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9. 10:07

개그의 신 정형돈, 음악중심에서 개그의 중심을 외치다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이 4주 편성된 무도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웃기는 존재는 역시 정형돈이었어요. 물오른 개그 감으로 명수옹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정형돈은 스스로 '개그의 신'이라 부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어요.

개그의 신 정형돈 무도 자기음악중심을 자기중심으로 만들었다




정형돈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무도는 음악과 예능의 절묘한 만남을 통해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아주었어요. 이적과 유재석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말하는 대로'는 명곡 탄생을 예감하게 했지요. 스무 살 시절 유재석의 심정을 담은 곡이지만 현재 우리의 고민도 닮아있는 이 곡은 큰 반항을 일으킬 것이 분명해보였어요.

음악으로 보자면 십센치와 하하, 바닷길, 철싸, 지지, 파리돼지앵, 스윗코소로우까지 그들이 보여준 음악적 감수성과 탁월한 음악성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어요. 김태호 피디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가요제'에 대해 무한 신뢰와 함께 기대감을 보여준 이유는 당연해 보였지요.

출연했던 가수들 역시 벌써부터 2년 후 가요제를 이야기할 정도로 무도의 매력에 빠져 있는 것만으로도 2주 후에 공개될 그들의 실체가 벌써부터 눈에 선할 정도네요. 음악방송이 아니기에 음악만을 이야기할 수 없는 무도에서 가장 선두에 서서 시청자를 웃긴 것은 역시 정형돈이었어요.

시작부터 빵빵 터트려준 정형돈으로 인해 자칫 음악중심으로만 남을 수 있었던 무도를 웃음도 빠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어요. 피아노 반주가 주가 되는 정재형의 음악은 기존 가수들에게도 버거운 존재에요. '늪'으로 이미 정형돈만의 음악 세계를 보여준 상황에서 정재형과 정형돈이 어떤 어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 는 시작과 함께 많은 이들이 가지는 궁금증이었어요.

이런 궁금증은 우려로 다가오기도 했지요. 탁월한 음악적 감수성을 보여주는 정재형과는 달리, 그 음악적 성취도를 따라갈 수 없는 형돈은 힘겨워하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도 자아도취의 표본이 되어가는 형돈은 재형의 피아노 반주에 즉석으로 노래를 하며 자신이 "개그의 신"이라 외치는 장면은 웃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마치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듯 육중함으로 정재형의 곡에 몰입하던 그는 즉석에서 가사를 붙이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힘도...돈도...미래도..."곡이 변하자 가사도 바뀌며 "난 이제 웃길 수 있어. 나는 이제 개그의 제왕. 날 지켜보고 있다. 내가 내가 내가 개그의 신...의하하하하"라고 이어가는 정형돈의 노래는 경악스러운 재미를 던져주었어요.

현대 음악 거장도 울고 갈 난해함을 보여준 정형돈과 정재형의 곡은 대단했어요. 이제는 자신과 평생가야 하는 사이라며 "베프"를 외치는 형돈에게 재형이 쏙 빠진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유재석과 이적이 노래를 만드는 곳에 찾아가 작곡 노트를 빼앗아 달아나던 재형이 유재석에 쫓기다 스카프에 노트가 걸리는 장면은 한 편의 만화를 연상하게 만들었어요.

신민아가 훅 간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사랑할 거 같다는 형돈의 마력은 정재형도 비슷했을 듯하지요. 말 안 듣는 귀여운 축복이는 오늘도 한건 해주었지요. 마음껏 뛰는 축복이를 보며 "오~옳지"라는 말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들은 이미 모두가 무도 인이었어요.

스스로 패셔니스타라 자부하는 형돈은 재형의 작업실에 찾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작은 구멍으로 포인트를 낸 티셔츠를 보고는 "형 이게 뭐에요. 주웠어요?"라고 말을 건네더니 "화요일 날 개화동와요. 우리 헌 옷 내놓는 날이니까. 이런 옷 400벌 씩 있어요"라는 말로 형돈 만의 패션 지적 질은 계속 이어졌어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탱고 음악을 하려는 형돈은 자신도 정식 작사가라며 뚱스 고칼로리로 지난 분기 29,800원이나 받은 인물이라며 음악적 견해를 내세우는 형돈은 음악에서도 당당했어요. 재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재석이 형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며 "유느님"이라 외치며 재석은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찬양하는 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어요.

'섬세한 마초'로 만들려는 정재형은 탱고를 돋보이게 만드는 투우사와 소로 분장해서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그들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시켜주었어요. 이런 상황에 정형돈에 달려들어 손가락을 깨물고 귀를 핥는 축복이로 인해 "먹는 것 아니야"를 외는 형돈. 그런 형돈에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면 멈추라는 신호라고 하지만 형돈이 손가락을 올리자 '핫도그'가 되어버리는 상황은 재미있었어요.

이적이 중간에 들어서자 잠자고 있었던 형돈의 분노는 폭발하고 말았지요. "나랑 안맞는 곡 써왔어"라며 흥분하며 흥분하는 형돈은 이미 통제 불능이 되어버렸어요. 1등 아니면 안 한다는 정재형의 말에 그럼 하지 맙시다라는 형돈의 말에 유체 이탈을 하는 재형은 그저 웃기만 하지요.

지지와 철싸, 바닷길이 레코딩까지 하며 자신감을 보여준 그들은 MT 가는 날 만남에서 빵빵 터지는 개그 감으로 모두를 웃겨주었어요. 모두가 행복한 상황에서 홀로 뾰루뚱한 형돈의 모습은 재미있었지요. 재형의 신발 버클과 형돈의 가방 버클의 녹슨 것이 닮아있는 그들은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올 듯하지요.

패션 리더를 자청하며 지디의 패션을 지적하던 그는 가르마 지적을 하다 재형 가르마는 뗐다 벗었다 하는 것이라며 모두를 경악하게 했어요. 하하가 형돈의 패션을 묻자 "퍼펙트"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축복이 패션이 제일 좋다는 말에 모두가 긍정적인 웃음을 던진 것은,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축복이 패션이 난해한 정재형과 정형돈의 패션보다는 좋다는 것이었죠. 

싸이와 겨땀과 음악깡패로서 지디를 몰아붙이고 박봄까지 자신의 음악에 참여시킨 박명수의 모습도 흥미로웠어요. 지디의 패션을 입고 민드래곤이 된 그의 모습은 개그맨으로 태어난 것이 다행일 정도였어요. 대박 재미를 보장하는 그들의 MT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