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30. 15:01

김선아의 버킷리스트, 한예슬이 떠올라 더욱 씁쓸하다

<여인의 향기>에 출연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김선아가 미친 촬영에 지쳐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네요. 충분히 예견된 하지만 절대 바뀔 가능성이 없는 촬영장의 미친 촬영은 언제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뀔까요? 얼마 전 한예슬 논란의 불거진 밤샘 촬영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음을 김선아는 잘 보여주고 있네요.

김선아의 버킷리스트는 슬픈 배우들의 현실이다




"단, 5분 만이라도 눕고 싶다"는 여배우의 한탄은 국내 드라마 제작현실의 열악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네요. 김선아가 자신의 미투데이에 적은 글귀는 고된 촬영장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 슬프게 다가오네요. 김선아가 촬영을 하다 쓰러질 정도로 열악해진 제작 환경. 개선의 여지는 있는 것일까요?

"다리뻗고 단 5분이라도 누워봤으면. 최근 나의 5일간의 버킷리스트 1위"

김선아가 자신의 심경을 담은 이 짧은 글귀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네요. 촬영장이 생방송 촬영하듯 진행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로 다가오지요. 한예슬 촬영 거부 논란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이들은 한예슬이 영악하지 못했다고 탓했지요.

촬영장에서 쓰러져 환호를 받으며 쉴 수도 있었는데 왜 그런 논란을 부채질하고 스스로 모든 돌멩이들을 맞아야만 했냐는 것이지요. 그녀의 이탈은 잠깐 대중들에게 촬영장의 열악함을 상기시키기는 했지만 방송국과 제작사와 함께 주연 남자 배우와 제작 스태프들이 앞장서 한예슬의 문제로 사태를 국한시키며 정리해버리는 과정은 경악스러웠지요.

이 논란으로 인해 에릭이라는 배우는 최악의 존재감으로 추락했고 한예슬은 일부에게 잔다르크 같은 존재로 부각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예슬은 잔다르크가 아닌 무기력하고 전략이 부족한 그저 그런 여배우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녀가 진정 촬영장의 문제에 심각한 고민을 해왔는지 아니며 여건상 둘러대기 위한 면피용 이슈인지가 아직도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10일 동안 침대에 누워본 적이 없다. 차로 이동하면서 쪽잠을 자는 게 전부"

단순히 김선아만이 힘든게 아니라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동욱 역시 10일 동안 침대에 누워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행군을 하고 있는 촬영 현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지요. 배우가 잠도 자지 못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그저 일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큰 일이 벌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에요.

"촬영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배우, 스태프들이 많이 지쳐있다. 토요일 방송을 당일까지 촬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 격려하며 힘겹게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역시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이 문제라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지요. 이런 불합리함을 단순히 서로 격려하는 것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미 극한까지 가버린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듯 치부되는 것도 문제에요.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구조적인 상황을 만든 방송국에서 조금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에요. 한예슬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모든 드라마가 생방송처럼 제작되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방송국의 입장 표명은 그들이 얼마나 연기자와 제작진들을 쥐어짜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제작사의 몫이고 그걸 받아 장사를 하는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계약서대로 물건만 제 시간에 공급하면 상관없다는 식의 발상은 제작 현장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어요.

최근 드라마만 봐도 지독한 촬영일정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촬영을 위해 강행군을 해야만 하고, 연기자가 참다못해 촬영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왔음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지요.

김선아나 이동욱이 간절하게 바라는 휴식조차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제작 현장.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이 힘들 정도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봉에 일하고 있는 제작 스태프들의 환경은 얼마나 최악인지 쉽게 알 수가 있지요.

한예슬의 행동이 100% 환영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적 문제로 키워 논란의 중심을 제작 환경 문제로 이끌었던 것은 의미 있는 모습이었어요. 비록 그 움직임이 며칠에 그치고 말았지만 말이지요. 김선아의 기절과 생방송 촬영의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을 보며 한예슬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었네요. 누군가 현장에서 과로로 쓰러져 숨지지 않는 한 결코 변할 것 같지 않은 대한민국의 촬영 현장은 지옥과도 다름없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