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8. 07:03

뿌나 한석규에 이은 추적자 손현주, 연기의 신 계보를 이었다

2011년은 '뿌리깊은 나무'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낯설었던 세종대왕 연기를 완벽하게 해주었던 한석규는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2012년 '추적자'에 출연한 손현주가 한석규가 시청자들에게 얻었던 '연기의 신' 계보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손현주, 광기와 절제의 미가 만들어낸 절정의 연기

 

 

 

 

 

사회적 이야기를 이렇게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네요. 정치, 경제, 사법기관과 언론까지 사회 전 분야를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작가의 힘 일거에요. 박경수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혼신을 다해 만든 '추적자'는 어쩌면 드라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흥미롭게도 <뿌리깊은 나무>와 <추적자>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습니다.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고 담론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 속에 담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으니 말이지요. 시대가 다르고 지위가 다르기는 했지만 세종이나 백홍석 모두 잘못된 권력에 대한 저항과 올바름에 대한 추구에서는 동일했으니 말입니다.

'뿌나'에서 보여준 한석규의 모습은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교본과도 같았어요. 그동안 천편일률적이던 세종의 역할과는 차원이 다른 한석규만의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저 색다른 세종대왕의 연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석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탁월한 연기였다는 점이 중요하지요. 기본적으로 탁월한 연기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런 특별한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도 없었다는 점에서 한석규의 세종대왕은 사극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인물이었습니다.

 

'추적자'에서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로 등장한 백홍석의 모습은 아버지란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시간들이었어요. 단순히 부정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낸 모습은 최고일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서회장과 사위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강동윤, 그리고 최정우 검사와 형사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어요. 강동윤의 사랑을 받지 못하자 어긋나기 시작한 재벌가 딸인 서지수가 벌인 끔찍한 교통사고는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시작이었지요.

 

서지수와 함께 있었던 아이돌 스타 PK준이 자신이 얻은 인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살릴 수도 있었던 백홍석의 딸인 백수정을 죽음으로 이끌었어요. 물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깨어나서는 안 되는 권력을 가진 자들로 인해 백 형사의 딸은 그의 절친인 의사에 의해 죽고 말았어요. 그렇게 딸을 잃은 아버지는 왜 자신의 딸이 죽어야 했는지, 그리고 누가 그렇게 죽였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는 사건 수사를 통해 자신의 딸이 마약 사범에 원조교제를 한 파렴치한 청소년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기 때문이지요.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가야 했던 수정에게 온갖 추잡한 죄를 뒤집어 씌웠지요. 그렇게 죽어서까지 더렵혀진 딸의 명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아버지 백홍석은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분노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인 한오그룹 서회장의 딸인 서지수가 운전자였고, 그의 남편이자 대통령 후보인(자신이 근접 경호를 맡아했고, 그의 말에 속아 딸의 저금통까지 깨서 선거자금으로 보내주었던) 강동윤이 수정을 죽이도록 교사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만 했어요.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정치인이 사실은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는 부모는 없었겠지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법정에서 PK준은 백 형사의 총에 맞아 죽고, 탈출까지 감행한 백홍석의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살인을 하고 도주 중인 범인을 응원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기 때문이었을 거에요. 자신의 안위보다는 딸의 누명과 명예, 그리고 억울하게 딸을 따라가 버린 아내를 위해 백홍석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숨 막히는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며 드러나는 권력의 실체는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분노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이지만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려지는 권력의 어두운 실체는 공분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법 위에 군림하고 모든 것이 자신들의 힘 아래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은 진실마저 왜곡하며 피해자인 백홍석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함께 분노하고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제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었을 거에요.

 

극적인 순간 대통령이 유력한 강동윤에게 자백을 받아 전 국민이 볼 수 있게 만든 백홍석의 노력으로 권선징악은 결실을 맺게 되지요. 모든 것을 속인 채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그는 실체가 드러나며 낙마하게 됩니다. 권력을 놓쳐버린 권력자 주변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되지요. 그렇게 그는 법정에 세워지게 되고 8년 형을 선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정의를 위해 싸웠던 백홍석은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게 되지요. 정의를 감추려는 자는 8년을 선고받고, 정의를 실천하려 했던 자는 15년이라는 형을 받는 것이 법이라는 사실은 다시 한 번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사는 서민들에게 이런 판결은 분노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손현주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물론 '추적자'에 등장한 인물들 중 연기를 못하는 출연자가 없었던 만큼 연기력을 논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역의 김상중은 그 차가운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연기로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김상중과 날카롭게 대치해왔던 서 회장 역의 박근형의 연기는 노련함이 만들어낸 명품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재벌가 회장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박근형은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수시로 바꿔가며 정재계를 완벽하게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서 회장 역은 박근형이 아니면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여기에 만년 형사에 풍족하지는 않지만 단란한 가족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실감하며 살아가던 백홍석 형사를 연기한 손현주는 연기의 신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거친 형사와 부드럽고 장난기 많은 아빠, 한없이 다정하고 애뜻한 남편, 처절함만 남은 도망자,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법 앞에 당당한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손현주라는 존재는 '추적자'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강렬하지만 그 강렬함을 매번 쏟아내지 않고 흐름을 읽고 그 에너지를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던 손현주라는 인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지난 해 시청자들에 열광적이 지지를 받았던 한석규에 이어 올 해는 손현주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입니다. 광기어린 연기만이 아니라 절제하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미세한 흔들림 하나마저도 완벽하게 담아내는 손현주는 진정한 연기의 신이었습니다.

 

박경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대단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낸 배우들. 주연과 조연, 단역을 무시하고 모두 대단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 '추적자'는 그렇게 막을 내렸네요. '뿌나'를 보면서 느꼈던 그 막연한 허전함이 '추적자'에서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보면 두 작품을 보며 느낀 감동의 폭이 비슷했나 봅니다.

 

한석규와 손현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이 연기의 신들이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만약 두 남자의 연기가 함께 한다면 다시 한 번 '신들의 전쟁'이 시작될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지난 해 한석규가 시청자들에 의해 얻어낸 '연기의 신'이라는 칭호는 올 해 손현주에게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을 이어 누가 '연기의 신'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이 배우들의 열정은 오랜 시간 잊지 못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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