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3. 08:49

속사정쌀롱 신해철 마지막 방송 그 대단한 존재감, 시청자들 울렸다

고인이 된 신해철의 마지막 방송이 된 '속사장쌀롱'은 그가 왜 위대한 존재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신해철이 그렇게 빨리 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는 담담하면서도 특별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JTBC에서 등장하는 유사한 방송들과 큰 변별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신해철의 등장만으로 다름으로 다가왔습니다. 

 

신해철과 진중권이라는 존재가 함께 한다는 사실은 '속사정쌀롱'이 유사 프로그램들과 다름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무조건 씹기만 하는 방송이 아니라, 상황을 전개하고 정리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독설가들인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은 '속사롱쌀롱'이 특별하다는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첫 회 '후광효과'를 주제로 펼친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윤종신과 신해철, 진중권과 장동민, 강남이 고정 패널로 등장한 '속사정효과'는 나름 흥미로운 조화로 다가왔습니다. 이들의 방송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진중권과 신해철의 조화였습니다. 학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진중권과 좀 더 편하고 쉽게 정리를 해주는 신해철은 참 조화롭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첫 방송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신해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신해철의 사망으로 인해 녹화를 마친 '속사정쌀롱'은 방송이 불투명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의 바람으로 신해철의 마지막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유족들이 원했던 방송 속 그의 마지막은 왜 수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파할 수밖에 없는지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여전히 강렬함을 간직한 채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될 수 있기를 바라는 신해철의 발언들은 우리 사회에서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합니다.

 

"이 방송은 2014년 10월 9일에 녹화되었습니다. 방송 여부를 놓고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故 신해철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와 영상을 그를 추모하는 수많은 팬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유가족분들의 소중한 뜻을 받아 어렵게 방송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일 방송된 '속사정쌀롱'은 방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막을 통해 고인이 된 신해철을 기리는 방송임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거의 한 달 전에 방송되었지만, 첫 방송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망한 고인으로 인해 방송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시청자들 곁으로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유가족분들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였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첫 방송에 나선 신해철은 홈쇼핑 란제리쇼를 보는 것이 취미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독설가로 이미지가 강한 신해철이지만 자신의 취미라고 밝힌 내용을 통해 누구나 자신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 역시 신해철다웠습니다.

 

"결혼할 때 내가 잘 웃길 수 있는 여자, 나에게 잘 웃어주는 여자, 내가 쉽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아내는 작은 일에 감사하고 작은 노력에도 웃어준다. 그래서 그런 사람과 결혼했다"

 

신해철은 마지막이 된 방송에서도 부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 암에 걸려 힘든 상황에 처한 부인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한 남자 신해철. 결혼 전 암투병을 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청혼을 하고, 결혼을 해서 본격적으로 부인을 도왔던 이 남자는 여전히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잘 웃길 수 있는 여자. 나에게 잘 웃어주는 여자. 내가 쉽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내라며 팔불출처럼 자랑하던 남자 신해철. 그는 자신의 아내가 작은 일에 감사하고 작은 노력에도 웃어준다며 한없이 행복해 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해하던 그가 이제는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래서 믿기지 않습니다.

 

방송의 주제였던 '후광효과'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다른 이들이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 만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었지만, 외국인인 강남을 이해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해철은 달랐습니다. 철저하게 강남의 입장에서 너무나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모습에서 신해철이 왜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독설가는 아니다. 예쁜 말은 금방 사라지고, 독설은 뼈처럼 오래 남는 것. 대가족 사이에서 자라서 상대에 맞추는 걸 굴욕스럽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당한 걸 강요하면 싫다. 데뷔하고 처음 방송국에 갔을 때 프로듀서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 잘못된 관계의 용어들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안 불렀다"

 

신해철은 자신에게 붙어있는 독설가라는 표현에 대해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저 독설은 뼈처럼 오래 남는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부당한 것을 강요하면 싫다고 말입니다.

 

과거 방송국에서는 프로듀서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선생님이라 불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게 바로 신해철이고,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곳이든 돈을 벌 수는 있다. 꿈을 꿀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흘리는 땀은 아니다. 미래가 없는 노동은 해결책이 아니다. 어둠 속의 청춘에게 몸이 힘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못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운전하다가 기름이 떨어졌을 때, 보험사에서 최소한 주유소까지 향하는 기름을 넣어준다.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복지다"

"수입 없이 작업실에 앉아서 민폐를 끼치면서 기다리는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하면 생계에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발을 쉽사리 떼지 못하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것에 염려가 있는 것이다"

'갓수'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백수들이 많은 시대. 철없는 백수 형에 대한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신해철의 발언은 오늘의 백미였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신해철이 떠났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아파하는지 이 부분에 명확하게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에게 용돈 40만원을 받아 살아가는 백수 형이 공무원 시험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9살이나 어린 여자 친구에게 용돈 중 절반인 20만원을 준다는 사실이 황당하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이런 사연에 대해 각자 자신의 입장들을 밝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백수와 그런 백수들을 양산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최소한 밖에 나가 일을 하면 40만원은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과정에서 신해철은 어느 곳에서나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지만 미래가 없는 노동은 해결책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몸이 힘들어 못하는게 아니라 미래가 보이지 않아 어려운 것이라는 신해철의 발언 속에는 그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가득했습니다.

 

최소한 운전을 하다 기름이 떨어지면 보험사 직원이 주유소에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름을 넣어준다는 상황을 비유해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곧 복지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 복지란 바로 이런 절망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발언은 큰 공감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작업실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서 계속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말은 큰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꿈만을 품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 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바로 신해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기도 했습니다.

 

사회 복지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정작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는 백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들이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절실하다는 신해철의 발언은 영원히 남겨질 듯합니다.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중심을 잡고 쉽고 자연스럽게 그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신해철이었습니다. 따뜻한 말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고, 뼈처럼 존재하는 독설만 남겨져 독설가가 된 신해철.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던 듯합니다. 백수를 위한 그의 시각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신해철의 본심이 존재했으니 말입니다.

 

벌써 가서는 안 되는 이는 그렇게 우리 곁에서 훌쩍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그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그는 떠났지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는 했던 의료사고를 품고 남겨진 이들에게 그 과제를 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병원과의 의료분쟁은 신해철이 우리에게 남겨준 마지막 모습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사회에 일침을 놓던 신해철은 그렇게 마지막까지도 우리에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번 그의 억울한 죽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故 신해철을 통해 더 이상 억울한 의료사고 희생자가 생길 수 없도록 법적인 안전망이 마련되어야만 할 겁니다. 그리고 고인이 된 그 역시도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마지막까지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남긴 故 신해철. 참 아련하고 아프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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