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7. 11:15

육룡이 나르샤 연기본좌 김명민의 존재감, 엿 하나로도 충분했다

엿을 든 고려 시대 김명민의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원 사신을 막는 것이 전쟁을 막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라 확신한 정도전이 이인겸의 계략을 역이용해 원 사신 스스로 두려움을 느끼고 돌아가도록 만든 그 장면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거대한 엿을 들고 권력과 날카로운 칼로 위협하던 그들 앞에 당당하게 선 정도전의 모습은 뭉클할 정도였습니다. 이 장면을 김명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효과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연기 본좌로 불리는 김명민의 존재감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첫 회 첫 번째 용인 이성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도 천호진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연기력은 압권이었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인물인 이성계는 너무나 유명한 역사적 인물입니다. 그런 그를 연기한 연기자 역시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천호진이 보여준 이성계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지난 해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정도전'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다릅니다. 정도전의 모습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롭겠지만 앞선 드라마가 더 우위고 뒤이어 나온 드라마는 따라 하기라는 식의 비난은 옳지 않습니다.

 

거대한 산 같은 이성계를 흠모했던 아들 이방원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개경으로 올라와 우여곡절 끝에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이인겸의 집으로 들어온 그는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기 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이 끔찍한 상황은 어린 이방원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젖을 주지도 못한 채 끌려가 어린 돼지에게 젖을 먹인 이유는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대부들의 입맛을 위해 백성들의 죽음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들의 행동에 구역질을 하던 방원은 아버지가 응징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이인겸의 악행을 알면서도 이성계는 응징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위한 환영식에 자신을 비꼬는 연극을 보여주며 조롱함에도 이성계는 오히려 이인겸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자신이 했던 행동을 알리지 말라는 부탁에 이인겸은 자신에게 충성을 보이라고 요구합니다. 이 굴욕적인 모습을 몰래 본 방원이 분노하고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은 당연했습니다.

 

스스로 이성계의 아들이 아니라 거지 패에 속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어린 이방원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거지패거리에 있던 방원은 분이와 함께 땅새를 구하기 위해 나섭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곳에서 정도전을 만나게 되지요. 첫 회 정도전의 아지트에서 그를 기다리던 이방원과 땅새 이방지가 함께 만나는 장면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도전의 의중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 신진사대부들에 의해 묵인 채 갇힌 그와 땅새. 그리고 그들을 구하게 된 방원과 분이로 인해 역사적인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인겸이 파놓은 함점에 빠져드는 순간 사대부들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도전을 붙잡아놨던 그들은 그 현장에 정도전이 모습을 드러내자 당황했습니다.

 

이인겸은 길태미를 분장시켜 정도전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던 그들의 노력은 무산이 되었습니다.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는 정도전을 제압하고 역적으로 몰아 자신들에 반하는 사대부들을 모두 몰락시키려던 그들의 노력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길태미에 제압당한 정도전의 웃음에 놀란 그들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엿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도전에 손에 들린 것은 칼이 아닌 거대한 엿이었습니다. 원 사신에게 줄 선물이라는 정도전은 이인겸의 머리 위에 있었습니다. 원 사신에게 이미 서찰을 보내 경고를 했고, 그 자리에서 원 사신이 스스로 두려움에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인겸의 지시로 정도전을 잡아 내리려는 행동에 젊은 사대부들이 인간의 막을 쌓아 버텨냈습니다. 인간 장벽을 쌓아 폭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도전을 지키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뜬금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현재 고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 노래는 다른 이들의 합창으로 이어졌고, 숨죽이고 있던 백성들까지 정도전을 지키고 원 사신을 막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정도전의 이런 모습을 보며 어린 이방원은 "잔트가르... 그가 진짜 잔트가르다"라고 감탄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힘겨워하던 어린 방원은 정도전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은 것이지요. 이런 방원과 조금 다른 이유지만 분이와 땅새 역시 정도전의 모습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도전이 부르던 노래는 바로 사라진 자신의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서가 바로 그 노래였다는 점에서 분이와 땅새는 정도전이 자신의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 희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정도전을 중심으로 이방원과 이방지는 모이게 되었습니다.

 

점점 흥미로워지는 '육룡이 나르샤'는 역시 기대작이었습니다. 천호진의 묵직한 연기에 이어 연기본좌라 불리는 김명민의 신의 한 수 같은 연기는 시청자들을 황홀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명민의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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