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30. 09:23

로열 패밀리 조공 논란, 김현중에게 배워라

원작인 <인간의 증명>과는 또 다른 재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로열 패밀리>가 직격탄을 맞았네요. 시청자들에게 밤늦게까지 일하는 이들에게 간식 조공을 하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는 제작진의 글 하나가 논란의 대상이에요.

팬들의 사랑이 조공으로 바뀌는 순간 그건 종속이다




조공이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굴욕적이지요. 역사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사극만 몇 편 봐도 우리가 과거 중국에게 조공을 하며 살아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강한 누군가에게 살기 위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바치는 행위를 조공이라고 부르지요.

과거에도 팬들이 스타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선물들을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웠어요.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조공 문화는 아이돌이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본격화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청소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아이돌이 대중문화를 지배하면서 조공은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초창기 아이돌 스타들에게 수 천만원에 달하는 생일 선물들이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이야기되곤 하지요. 현재도 이런 고가의 조공은 더욱 심해졌다고도 해요. 10대에 국한되었던 팬들이 경제력을 갖춘 2, 30대 나아가 40대 이상까지도 확장되며 그 규모가 압도적으로 커지는 것도 자연스러웠으니 말이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하고 이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문제는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인 선물은 욕심이 과해 다른 일반인들에게 이질감을 주기도 해요. 이런 이질감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사랑하는 스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모든 스타들이 조공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과도한 조공 문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이들도 많으니 말이에요. 널리 알려진 일화로 김현중의 이야기는 조공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요. 넥타이 선물하려는 팬에게 아버지에게도 선물 하냐는 식으로, 자신에게 선물하기보다 가족에게 먼저 선물을 하라는 그의 모습은 조공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줘요.

간단한 성의를 담은 선물까지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팬들의 스타에 대한 과도한 사랑이 어느 순간 경쟁의 대상이 되고, 이런 경쟁은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지요. 조공 문화라는 것 자체가 인기가 많은 특정 스타에 국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는 같은 스타들 사이에서도 이질적으로 다가오며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해요.

일부에서는 누가 누구에는 어떤 조공을 했는데 우리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조공을 위한 강압적인 모금을 하고 이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조공을 하고, 인증을 해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몇 스타들이 주도적으로 조공 문화를 새로운 기부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에요.

특정 스타에게 쏟아지는 선물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기부로 돌리고 있다는 것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밖에는 없지요. 쌀을 받아 불우이웃을 돕는 다거나 재앙을 맞아 힘겨워 하는 이들에게 기부금을 모아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행위는 팬들과 스타, 그리고 기부를 받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선행이에요.

김현중은 자신의 생일에 일상적인 선물 공세를 거부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도록 독려하는 모습들은 귀감이 될 수밖에는 없어요. 올 해 그의 공식적인 첫 사인회를 그는 거부하고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팬들과 연탄을 나르는 일로 사인회를 대신한 이야기는 그와 팬, 그리고 조공 문화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하기만 했어요.

구태의연하고 패악에 가까운 이런 조공 문화가 드라마 촬영장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게 하네요. <로열 패밀리>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 온 조공을 강요하는 글 하나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어요.

"왜 야식 조공이 오지 않는지 궁금하다. 밤늦게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지 모른다는 팬들의 세심한 배려 때문일까? 열심히 일하는 현장에 '골라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한 간식'이 있다면 일하는 모두가 더 행복하고 힘이 나지 않을까"

노골적으로 드라마 팬들에게 야식을 보내라는 이 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에요. 스타에 대한 사랑이 변질되어 조공 문화가 되었고 이런 조공 문화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 시키며 논란이 되고 있는데 드라마 현장 스태프들에게까지 조공을 하라고 강요하는 이 글은 조공 문화가 왜 없어져야만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네요.

제작비에서 사용되어야 할 스태프들의 간식까지 챙겨줘야만 사랑이 넘치고 진정 드라마에 애정을 가진 시청자라고 규정하는 듯한 이 글은 만연한 '조공 문화'의 폐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에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게시판의 글은 사라지고 제작진에게 급하게 공지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엎질러진 물을 쓸어 담기에는 너무 늦은 듯하지요.

"해당 기사는 로열패밀리 제작진 혹은 관련 스태프들의 의견과는 전혀 상관없이 작성됐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사과드리며 앞으로 기사 내용에 더욱더 신경 쓰도록 노력하겠다"

재벌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에 서민들인 시청자들이 조공을 해야만 하냐는 불만을 보면서 우리 시대 일그러진 '조공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만 하는 구시대적 악습임이 명확해지네요. 조공 문화를 완전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조공 문화'의 대상이 되는 스타들이 받지 않으면 모든 것은 해결되는 것이지요.

그저 팬들의 사랑이라는 허울로 이를 과시하고 당연시하는 일부 스타들의 어설픈 허위의식이 사라져야 하고, 팬들 역시 조공이 아닌 스타와 함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기부와 선행을 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일임을 깨우쳐야만 할 거에요.

김현중을 비롯해 몇몇 스타들이 보여주고 있는 팬들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선행은 많은 스타들이 본받아야만 할 거에요. 팬들을 마치 종 부리듯 하는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서로를 존중하며 진솔한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이런 이질적인 문화는 더욱 큰 사회적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