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7. 09:12

손석희뉴스 팽목항 침통하게 던진 한 마디가 모두를 울게 했다

손석희는 이틀 연속 팽목항 현장에서 선채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그 지독한 고통과 아픔이 가득한 바다를 배경으로 뉴스를 진행하는 손석희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동이 난무하고 왜곡을 일삼는 이 한심한 상황에서 올곧은 언론인으로서 가치를 보여주는 손석희는 그래서 반갑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이 결국 죽어서는 안 되는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희생자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참혹한 현실이 우리 눈앞에서 잔인한 방식으로 이어졌고, 그런 현실 속에서 어른으로서 자신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어른으로서 우리 앞에서 보여준 그의 발언 하나하나는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뉴스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과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로 끝이 없던 상황에서도 손석희는 어둔 팽목항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우리에게 어른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제대로 살았다면 결코 이런 끔찍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는 이 지독한 외침은 손석희가 그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무심하게 피어있는 봄꽃들 사이로 바다에 갇힌 아이들을 기다리는 노란 리본의 간절한 행렬을 쫓아오다 보면 이 곳 팽목항에 당도 합니다"

"사고 열흘째, 조류가 다시 조금씩 빨라진 중금기에 들어선 오늘(25일)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시신수습도 거의 정체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들 마음이 더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를 시작하며 손석희는 무심히 피어있는 봄꽃들 사이 노란 리본 행렬의 끝에 팽목항이 있다고 소개를 했습니다. 이 지독한 표현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고 전국 모두가 축제에 정신이 없을 시기 수많은 학생들은 어른들이 만든 거대한 무덤에 갇힌 채 여전히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지독할 정도로 잔인한 탐욕은 결국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들을 수장시키는 가장 끔찍한 현실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탐욕 채우기에 급급하지만 않았다면 결코 이 황당한 사고는 벌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우리 어른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그 어린 학생들을 모두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이 좀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결코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면 결코 아이들을 위기로 몰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른들의 방만과 어른들이 만든 잘못이 결국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 학생들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도 선내에서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었던 아이들. 마지막 사진 속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에 충실히 따랐다는 이유로 죽음이라는 잔인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 지독한 아집 속에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치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배가 기울고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른들의 약속을 믿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질서 정연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그 아이들이 어른들을 믿지 않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면 그렇게 참혹하게 괴물과 같은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른들의 이야기를 너무 잘 들었던 그 착한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들의 허튼 거짓말로 죽음을 맞아야 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아프고 힘겹게만 합니다.

 

왜 아이들은 그렇게 착해야만 했을까요? 우리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어른들 말씀 잘 들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유교 문화의 장점 중 하나인 어른 공경은 여전히 미덕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착한 아이들은 배가 급격하게 기울고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어른들을 믿었습니다.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그 착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자신의 구명조끼에 다른 여자 아이의 구명조끼를 묶은 아이의 시신은 모두를 끔찍한 공포와 슬픔으로 이끌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묶으면서 마지막까지 했을 생각은 단 하나입니다. 어른들이 조만간 자신들을 구해줄 테니 흐트러지지 않고 한 곳에서 어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른들을 믿고 기다려왔다는 사실이 두렵고 아프게 다가올 뿐입니다.

 

"한 기자는 팽목항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손석희가 침통한 표정으로 한 이 이야기는 어쩌면 모든 국민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을 겁니다. 팽목항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영원히 그곳을 알지 못해도 좋았을 텐데, 우리는 팽목항과 맹골수도라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이 지명들을 영원히 모르고 살았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 손석희의 이 한 마디는 우리 시대 어른들을 죄스럽고, 아프게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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