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9. 12:13

응답하라 1994 정우 고아라 정은지 넘어 진정한 연기자로 변신할 수 있을까?

외모와 달리 성공하지 못하는 연기자들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고아라라는 사실 역시 분명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왔던 고아라가 긴 시간 동안 연기를 했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그녀의 연기가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이번 도전은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지난 해 화제를 모았던 '응답하라 1997'이후 다시 손을 잡고 '응답하라 1994'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지난해에도 이야기를 했듯, 원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1994년이었다고 합니다. 여러 상황상 어쩔 수 없이 1997년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두 1994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드라마는 분명 중요했습니다.

 

 

응칠이라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로 '응답하라 1997'는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단순히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응칠'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복고가 다시 유행하는 상황에서 그런 복고를 완벽하게 담은 '응칠'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환호를 받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응칠에 대한 기억이 여전한 상황에서 '응답하라 1994'는 지난 주 0회에 이은 첫 회 방송에서도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대학 농구 열풍과 서태지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다시 전개되는 빠순이의 활약은 결과적으로 응칠이에서 그렇게 봐왔던 이야기의 반복이 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시기가 다르고, 사람이 달라도 빠순이의 성공시대는 동일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첫 회 중요했던 것은 과연 고아라가 정은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고아라는 오늘 첫 방송에서 자신을 완전히 버리는 연기에 집중했습니다. 고아라는 2003년 반올림에 이옥림으로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린 아이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연기도 잘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13살 어린 나이의 연기는 그곳에서 멈춰있었습니다.

 

 

'반올림'의 성공이후 출연했던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좋은 평가나 성공을 하지 못한 고아라로서는 과거에 갇힌 아역 출신 연예인일 뿐이었습니다. 최악의 드라마로 낙인이 찍힌 '맨땅의 헤딩'은 거대 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한심한 연기의 극단적 결과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발연기가 드라마의 재미를 모두 잡아갔고, 이렇게 절망이 된 드라마는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좀처럼 아역 출신시절의 인기는 모두 사라지고. 옥림이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고아라가 선택한 '응답하라 1994'는 마지막 선택이었을 겁니다. SM이라는 회사에 속해있지만 좀처럼 연기자로서 변신에 쉽지 않은 그들은 장동건 등 연기자들을 영입하는데 열중했고, 자체적으로 안되는 연기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연기자로서 좀처럼 성공하지 못하던 고아라는 스스로 망가짐을 선택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향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투리 사용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빠순이 연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주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이 역시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첫 회 연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선배격인 정은지였습니다.

 

응칠이가 방송되기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것은 과연 연기 경험이 없는 걸그룹 출신 정은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 였습니다. 아이돌들이 많이 출연하며 드라마에 대한 평가 역시 한심한 아이돌 드라마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하면서부터 비난을 하던 이들은 칭찬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비난을 하려해도 아이돌들은 흠집을 잡힐 만한 연기력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여주인공인 정은지의 경우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혹자는 정은지의 연기를 그저 사투리가 전부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저 사투리만 걸출하게 할 뿐 그녀가 한 연기는 무엇이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첫 회가 방송된 '응답할 1994'의 고아라를 보면 정은지가 얼마나 연기를 잘 했는지가 증명되었습니다.

 

농익은 사투리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기로 완벽하게 극중 성시원으로 완벽하게 빙의한 정은지는 '에이핑크'의 은지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섬머슴같은 모습에 걸쭉한 사투리까지 하나가 된 그녀는 완벽한 연기로 응칠이 인기의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응칠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복고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은지의 발견이었습니다.

 

결국 '응답하라 1994'가 성공하기 위해서 넘어야만 하는 것은 고아라가 정은지의 아우라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고아라가 정은지가 구축한 응칠이 속의 성시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이 드라마는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아라가 제작진과 인터뷰 후 머리까지 짧게 깎으며 성나정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금은 과장된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고아라만의 나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첫 회만으로 고아라의 연기를 모두 평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기존의 고아라를 버리고 코믹함과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줄만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 연기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은지가 구축해 놓은 성시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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