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9 07:03

드라마 기억이 남긴 유산은 이성민만은 아니다

연기의 신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했던 이성민 주연의 드라마 '기억'이 지난 7일 16회로 종영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는 없었지만 정의를 지킨 의로운 변호사로서 이성민은 감동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이성민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그의 연기는 감탄스럽기만 했습니다.

 

'기억'은 분명 이성민의 탁월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성민의 신기한 연기력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이처럼 낮은 시청률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케이블에서 2%대 후반(마지막 회는 3.619% 기록)의 시청률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최근 10%가 넘는 말도 안 되는 시청률들이 나오면서 이 정도면 실패라고 보는 경향이 늘었을 뿐입니다. 케이블에서 1%만 넘어도 좋은 시청률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결코 시청률에서도 실패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나영석 피디의 예능인 '신서유기2' 역시 3%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거운 주제를 가진 '기억'이 이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결코 실패한 드라마라고 불려서는 안 될 겁니다.

 

 

이성민의 탁월한 연기만이 아니라 의외였던 것은 2PM 멤버인 이준호의 연기였습니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준호였지만 이 정도로 연기를 잘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진이라는 변호사로 출연한 이준호는 이성민을 보면서 연기력이 더욱 상승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연기의 신이라 불려도 좋을 이성민에 이어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대단합니다. 워낙 좋은 이야기와 꼼꼼한 연출로 이어진 '기억'은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마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참 좋은 드라마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역들도 잠깐 등장한 카메오까지 연기에 흠을 잡을 만한 이가 없을 정도로 '기억'에 출연한 배우들은 최소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하는 배우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기억'은 참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입니다. 한류 스타를 내세우지 않으면 편성조차 받기 힘든 현실 속에서 '기억'은 그 모든 것보다 더 값진 이야기의 힘을 믿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을 돌아보게 된 박태석. 그는 기억을 잃으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15년 전 아들을 잃었던 태석은 기억을 잃으며 아들의 환영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픈 기억을 애써 숨기기만 했던 태석은 그렇게 알츠하이머를 통해 더는 도망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족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제는 가족과 사랑이었습니다. 15년 전 사건의 진시를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듯 짜릿했지만, 언제나 그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가족과 사랑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태석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불행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가 부러워지는 것은 그를 믿고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인과 그런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생각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15년 전 사건은 뺑소니 사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벌 2세의 잔혹한 살인사건이었던 '희망슈퍼 살인사건'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사건을 해결해가는 상황에서 가족이란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박태석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아들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으로 1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에서도 재심 변호로 무죄를 이끌어냈습니다.

 

법조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던 '태선 로펌'의 이찬무 대표는 가장 중요한 가족으로서 사랑이 부족했습니다. 현재의 로펌을 만든 어머니 태선은 철저하게 집안의 명예만을 존중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그녀에게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엉망이었고, 결국 모든 것이 뒤틀리게 만드는 이유였습니다.  

 

아들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고 이를 빌미로 더 큰 죄를 짓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찬무와 달리, 아들 이승호는 자수해서 자신의 죄를 뉘우쳤습니다. 태석의 영향이 만든 결과였지만, 두 집안의 차이는 그렇게 컸습니다. 정신병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재벌가 2세인 신 부사장의 경우는 더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어도 이를 은폐하기에만 급급할 뿐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은 필요하지도 않은 듯 행동하는 신 회장의 모습은 최악이었습니다. 그저 돈만 많으면 그만이라는 이 한심한 재벌가의 집안은 그렇게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가족을 통해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 '기억'은 그래서 탁월한 드라마였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삼박자인 연출, 각본, 연기가 완벽했던 '기억'은 말 그대로 웰 메이드였습니다. 여기에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완벽하게 드라마로 만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드라마였습니다. '기억'은 이성민만이 아니라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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