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 11:22

남격, 아시아 밴드 출전포기가 반가운 이유

남자의 자격은 언제부터인가 일요일 오후 시간대 최강자였던 '1박2일' 마저 넘어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어요. 완벽하게 넘어섰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남자의 자격'은 결코 '1박2일'이 근접할 수 없는 특별함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버라이어티가 되었어요.

밴드와 합창, 도전은 있고 욕심은 없다




남자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첫 회의 엉성함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한 방식으로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되었어요. 말도 안 되는 도전들 속에서도 항상 의외의 성과들을 얻어내던 그들이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 바로 직장인 밴드였어요.

그들이 밴드를 만들고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은 김태원이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어요. 아이돌 전성시대 여전히 밴드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부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김태원의 역할은 밴드 도전을 가능하게 해주었어요.

기타를 만질 줄도 모르는 이들에게 코드 잡는 법을 가르치고 연습을 시키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어요. 김할머니라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그는 예능에 출연하면서 밴드로서의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최악의 체력으로 구시렁거리기만 하는 독특함으로 사랑을 받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음악인 김태원이 아닌 예능인 김태원이 되어버린 그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것이 바로 '직장인 밴드'였어요. 자신의 예능 도전을 화려하게 빛나게 해주었던 동료들을 위해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총괄 프로듀서를 해서 그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할머니 김태원은 밴드 도전을 통해 할마에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고 음악에서만큼은 양보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윤형빈이 앨범을 내기도 한 준 프로급의 실력을 갖췄고 뮤지컬을 하는 김성민이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악기를 만져보지도 않았던 이들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이미 자신 스타일에 굳어져 바꿀 수도 없는 김성민은 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덩어리였어요. 앨범 작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윤형빈 역시 큰 도움을 주기는 힘들었지요. 이정진은 '도망자' 촬영으로 밴드 연습에도 자주 보이지 못하고 공연 날 겨우 무대 시간에 쫓겨 도착할 정도로 그들의 도전은 힘겨움뿐이었지요.

이윤석은 매주 드럼 학원에 다니며 드럼을 배우고 다른 멤버들도 시간 나는 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직장인 밴드' 도전의 의미였지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도전은 '무한도전'과 무척이나 닮아있지만 '남격'만의 재미를 갖춰 또 다른 의미를 전해주었어요.

과연 틀리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4분을 즐기고 내려올 수 있을까란 의구심만 있었던 그들의 공연은 감동이었어요. 무대체질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이라 그런지 무대에 올라 천여 명에 달하는 관객들 앞에서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는 대단했지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주를 하고 즐긴 그들에게는 본선 10팀 중 4위에 해당하는 동상 수상이라는 뜻밖의 성과까지 주어졌어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성과는 그들에게 1년을 넘게 이날을 위해 노력해왔던 대가였어요.

1회 컴퍼니밴드페스티벌에서 동상을 수상하면 10월 아시아 대회 출전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그렇기에 그들은 다시 한 번 더욱 커다란 도전을 할 수도 있었어요. 지금보다도 더욱 큰 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해외로 나가 남격의 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과감하게 던져버렸어요.

"애초부터 약속했던 부분이 아니다"
"같은 곡으로 아시아권 대회를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한다고 다 방송이 되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도 민폐가 아니겠냐"


남격 신원호 피디가 이야기를 하듯 여러 가지 상황이 우선 그들의 또 다른 도전을 포기하도록 했어요. 물리적인 한계가 그들의 국제대회 도전을 힘들게 했다고 보여 지지요. 그 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원칙이었어요. 처음부터 약속된 부분이 아니고, 같은 곡으로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말이지요.

나아가 자신들로 인해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도 민폐가 될 것이라는 말은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는 없지요.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이미 직장인 밴드에 도전한 것마저도 어떤 의미에서는 민폐일 수도 있던 상황에서 아시아 대회까지 욕심을 냈다면 이는 그동안 남격에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진정성에도 큰 상처를 입히는 결과가 되었을 거에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결과보다는 도전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과 만능주의에 젖은 사회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덕목이니 말이지요. 그래서 '남자의 자격'이 보인 아시아밴드 출전 포기는 반갑기만 하네요.

합창대회 출전 역시 박칼린이 이야기하듯 우승이라는 결과가 아닌, 참가하는 자신들 스스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말처럼 그들의 도전은 아름답네요. 3일 대회에서 결과보다는 그 도전의 흥겨움이 돋보이기를 바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