, 명석한 두뇌에서 나오는 현명한 판단력 등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포스트 강호동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