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4. 15:50

김C와 이하늘, 쓴 소리인가 객기인가?

이하늘의 강도 높은 비판에 이어 김C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쓴소리를 내놓았네요. 음악방송과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거대 기획사들 간의 커넥션에 대한 지적에 이은 음악인이 아닌 스포츠 스타에 대한 편애에 대한 김C의 발언은 정당한 것인가요? 아니면 이기적인 생각일까요?

김C와 이하늘이 쓴소리할 자격이 없다구요?



일각에서는 김C와 이하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들먹이며 과연 그들이 음악방송에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네요. 예능 방송에 출연했었고 여전히 출연중인 그들이 갑자기 신곡을 발표하고 예능인이 아닌 음악인 흉내를 내는 것은 웃기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에요.

누구나 알고 있듯 김C는 3년 정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버라이어티인 <1박2일>에 출연해왔어요. 최근 음악과 다른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과감하게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지만 분명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었어요. 이하늘 역시 <놀러와>와 <천하무적 야구단>에 꾸준하게 출연하며 예능 늦둥이로서 자질을 뽐내고 있는 중이지요.

그렇다고 그들을 가수가 아닌 예능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둘 모두 십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꾸준하게 음악을 해왔던 인물들이에요. 김C는 뜨거운 감자라는 그룹으로 이하늘은 DJ DOC라는 팀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던 뮤지션들이었지요.

비록 최근의 아이돌처럼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음원 하나로 활동하는 방식을 통해 꾸준하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항상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들이에요. DJ DOC는 6년 만의 복귀이기에 더욱 음악방송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강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강심장' 출연을 미끼로 '인기가요' 출연을 거래했다면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는 없지요. 더욱 신인도 아닌 15년을 훌쩍 넘기며 활동을 해왔던 백전노장에 과거 악동으로 소문났던 그들이 조용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지요. 과감하게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어요.

이런 분위기가 음악방송과 거대 기획사 간의 구조적인 커넥션에 대한 케케묵은 문제들이 여론화되기를 바랐지만 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던 거 같아요.   

"날 양치기 중년으로 만든 인기가요 PD와 남CP에게 기름기를 뺀 깔끔한 사과를 부탁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작은 아량과 알량한 선심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논란이 된 이후 SBS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김창렬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계속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감사하며 사과를 끝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네요.

분명한 것은 피디와 시피가 그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공개적인 사과를 할 가능성도 낮고 이하늘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도 적어보이네요. 가장 중요한 음악방송과 거대 기획사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접근이나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시작도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져 아쉽기만 하네요.

더욱 김C의 '초콜릿'에 출연해 김연아라는 스포츠 스타는 3곡을 부르는데 가수는 2곡 밖에는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우습다는 표현은 또 다른 이슈가 되었네요. '초콜릿'이라는 방송은 전통 음악방송이라고 부를 수도 없기에 이하늘이 비판했던 것과 달리 큰 반항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어요.

더욱 그나마 정통 음악방송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방송에서 김연아라는 걸출한 스타의 출연과 노래 곡수의 차이를 두고 비아냥하는 것은 아쉽게 다가오네요. SBS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가장 커다란 득을 안겨주었던 김연아가 한 시간을 모두 채워도 좋을 정도였을 거라 보네요.

다수의 시청자들 역시 김연아의 출연과 노래에 비판보다는 환영을 보내는 상황에서 김C의 발언은 크게 다가올 수는 없을 듯해요. 물론 김연아이기에 기존 가수들보다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요. 하지만 김연아가 매일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간만에 방송에 출연하는 그녀가 노래를 한 곡 정도 더 부른 것으로 논란으로 만들어내기는 힘겨워 보이네요.

한 때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탁현민의 발언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네요.

"김c와 이하늘.마음은 충분히 알겠고 문제제기 이유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초콜릿'은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의 변종이다. 정통일식집 간판을 달았다고 해서 '정통'이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아마 그도 모르진 않았을 터"

김C의 비판의 창끝이 잘못 겨눠진 것은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C를 옹호하고 응원하고 싶은 것은 그가 단순히 김연아가 노래 한 곡 더 불렀다는 것으로 옹니를 부리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에서 가수의 위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거라 믿고 있어요.

이하늘이 구조적인 문제를 던졌듯 김C 역시 한정된 음악방송에서 가수라는 존재가 가질 수 있는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건네는 것넸어요. 그렇기에 그들의 문제재기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봐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꾸준하게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라네요.

음악을 오랜 시간 해왔던 이들이 현장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일반인이 지적하는 것은 '하늘과 땅'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많은 대중들이 그들이 재기했던 문제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고 바뀌어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미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좀 더 밀어 붙여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개되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 같아 아쉽기만 하네요.

김C와 이하늘 같이 현장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수들이 더욱 많아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방송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