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2. 11:06

뮤뱅 이승기, 소시와 원걸의 걸 파워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원더걸스가 오랜만에 국내에 돌아와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하는 첫 무대라는 점에서 뮤뱅은 관심을 받았어요. 소녀시대가 복귀앨범으로 이미 모든 것을 성취한 상황에서 등장한 원걸이 소시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되었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욱 큰 기대는 이승기의 복귀 무대였어요.

이승기, 아이돌이 넘쳐나는 무대에서 홀로 빛난 남자 솔로였다




언제나 그러하듯 이번 뮤뱅 무대도 아이돌들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대였어요. 참 다양한 그룹들과 여성 솔로들이 등장한 뮤뱅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이들은 소녀시대가 과연 다시 1위를 할까와 원더걸스가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일까 였어요. 여기에 음반 발매를 하고도 음악 방송 출연이 없었던 이승기가 과연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는 없었지요.

하지만 이들 외에도 5년 만에 복귀한 노을의 무대 역시 좋았지요. 탁월한 솜씨를 자랑하고 있으면서도 활동이 없었던 그들이, 다시 뭉쳐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어요. 노라조가 다시 새로운 곡으로 팬들 앞에 나서 자신들 특유의 음악을 보여주었지만 비주얼 쇼크를 무기로 삼는 그들에게 오늘 무대는 많이 부족해보였네요.

서영은, 알리, 메이비, 제이세라 등 여성 솔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자신들만의 매력을 발산해준 것도 흥미로웠지요. 메이비의 노래는 언뜻 들으면 써니힐의 '미드나잇 서커스'를 연상시키기도 했어요. 춤이나 리듬 등이 표절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유사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했네요.

음악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고 공정성이나 형평성이라는 기준에서 이미 모든 것을 상실한 상황이기에 뮤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무의미할 거에요. JYJ 사건 하나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에요. 그렇기에 1위 수상이라는 것은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아요. 물론 어떤 방송이든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거대 기획사 소속들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1위라는 타이틀이 이처럼 헐겁고 허무하다는 사실은 아쉽지요.

소녀시대가 연속해서 1위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지 대단하다는 느낌은 더 이상 들지 않는 이유는 당연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요. 언제부터인가 소시가 어느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기준들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그녀들의 이런 성과는 놀라움이라기보다는 당연함으로 다가오기만 합니다.

미국 진출을 외치며 오랜 시간 외국에 있었던 원더걸스가 복고를 버리고 새롭게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박진영 스스로 '원걸'에 대한 미친 듯 한 칭찬이 이어지며 과연 그녀들의 무대는 어떨까에 대한 기대는 많은 이들이 했을 듯해요. '원걸=복고'였던 이미지를 벗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소속사 사장이 그렇게 칭찬을 하는 모습까지는 아니었네요.

물론 원걸이 복귀하기를 누구보다 그리워하고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이 무대가 얼마나 흥분되고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알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만족감을 느낄 정도의 특별함은 아니었네요. 일부 언론에서 호평 릴레이를 기계적으로 뿜어내기는 하지만 이는 거대 기획사 가수들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기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기에 무의미하지요. 

'G.N.O'와 'Be My Babe'등 두 곡을 부른 그녀들의 무대는 그저 원걸이다라는 생각을 주기는 했지만 소녀시대를 압도하거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네요.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젠 낯선 존재처럼 다가오는 그녀들의 무대는 박진영 스스로 자신의 곡에 자자도취에 빠진 것과는 달랐네요. 가창력의 한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불안함만 안겨준 그녀들은 그저 과거나 지금이나 분명한 한계를 다시 보여준 셈이었네요. 소녀시대와 비교하기에는 너무 달라진 위상과 모습의 원더걸스. 이런 모습이 그들의 현재일 수밖에는 없어 보이네요.

2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황제 이승기는 밴드 음악으로 돌아왔어요. '투나잇'을 밴드 사운드에 맞춰 부르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오던 예능인 이승기는 아니었어요. 이미 아송페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이승기의 복귀를 알리기는 했지만 공중파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것은 이번 뮤뱅 무대가 처음이지요. 

밴드 사운드를 활용해 '투나잇'을 부르는 이승기의 모습은 흥미로웠어요. 과거 달콤하게만 다가오던 이승기가 아닌 이젠 진정한 남자로 돌아온 이승기의 매력이 이 노래에 모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좀 더 풍성한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밴드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보컬로서 이승기의 모습은 보기 좋았네요.

등장과 함께 1위 후보가 된 '친구잖아'는 이승기 특유의 발라드를 엿볼 수 있었지요.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대중적인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이 곡의 완성도는 뛰어나지요. 2년 동안 가수로서 활동을 하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열창을 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그 자체로 행복해질 수밖에는 없었네요. 예능과 예능 MC, 연기자로 하는 일마다 최고의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본업인 가수로서 활동이 아쉬웠던 이승기가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웠던 뮤뱅이었네요.

가수, 배우, 예능인 등 진정한 멀티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승기. 단순히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도전한 그 모든 것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대단하지요. 다시 돌아온 가수 본업에서 얼마나 많은 재미와 감동을 팬들에게 선사할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