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2. 14:35

아이돌 수영대회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이유

몰락해가는 MBC가 설 연휴 특집으로 추석특집에서 재미를 봤던 아이돌 육상대회를 다시 개최한다고 하네요. 김재철 사장의 부임이후 공정성도 재미도 유익함도 모두 잃어버린 MBC로서는 뭘 해도 힘겨운 날들이네요. 수영복을 입는다고 선정적이지는 않지만 누가 왜 입느냐에 따라 선정적일 수는 있겠지요.

왜 하필 아이돌 수영대회인가?



지난 추석 특집을 통해 MBC가 건져 올린 성과라면 '아이돌 육상대회'였어요. 국내 아이돌이 거의 대부분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의 힘을 보여준 이 특집은 성공을 거뒀지요. 아이돌 전성시대에 아이돌이 다 모여서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발상이니 말이에요.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남녀 아이돌들이 펼치는 육상 대회는 나름의 볼거리도 보여주었어요. 아이들이 체육대회를 하면 부모들이 구경을 가기도 하듯 아이돌들이 체육대회를 하니 부모의 마음 혹은 팬의 마음들이 모여 그들을 주시하는 것은 아이돌 전성시대라 자연스럽기까지 했어요.

방송국 역시 의외의 시청률에 고무되어 정규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명절 특집으로 다시 방송한다는 기획들이 나오곤 했었죠. 그렇게 MBC에서는 보물 같은 아이돌 특집이 이번에는 수영까지 추가된 형태로 설 연휴 특집으로 방송된다고 하네요.

분명 체육대회에 다양한 형태의 경기들이 준비되는 것은 당연한데 수영 대회를 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은 선정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수영을 한다고 선정적이라면 이 세상 수영하는 모든 이들은 선정성에 노출된 성 상품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하지만 선정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최근 MB가 장악한 방송에서 선정성을 이유로 복장 검사와 춤 검사까지 하는 상황에서 아이돌의 수영대회는 자연스럽게 선정성의 연장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지요.

수영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어요. 박태환을 비롯해 새로운 수영 천재들의 등장으로 국내 수영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 아이돌 체육대회에 수영이 추가되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선정성을 염려하는 것은 방송의 특성 때문이에요.

수영장에서 자신은 수영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과 함께 수영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에요. 물론 대회는 경기라는 특성상 관객이 존재하지만 이는 다른 것이니 말이에요. 수영 선수도 아닌 아이돌들이 수영 대회를 한다면 의도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양산될 수밖에는 없고 과도한 경쟁은 노출 경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기획 의도는 너무나 명확하지요. 남자 아이돌은 복근을 내보이고 여자 아이돌은 원피스 수영복이 대부분이겠지만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여줘 시청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일거에요.

시청률에 목을 매고 있는 방송사에서는 남자 아이돌들의 복근에 초점을 맞추고 여자 아이돌들의 몸매에 카메라를 들이댈 것이 당연해보이지요. 이런 상황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스포츠로서의 수영대회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 예능의 한계이자 문제점이에요.

"선정적으로 볼 요소는 없다. 박태환 선수, 정다래 선수가 수영을 해도 선정적인가. 수영복만 입는다고 다 선정적이라는 시각이 아쉽다"


수영선수들을 선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은 소수이지만 아이돌들이 수영복을 입고 수영대회를 한다면 선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다수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일까요? 안 했다기보다는 그럴 것이라는 전제아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봐야겠지요.

육상대회는 다양한 종목들이 있어 말 그대로 아이돌들의 건강미를 엿볼 수도 있었고 세계육상대회 유치를 통해 육상 선진화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잘 맞아 떨어졌어요. 하지만 수영 하나의 종목을 하면서 130명이나 되는 아이돌들이 참여한다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런 선정성 논란마저도 생각하지 못했다면 기획했던 피디가 세상을 너무 모르는 것이고 알면서도 추진하는 것이라면 철저하게 시청률에 눈이 먼 기획이라고 볼 여지가 높아요.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아이돌들의 수영대회를 선정적으로 볼 이들이 아닌 이들을 압도할 테니 말이에요.

수영대회가 안 될 이유도 없지만 왜 수영대회만을 고집하느냐 도 의문 이들지요. 그룹들이 많은 아이돌의 특성을 살린 구기 종목도 가능할 테고 팀별로 할 수 있는 경기들을 찾아보면 수영이 아니더라도 무수히 많은 종목들이 선택 가능할 텐데 수영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여러 가지 변수들과 함께 아이돌 선정성 장사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네요.

절망에 가까워지는 망가진 MBC이기에 더욱 신뢰감이 떨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할 거에요. 과거 MBC라면 좀 더 탄력적인 기획이 나왔을 테고 수영대회를 개최한다 해도 지금처럼 단정적으로 '선정성'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김재철로 인해 MBC가 참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선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돌 수영대회'가 과연 어떤 형태로 방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방송 전부터 불거진 이 문제는 방송 이후에도 한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는 없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