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1. 12:25

최고다 이순신 이름논란, 제목 변경보다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역사교육 정상화이다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데뷔한 주말 드라마인 '최고다 이순신'은 시작부터 높은 시청률로 KBS 주말 드라마 흥행 공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단한 성공을 이끈 '내딸 서영이'의 시작보다 높은 시청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최고다 이순신'은 의외의 복병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역사적 인물인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했다며, 주인공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습니다. 일본에 맞서 싸웠던 영웅을 이렇게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각시탈과 이순신 사이 지독한 애국심 논란에 휩싸인 윤성식 피디

 

 

 

시작과 함께 20%가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KBS 주말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흥행과 상관없이 아이유에 대한 비난을 위한 비난을 일삼는 무리들에 이어, 이번에는 이순신이라는 위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논란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주인공 이순신을 통해 그녀의 성장과 성공을 담은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물론 시작과 함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고 뻔한 공식이 등장하면서 아쉬움을 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이 결과적으로 이순신의 성장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 수준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2회에서는 이순신이 연예기획사 사장에게 사기를 당하고 오열을 하는 장면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뭘 해도 되는 것이 없는 업둥이 순신이가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는 지점까지 떨어지면서 그녀의 홀로서기가 본격으로 시작되었으니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순신의 아버지와 유명 여배우 송미령과 사이가 조금씩 드러나며 더욱 흥미로움을 전해주었습니다. 첫 주에 이미 보여줄 수 있는 식상함을 전면에 깔면서 시작했던 만큼 이제부터 '최고다 이순신'의 본심과 재미를 볼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글로벌 청년연합 디엔(DN)은 공식 성명을 내면서 공영방송이 성웅 이순신을 폄하하는 방송을 한다며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며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이후 향방이 흥미롭기만 합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전범국가 일본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해 매주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요집회를 하고 있다. 일본 우익은 프랑스 교과서까지 침투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KBS가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을 희화화할 경우 이순신은 젊은 세대에게 아이유로만 남을 것이고 한류열풍을 타고 드라마가 해외에서 방영될 경우엔 심각한 국가적 명예 훼손이 일어날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당연한 논리에 기반 한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친일파들이 대한민국의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비난은 당연합니다.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존재하지 않고 드라마에 대한 비난을 침소봉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기는 합니다.

 

일본 우익이 오랜 시간 역사를 왜곡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사이버 민간 외교 사절단인 반크에 대한 지원을 삭제하고 뉴라이트에 지원을 집중한 정권의 문제는 심각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애국심을 자극하는 디엔의 행동은 당연함과 씁쓸함이 교차합니다.

 

"이순신을 이런 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은 자기 도덕적, 인격적 존엄에 대한 자각 및 타인의 그것에 대한 승인, 존경, 칭찬이라는 명예를 침범한다. 우리 국민이 이순신을 통해 받는 국민적 존엄성이나 자각을 훼손할 권리가 KBS에 없다"

 

이순신을 재창조한다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순신이 이름만 이순신이지 성웅 이순신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반 이순신을 폄하하는 듯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순신을 폄하하고 인격적 존엄을 망각했기 때문에 나온 대사는 아닐 겁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이 이순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정권의 황당한 역사인식은 더욱 황당하기만 합니다. 시험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역사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과연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왜 이어지지 않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뉴라이트들에 의해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고, 권력자들에 의해 우리 역사가 홀대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 대한 질타는 나오지 않고, 드라마에 사용된 이름만으로 비난을 일삼는 것은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을 폄하할 이유는 없겠지만, 과도한 논란 만들기는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비난에 이어, 제작사가 일본 자본을 받아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의도적으로 이순신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에 드라마가 수출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 자본을 들여 일본 우익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역사 왜곡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과한 주장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음모론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드라마들이 일본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한류 열기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지고, 일본 방송사에서 수입을 위해 입도선매하듯 사전 계약을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매커니즘을 일본 우익의 돈을 받아 의도적으로 이순신을 폄하하기 위해 '최고다 이순신'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고도 보입니다.

 

방송의 힘이 중요하고 거대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처럼 성웅 이순신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기 위함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일본에 맞서 싸운 각시탈의 이야기를 담은 '각시탈'을 만들었던 윤성식 피디가 친일파들을 위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주어진 대본을 그저 생각 없이 찍는 인물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만, 애국심을 앞세운 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드라마를 만든 주인공이, 이제는 친일파로 몰리는 이 상황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가장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국사 교육이었습니다. 현재 학생들에게 국사는 공부할 필요가 없는 과목이 되어버렸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부터 국사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외치는 권력자들부터 바뀌어야 할 겁니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면 이런 논란은 해프닝이겠지만, 논란이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역사 교육이 전무한 사회이기 때문일 겁니다.

 

'각시탈'과 '최고다 이순신' 사이에서 극단적인 애국심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윤성식 피디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번 논란은 역사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 이 한심한 교육 환경에서 역사 교육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단순한 드라마 논란이 아니라 역사 교육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범국민적 투쟁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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