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7. 13:44

한예슬 스타일리스트와 양동근 발언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

한예슬을 공격하는 기사들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건네는 스타일리스트의 발언은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제작 현장의 열악함이 그 안에는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한예슬의 행동만을 문제 삼았지 제작 환경의 문제에는 눈감았던 이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해야만 할 거에요.

제작 환경의 열악함 이야기하는 그녀의 발언에 주목하자




현재의 상황은 누구 하나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는 없어요.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예슬은 의외의 방법으로 자폭해버린 셈이지요. 그녀가 만약 힘겨움을 견디기 힘들었다면 그저 피로누적으로 병원을 택했으면 되었어요.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언론에 미화까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가 이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것은 모자라서가 아니라 순진해서라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이들은 다른 드라마 촬영을 하다 차사고가 난 배우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들은 죽음을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드라마 촬영을 하는데 한예슬은 그게 싫다고 미국으로 도망을 가냐며 탓하기에 바쁘기도 하지요. 문제는 한예슬이 촬영을 거부한 것뿐 아니라 제작 환경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없다면 정말 커다란 사고로 연기자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에요.

밤샘 촬영을 하고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이동하다 생기는 교통사고들 매니저가 중상을 입고, 메이크업 담당자가 중상으로 사경을 헤매도 연기자만 현장에 복귀하면 그만이라는 현실 속은 정상이 아니지요. 누구를 위한 드라마 제작인지가 모호해지는 대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해버린 한예슬에게 모든 문제를 뒤집어씌우는 상황은 황당함 그 자체였지요. 분명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촬영을 거부한 것은 잘못된 일이에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부당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더욱 시청자들과의 약속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한예슬의 이번 행동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런 상황을 기다리기도 한 듯 모든 책임을 한예슬에게만 몰아붙이는 제작사와 방송국의 행태는 정말 경악스러운 수준이네요. 열악한 환경을 방치하며 제작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고혈을 짜내 수익을 올리는 그들이 그런 열악한 상황은 당연하다고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있어요.

2시간 자고 촬영하는 것이 당연하데 왜 한예슬만 이러냐는 식의 방송은 무책임의 결과이지요. 잘못된 관행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가 문제라는 발상은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 뿐이니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현장 스태프 20여 명이 한예슬에게 공개 사과를 하라고 성명서까지 내는 상황은 모든 문제를 한예슬로 국한시켜 정리하겠다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어요.

철저하게 한예슬만의 문제로 국한시켜 사건을 바라보던 언론에 정면 대응하듯 내놓은 한예슬 스타일리스트의 이야기는 주목할 만 하지요. 왜 그녀가 그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예슬 언니의 헤어를 하며 누구보다 가까이서 오랫동안 많은 스케줄을 함께하며 지켜본 나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이없다"

"예슬 언니를 욕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는 대중들은 오랫동안 방송에서 지켜본 언니보다,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방송계에 있다는) 말만 믿는 것인가. 그렇다면 방송계 사람들은 얼마나 정직하며 바른 사람들이기에 두 달동안 밤을 새우게 하며 개고생을 시켜놓고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만 왜곡된 기사를 쓰게 하는가"

"2주 동안 밤을 새우게 하고 배우가 기어가듯 집에 가 걸을 힘도 없어 잠시 쇼파에 기댔다가 기절했다 깨보니 늦었다. 빨리 준비 후 현장에 갔다. 감독이 정말 이 드라마에 애착이 있었다면 기다리는 동안 한예슬이 걸리지 않는 씬 촬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촬영하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내주신 덕분에 2주 동안 쉬지 못하고 3~4일 연속 밤 새우고 집에서 혼자 쓰러진 여배우는 졸지에 장시간 스태프들 기다리게 한 무개념녀가 되었다. 전혀 인간으로서의 배려란 없다"

트위터 원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3, 4일 연속 촬영을 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강행군을 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는 없지요. 에릭이 나도 밤새는 데 왜 그러느냐는 식의 발언이 무책임하고 어이없다는 이유는 현실적인 남자와 여자의 체력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은 발언이기 때문이었어요.

잘못된 제작 관행으로 생방송 식 촬영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를 그저 한 여배우의 잘못된 버릇 정도로 치부하는 상황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글은 의미 있게 다가오지요. 여기에 양동근의 트위터 글 역시 한예슬 스타일리스트와 일맥상통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흥미롭지요.

"한예슬은 순진하다. 그녀가 영악했다면 살인적인 스케줄로 피로가 누적 링거 꽂고 병원에 입원했다면 이번 사태에서 마녀사냥은 안 당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주범은 비겁한 방송국이다. 국민과의 시청자와의 약속 운운하는 데 정말 토 나온다"

"한예슬 두둔하거나 비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 특히 드라마다. 근로기준법, 노동법위반 현행범들이다. 한예슬만 탓하는 것은 비겁하다. 한예슬을 비롯한 스타급 배우들의 인권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제작스텝들의 살인적인 노동 환경 한번 생각해 본적 있는가. 촬영, 조명 미술, 제작, 연출팀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한예슬 논란을 가장 명확하게 규정하고 정리한 글은 바로 양동근의 트윗 글이었어요. 양동근 역시 아역 시절부터 현재까지 방송 현장과 영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에요. 그런 그가 한예슬 사태를 바라보며 쓴 이글에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말이 정답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리트윗 역시 자신의 생각과 유사하거나 지지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요. 양동근 역시 동일한 감정이라 생각하기에 Shyedy님의 글을 리트윗 했고 이 글을 공감하는 많은 이들이 리트윗과 동의를 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양동근의 말처럼 한예슬은 영악하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벗어나는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그럼에도 촬영 거부를 통해 이런 상황을 불러 온 것을 보면 한예슬이 순진하다는 양동근의 발언에 공감할 수밖에는 없지요.

양동근이 지적한 이번 사태의 주범을 방송국으로 지적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국민과 시청자들과의 약속 운운하면서도 과연 그들이 현장에 있는 이들의 처우와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양동근의 울분을 이해할 수 있지요.

최악의 상황에서 밤샘 촬영을 당연하게 여겨야만 하는 이런 상황은 한예슬로 인해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만 할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한예슬 스타일리스트와 양동근의 발언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