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1. 10:19

시그널 갓혜수가 된 김혜수, 진짜 연기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갓혜수의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70분을 너무 짧게 느끼게 만들었던 '시그널'은 오늘 방송에서는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혜수의 연기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김혜수를 최고라고 부르는지 그녀는 묵묵하게 연기로 대답했습니다.

 

97년 죽음 직전에 풀려났던 차수현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구출 직전의 기억을 통해 빨리 범인을 잡고 싶었던 재한은 그녀를 압박했습니다. 힘겹게 기억을 더듬어가던 수현은 자신의 기억이 주변 형사들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정신이 없던 상황에서 나왔던 기억을 바탕으로 범인 찾기에 나섰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지점에서 시작한 조사가 제대로 될 수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그렇게 시작된 수사는 곧 막바지에 다다르게 되고 당시 반장이었던 김범주에 의해 수사는 종결되었습니다.

 

8년여가 지나 그 지독한 진실은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등산객에 의해 발견된 백골 사체가 바로 과거사건 속 희생자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검은 비닐봉지로 얼굴을 가린 채 목이 졸려 죽은 사체가 발견되자 해영은 사체가 더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 산에서 무려 아홉 구의 사체가 더 나왔습니다.  

 

범인은 갑자기 사라지거나 범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가 거주하는 홍원동 일대에서 꾸준하게 살인을 해왔고, 그 사체를 과거처럼 골목에 버리지 않고 산에 묻어왔습니다. 이 엄청난 사체들이 드러난 후 본격적인 수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진범은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97년 사건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수현은 자신의 봉인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최면 수사에 나섰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수현은 그만큼 범인을 잡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과거에 잡지 못한 범인. 그래서 다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그녀를 두렵게 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최면수사를 받아도 과거의 기억 이상을 끄집어내기 어려웠다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는 수현은 다시 최면 수사를 받겠다고 하지만 이미 몸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실패한 최면 수사보다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체를 중심으로 수사를 시작한 그들은 점점 진범을 향해가기 시작했습니다.  

 

홍원동 주변 복덕방을 찾아 혼자 사는 여자 중 갑자기 사라진 사람을 찾는 작업은 힘들기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영은 홍원동에 공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죽은 여성이 많은 수은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홍원동 공장들 중 수은을 사용한 곳을 찾아냅니다. 단 한 곳이 수은을 사용했고, 그곳에서 그녀의 증거를 찾아냅니다.

 

그녀가 남긴 물건들 중 일기는 모든 것을 밝혀주는 마법의 책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느 장소에서 그 살인마를 봐왔고, 그에게 빠져들었다는 것은 일기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영은 일기 뒷장에 적힌 구매 내역을 보며 확신합니다. 동네 슈퍼도 가지 않을 정도였던 피해자들이 물건 사기 위해 갈 수 있는 곳은 편의점이었습니다.

 

친해지지 않아도 물건을 구매하기 좋은 편의점은 모든 소통이 단절된 곳이었습니다. 그곳을 선택했던 피해자들은 그렇게 희생되어야만 했습니다. 홍원동의 편의점을 뒤지기 시작하는 해영은 한 곳에서 발걸음은 멈췄습니다. 자신이 프로파일링을 했던 것과 같이 정갈하게 정리된 상품들을 보며 그곳에 범인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해영은 범인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현도 과거의 기억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납치당했던 골목을 다시 찾는 용기를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모호했던 수현. 하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로등에서 잃었던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비닐봉지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빛은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도망쳐 나왔을 때 오른쪽에 있던 빛이 한 번 넘어진 후 왼쪽에 있었습니다. 그건 자신이 다시 도망쳤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졌던 마지막 조각은 수현이 다시 범인과 부딪치며 넘어진 기억이었습니다.

 

그렇게 넘어져 범인에게 목이 졸려 죽어가던 수현은 그녀를 찾기 위해 홍원동을 뒤지던 재한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되었습니다. 재한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며 수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건 후 두려워 경찰을 그만두려는 수현에게 경찰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재한의 모습은 듬직하고 멋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잡아야 한다"는 재한의 말은 현재의 수현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게 했습니다.  

 

수사에 혼선을 주었던 기억을 재정비하자, 자신이 구출된 그 장소가 바로 범인이 살던 집 앞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독한 공포속에서도 진범을 잡기 위해 그 집으로 들어서는 수현은 그래서 놀라웠습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독한 트라우마 속에 살아야 했던 그녀의 용기는 재한이 만들어준 것이었다. 


이번 주 '시그널'은 배우 김혜수가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손에 땀이 쥐어질 정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혜수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최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보여준 연기는 진짜 최면 치료를 받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범인의 집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혜수의 연기는 말 그대로 갓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김혜수를 좋아하는지 '시그널'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조진웅과 카리스마 넘치는 프로파일러 이제훈. 이들 삼각 편대의 연기 폭격은 말 그대로 시청자들을 초토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연기만이 아니라 잔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역을 완벽하게 보여준 특별출연한 이상엽의 연기도 대단했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단역들 역시 마치 연기의 신이라도 되는 듯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그널'은 걸작임이 분명합니다.

 

다음 주가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로 '시그널'은 역대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혜수가 보여준 연기의 정석과 조진웅과 이제훈의 각기 다른 남자 형사들의 매력 역시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합니다. 정교하게 짜여 진 이야기와 이를 더욱 완성도 높게 만들어주는 연출까지 '시그널'은 버릴게 없는 완벽한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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