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7. 14:06

태연 mr제거? 당연한 것이 화제가 되는 세상이 아쉽다

소녀시대의 리더인 태연의 mr제거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네요.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노래 잘하는 가수에 대해 환호를 보내는 현실은 씁쓸하지요. 많은 이들이 아이유의 컴백에 탄성을 보내는 이유도 아이유가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에요. 누구 말대로 가수면 저정도는 해야지라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되는데 말이에요.

태연과 아이유, 아이돌의 의미를 되살려 놓다




아이돌이란 그저 나이어린 연예인들을 지칭하거나 그룹지어 춤추는 이들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요. 아이돌(Idol)은 말 그대로 우상을 뜻하는 단어이지요. 다만 거대 기획사들에 의해 10대들이 좋아하는 그룹들이 붐을 이루며 주류를 형성하며 통 털어 이들을 아이돌 스타라고 명명하며 우리에게는 아이돌은 10대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통칭하고 있어요.

이런 아이돌의 특징 중 하나는 연기든 노래든 기존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비교해 준비가 덜 된 이들이 많다는 것이에요.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이다 보니 그 어느 것보다 외모가 선발에서 우선인 상황에서 실력까지 겸비한 인물이 기회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나 거대 기획사들이 체계적인 관리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연습생(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들이 산재하지만) 기간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은 넘기는 수준의 아이돌들을 만들어내는 시기는 왔어요. 거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 소속의 연예인들이 다른 기획사 아이돌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런 점에서 찾아 볼 수가 있지요.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유명한 기획사가 수시로 개최하는 오디션에 참여하고 수십 배수의 연습생들을 뽑아 시간을 들여 추려내는 방식은 기획사가 크면 클수록 좋은 인재가 모이고 걸러질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에요. 

그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도 다른 기획사에서 데뷔를 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 블랙홀 같은 거대 기획사에 의해 규합되는 아이돌 지망생들은 자연스럽게 거대 기획사에 의해 음악 시장 판도가 재편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렸어요. 

10대들의 기호에 맞는 아이돌을 만들어냈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돌들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에 10대들이 젖어들도록 만든 상황이 아이돌 전성시대를 만든 주요한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지요. 태연의 mr제거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돌아 온 듯하지요.  

규모가 거대해진 만큼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다양성이 아닌 판에 박은 듯한 그들만의 전사들은 마치 기계처럼 춤을 추고 기계음으로 도배된 음악으로 가창력은 알아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가수의 개념마저 바꿔버렸어요.

그나마 초창기 아이돌들의 전유물이었던 립싱크가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정도이지요. 립싱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아이돌 전성시대의 병패는 무척이나 크지요. 그런 오래된 문제가 요즘 터져 나오는 것은 아이돌 전성시대도 이제 조만간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아이돌이라 해도 그저 춤추고 노래 흉내를 내는 이들이 아니라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하는 이가 아니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리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때문이지요. 최근 시스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른 것 없어요. 여타 걸 그룹에 비해 시스타 멤버들이 탁월한 미모를 자랑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녀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기본으로 안무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이에요.

데뷔한지 이제 6개월인 시스타가 1년을 넘기고 거대 기획사의 우산아래에서 승승장구하던 티아라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모두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에 대한 평가가 냉철해졌다는 의미이지요.

소녀시대의 실질적인 보이스를 담당하는 태연은 데뷔부터 노래에 대해서는 크게 논란이 없었던 인물이었어요. 걸 그룹 중에서도 가장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다양한 OST 작업 등 소녀시대와 함께 하지 않아도 가수로서의 가치를 높였던 그녀의 mr 제거 영상은 특별할 이유도 그렇지도 않아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지요.

많은 이들이 '3단 고음'이라 칭하며 아이유에 열광하고 태연의 mr 영상에 환호하는 이유는 아이돌 전성시대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받아들여야만 할 거에요.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기계처럼 춤추고 인형처럼 웃기만 하는 아이돌이 아닌 가수라는 명칭에 맞게 기본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봐야 할 거 같아요.

태연이나 아이유처럼 나이는 어리지만 가수면 가수답게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이들이 대접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진정한 가수로 거듭나 최고의 가수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