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 15:46

정형돈 늪으로 전 국민을 사로잡았다

무도 정형돈이 대박을 쳐버렸네요. 무고가 2년 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무도 음악회를 위해 제작진에서 섭외한 가수들과의 모습은 모든 이들이 자지러질 수밖에 없는 즐거움이었어요. 정재형과 짝이 된 정형돈은 미존개오에 이제 귀여운 도니를 합한 국민 개그맨으로 불러도 좋을 정도였어요.

정형돈과 정재형 조합 최상이었다



정재형, 이적, 싸이, 스윗소로우, 10센치, 바다와 함께 무도가 만들어갈 '탄탄대로 가요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들을 넘어설 정도였어요. 일단, 음악적인 성취도 부분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환호를 내지를 수밖에는 없었어요.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놀러와'에 등장해 그 존재감을 극대화했던 정재형은 '무도'에서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완벽한 무도 인으로 거듭나버렸어요. 소심함과 은근한 뒷끝,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와 어우러져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하는 스타일은 무도에 가장 걸맞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정형돈과 정재형이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낯가림이에요. 정재형이 정형돈을 선택하자 기겁을 하며 "나 잘 몰라요", "처음 본 분이에요", "이러면 안돼죠"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 더욱 웃길 수밖에는 없었어요.

노홍철처럼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거나 최대한 빨리 하나가 되는 타입이 아니라 조금씩 알아가는 형돈에게 이런 관심은 두려울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에요. 아직까지도 하하하고 친해지지 못한 정형돈에게 정재형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오늘 무도를 빛나게 만든 것은 정형돈과 정재형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어요. 가장 연장자로 등장해 낯선 예능에 힘겨워 하던 그가 이적과 싸이 등 평소 친분 있는 이들이 등장하며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여지없이 자신의 뒤끝을 보이는 토크로 좌중을 휘어잡기 시작했어요.

중간에 박명수가 흥겹게 분위기를 만들며 옆에 있던 정재형에게 같이 춤추자고 권하자, 머리를 넘기며 "싫어요"라며 물러나는 모습은 유재석이 표현했듯 볼쌍 사나운 재미였어요. 마치 무도장에서 여자에게 춤을 권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은 생각할수록 웃겼지요.


박명수가 남자 역이 되었고 정재형이 수줍은 여자 역으로 나와 무도장의 풍경을 재현했다고 상상하면 정말 유재석 말대로 '기겁'할 일이지요. 이런 섬세함과 고집스러움은 파트너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어요.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그대로 차용한 상대 고르기에서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성질을 부리는 정재형의 모습은 그게 진심이기에 웃길 수밖에는 없었어요.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예능에서는 웃음 폭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정재형은 잘 보여주었지요. 이봉원과 데칼코마니 같다는 지적과 함께 어느새 음악계의 이봉원이 되어버린 정재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이번 '탄탄대로 가요제'의 핵심이 되어버렸네요.

오늘 웃음의 중심은 유재석이나 박명수가 아닌 미존개오 정형돈이었어요.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정형돈은 오늘 완전히 무대를 휘어잡으며 모든 이들이 경악할 수준의 웃음 폭탄을 끊임없이 쏘기에 바빴어요. 정재형이 들어오자마자 수줍은 소년처럼 제일 먼 곳으로 도망쳐 멤버 뒤에 숨은 채 살며시 그를 바라보는 모습은 '귀여운 도니' 그대로였어요.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지드래곤에게 감히 패션 지적을 하는 형돈이는 누구나 아는 패션테러리스트였어요. 그의 은갈치 패션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형돈의 지적 질은 감히 폭언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기게 가능한 도발이고 웃음일 수밖에 없었지요. 뭐든 극과 극은 통한다는 진리처럼 패션의 극과 극을 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재미있었네요.

문제는 자신의 파트너가 될 가수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정형돈이 부른 '늪'이었어요. 잘하지 못하는 노래를 수줍게 했다면 재미없었겠지만 노골적으로 못 부른 노래는 유쾌할 수밖에는 없지요. 내레이션 시작도 엉망이었지만 첫 소절을 시작하자마자 모두가 기겁을 하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지요.

온갖 폼을 잡으며 말도 안 되는 노래를 부르고 아무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자 화를 내며 그가 출연한 가수들에게 내뱉은 발언은 그들을 경악스럽게 했지요. 어쩌면 그들이 태어나서 가장 두려운 이야기일지도 모를 정형돈의 발언은 시청자들을 뒤집어지게 했어요. 

"누구든 한명은 저랑 한다"
"아무나 드는 게 좋을 거다. 나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냐. 한명은 똥 밟는다"

어차피 누군가와는 짝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자 오히려 이를 이용해 가수들을 기겁하게 하는 정형돈의 입기응변은 최고였어요. 누구나 다 알고 당연한 일임에도 간과하고 있었던 선택을 이렇게 예능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정형돈의 예능 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요.

이런 극한 재미의 꼭 지점은 정재형이 일곱 팀 모두에게 들이댈 목적으로 나선 정형돈을 선택하면서 극에 달했어요.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장난한 정형돈을 선택해버린 정재형을 보고 기겁하는 형돈의 모습은 웃지 않고 버틸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울듯이 "나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인데"라며 떼를 쓰는 정형돈의 모습으로 비 오는 주말 저녁을 흥겹게 만들어 주었어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재형과 정형돈 커플로 인해 그들이 어떤 웃음들을 쏟아내게 될지 벌써부터 즐겁게 하네요.

미존개오가 귀여운 도니와 합해지며 '무도'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정형돈. 번뜩이는 순발력으로 스튜디오와 시청자들을 모두 뒤집어지게 만들어준 정형돈으로 인해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었네요. 정형돈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인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