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9. 12:34

이하늘, 표절 가수에 대한 발언 통쾌하다

이하늘이 '한밤의 TV연예'에 이외수와 출연해 표절과 관련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네요. 누군가는 자기 스스로 표절을 고백했으니 훌륭하다고 하면서도 다른 신인 그룹에게는 모진 발언을 마음껏 쏟아붓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던데 그와는 달리 이하늘이 이야기하는 표절에 대한 발언은 의미심장해 보였습니다.

이하늘, 표절 가수들이 더 잘 나간다



우리 사회가 비합리적이고 무법 천지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겁니다. 누군가는 그 어느나라라고 온전한 곳이 있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다른 나라도 그러니 우리도 당연하게 바라보며 살아가자 라는 말은 우습지요. 좋은 측면들을 비교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범죄와 비리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물 타기 하듯 말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네요.

언제나 그러했듯 올 초에도 가요계는 표절 문제로 홍역을 치렀지요. 씨엔블루라는 신인 그룹이 가지고 나온 곡이 표절 시비에 걸렸고 이 문제는 작곡자에 대한 고소 사건으로 번지며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다만 고소를 했던 당사자가 가요계에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존재이다 보니 대중적인 지지나 언론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묻혀가기만 해서 아쉽기만 하지요.

가장 중요한 부분을 표절을 했음에도 단순히 그 부분이 같다고 표절이라 하면 안 된다는 작곡가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실소를 머금게 했죠. 이 한 곡 뿐 아니라 다양한 곡들에 대한 표절까지 거론되며 많은 이들이 질타를 했지만 그 표절 논란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묻혀가고 있네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여가수 중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이효리의 새로운 앨범은 수록곡 중 절반이 통 카피라는 사상 유래없는 넌센스가 일어나며 대중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놨습니다. 표절 논란이 일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많은 이들이 문제재기를 하고 원작자가 소속사와 이효리에게 메일까지 보내며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해당 당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고 월드컵으로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던 시점에 슬쩍 표절 논란을 자신의 팬 카페에 올려놓음으로서 모든 것들을 정리해버렸습니다. 해당 작곡가 집단은 작곡자 한 명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폐업 선언을 하고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이효리의 과거 소속사는 해당 당사자에 대한 고소를 하고 관련 음원을 다운로드 받지 못하도록 조처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벌어들인 금액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도 없습니다. 이효리는 책임을 통감하고 활동을 중지한다고 하더니 연일 이어지는 CF 촬영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많은 대중들을 기겁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래전에 계획되었던 것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자신과 관련된 엄청난 사건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출연을 고사했어야 했죠. 의리를 지키기 위해 출연했다는 그녀의 변명은 옹색하기만 합니다. 정작 그녀가 지켜야 할 의리는 그녀를 믿었던 대중들인데 말이죠.

이 사건은 대한민국 가요계를 완전히 추락시킨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겁니다. 자신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선곡한 곡들에 대해 그저 자신을 옹호하는 팬 카페에 '표절을 인정하는 글'만으로 모든 일을 다했다는 듯한 이효리의 모습은 뻔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표절에 대해 신해철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힘든 두 개의 잣대를 들이대었었죠. 작곡자가 따로 있었던 씨엔블루의 표절에 그들이 진짜 밴드면 은퇴한다는 발언을 내뱉더니 이효리에게는 스스로 표절을 인정했기에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다양한 모습들을 보일 것은 당연하지요. 신해철은 지난 2006년 이효리의 'Get Ya' 표절에 대해서도 '후반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와 너무 비슷하다'고 하면서도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했었지요. 더불어 이런 미국 팝을 따라하며 음악을 만드는 기술만큼은 많이 발전하게 사실이라며 표절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지요.

그런 그가 유독 씨엔블루에 그렇게 독한 이야기를 건넬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런 이중적인 잣대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하늘의 발언 때문이죠.

"점점 옆에서 표절하는 걸 보면서… 표절은 사실 반칙이다"
"표절을 해 나보다 앞서 가는 사람을 볼 때 동생들에게 뭐가 맞는지 말해 주지 못하겠다"
"표절한 가수들이 방송에 나오고 인기도 많다. 공범들이 꽤 많다"

이하늘이 이야기하듯 표절한 가수들이 방송에 나오고 인기도 많다는 말은 정확한 발언이지요. 그리고 공범이 많다는 말 역시 많은 이들은 공감할 듯하네요. 표절은 표절일 뿐 누군가는 옹호되고 누군가는 비난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지요.

더욱 가요계의 영향력을 생각해 봤을 때 이효리라는 존재감은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런 그녀가 직접 프로듀서까지 하면서 작업했던 앨범에 대한 책임감을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후배 가수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기에 우려될 수밖에는 없죠.

이하늘의 이번 발언은 현재의 우리 대중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속이 다 시원하네요. 도덕 불감증에 걸린 연예인이나 그런 연예인들에게 숱한 기회를 주는 방송 관계자, 그리고 그들에게 여전히 열광하는 팬들 모두 공범일 수밖에는 없겠죠.

이하늘의 발언이 속 시원하기는 하지만 방송 영향력이 적은 그의 외침이 그저 찻잔 속에서만 맴돌고 말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