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3. 11:07

차칸남자 송중기 연기력 재발견, 그가 있어 드라마가 흥미로웠다

착해서 악해질 수밖에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차칸남자'의 첫 회는 강렬했네요. 한글 파괴로 비난을 한 몸에 받기는 했지만 왜 한글을 파괴하며 이런 제목으로 강렬함을 대신하려 했는지는 첫 회부터 드러났으니 말이지요. 연기 변신에 나선 등장인물들 중 가장 돋보인 것은 바로 착한 남자 송중기였습니다. 

 

송중기의 강렬한 변신, 흥미로웠다

 

 

 

 

 

아이큐가 150이 훌쩍 넘는 천재 강마루. 의대에 진학해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많은 이들에게 주목 받았던 마루가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되어 인생의 막장을 걷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한재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살인자가 되었던 마루는 믿었던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며 복수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구조나 내용은 특별하지는 않지요. 언제나 등장하는 재벌가와 가난하지만 영특한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고 이를 극복해 성공을 손에 쥐려는 순간 절망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익숙하지요. 그리고 그런 복수를 위해 뛰어든 남자의 슬픈 사랑 역시 특별할 것은 없었어요.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송중기의 연기 변신이 파격적이면서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인상에서 드러나듯 순하고 착하기만 한 모습으로 인해 그의 연기는 언제나 한정적이었지요.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가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렇게 구축된 연기가 곧 자신을 옥죄게 했다는 점에서 그의 새로운 도전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송중기와 함께 등장하는 문채원의 변신 역시 흥미로웠네요. 그녀 역시 기존의 드라마에서 조용하고 참한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져버렸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네요. 재벌가 딸로 하버드를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기존에 등장하던 재벌가 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재벌가 딸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거친 존재로 등장한 문채원의 모습은 기존의 그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네요. 도전적이고 강하기만 하던 그녀가 우연하게 자신의 생명을 구한 송중기와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는 설정은 자연스럽지만 이런 뻔한 관계의 시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이들의 이미지 변신이 가져온 성과일 것입니다.

 

너무나 착한 하지만 촉망받는 의대생 마루는 어느 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재희의 전화를 받습니다. 초콜릿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동생 초코가 아파 쓰러진 상황에서도 그의 선택은 재희였습니다. 착한 이 남자가 자신 앞에서 신음하며 가지 말라는 동생을 뿌리치고 찾아간 이유는 지독한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모텔에는 재희만이 아니라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한 남자가 존재해있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죽어 있는 이 남자와 자수하면 정상참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마루에게 재희는 절망하듯 이야기합니다. 더 이상 과거의 지옥 같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지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전도유망했던 의대생을 한 번에 살인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앵커가 되기 위해 힘든 과정을 모두 견디며 살아왔던 재희.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의사에 대한 꿈 정도는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마루는 오직 재희에 대한 사랑만이 존재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루의 사랑과 달리, 재희는 철저하게 그를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만 채운 존재였습니다.  

 

은기의 아버지인 서회장의 비리를 빼내기 위해 살인을 하고 그런 누명을 자신을 사랑하는 마루에게 떠넘기고 그가 찾은 것은 바로 서회장이었습니다. 철저하게 마루를 이용만한 그녀는 서회장의 부인이 되고 아들까지 낳으며 재벌가의 안주인으로 평탄한 삶을 살게 됩니다. 5년 형을 받아 감옥에서 모진 세월을 보내고 의사로서의 탄탄한 삶도 망가져야만 했던 마루와는 달리 말이지요.

 

자신의 탐욕을 위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재희와 너무나 착해 스스로 나락으로 빠져버린 차칸남자 마루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하게 재회를 하게 됩니다. 지병을 가지고 있던 은기가 마루의 어깨에 쓰러지고 그런 인연으로 만난 그들 사이에는 재희가 존재해 있었습니다.

 

살인을 한 재희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살인자가 되었던 마루. 그런 마루를 버리고 곧바로 재벌가 안주인이 되어버린 재희와 6년 만의 재회를 한 마루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은기를 구해낸 마루의 모습은 슬퍼 보이기만 했네요.  

얼핏 진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역시 송중기의 변신이 한 회 동안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착한 의대생 송중기의 모습은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그의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살인을 목격하고 스스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죄인이 되는 과정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어린 세종을 연기하던 모습을 연상하게 했네요.

 

감옥에서 나온 후 옴므파탈이 되어버린 이 거친 남자는 기존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상남자 송중기였어요.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인생마저 파탄이 나버린 이 남자의 아픔을 그대로 온 몸으로 표현하는 송중기의 모습은 압권일 수밖에는 없었네요. 복잡다단한 내면 연기를 소화하고 분노와 갈등을 극적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차칸남자 마루는 송중기의 연기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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