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8. 07:02

황금의 제국 종영 고수 모두를 섬뜩하게 한 완벽한 연기 연말 연기대상은 당연하다

박경수 작가의 신작인 '황금의 제국'은 큰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작인 '추적자'를 능가하는 탁월한 글 솜씨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현대사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엮어 완벽한 재미로 만든 '황금의 제국'은 많은 이들의 이야기처럼 역사에 남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로 기억될 듯합니다. 

 

'추적자'에서 박 작가와 함께 했던 손현주와 장신영, 류승수가 함께 하며 하나의 사단처럼 움직이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연기력이라는 부분에서 탁월함을 이미 증명한 손현주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황금의 제국'을 단단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장신영 역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지고지순한 모습을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판자촌에서 태어나 용이 되기를 꿈꾸었던 극 중 장태주는 뛰어난 능력을 동원해 재벌 성진그룹을 집어삼키기 직전까지 올라섭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그는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증오하던 그들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위기에 처하며 탐욕에 찌든 태주는 자신이 증오하고 경멸했던 성진그룹 사람들과 같은 미사일 발사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던 태주가 이제는 그런 죽음을 이끈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가 몰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아버지를 죽였던 민재와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죽게 만들면서도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마저 당황스럽게 할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국회의원을 살해하고 그 모든 죄를 태주를 사랑하는 설희가 모두 뒤집어쓰고 감옥으로 들어섭니다. 피 묻은 손으로 성진그룹의 후계자가 될 서윤과 결혼식을 거행하는 태주의 모습은 잔인함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인간의 욕심이란 이렇게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자기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태주는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폭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태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역시 설희였습니다. 여러 번 그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욕망에 사로잡힌 그를 막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런 태주를 막기 위해서 설희가 선택한 것은 바로 진실이었습니다.

 

 

국회의원 살인사건의 주범이 태주라고 밝히면서 탈선을 해서라도 그 미친 기관차를 멈추려는 설희의 노력은 완전히 탈선해 망가진 후에야 멈춰 설 수 있었습니다. 1차 진압을 통해 이미 사망자를 낸 태주는 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르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설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태주를 살인죄로 감옥에 넣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진그룹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태주를 바라보며 한없이 우는 설희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서럽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결코 멈출 것 같지 않던 태주는 민재의 한마디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주가 발뺌을 하고 모든 죄를 설희에게 뒤집어씌우면 된다는 주장에 태주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되지요. 몇 년 설희가 다시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에 태주는 선택을 합니다. 모든 것을 던지고 자신이 저지른 죄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이지요.

 

태주가 폭주를 하고 그렇게 성공을 해야만 성진그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민재는 그런 선택으로 몰락으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서윤에 의해 체포된 민재는 성진그룹을 떠나며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모두가 떠난 식탁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서윤의 모습은 잔인할 정도로 섬뜩했습니다. 그리고 회장실로 가는 도중 민재의 사무실과 태주의 방을 쳐다보며 거대한 회장실로 들어선 서윤은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독한 싸움을 통해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회한의 눈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에 출두하기 전 태주는 자신을 도와준 조필두와 나춘호에게 마지막 선물을 전하고 홀로 일어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윤과 통화를 한 태주는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방파제로 향하며 드라마는 끝이 나고 맙니다. 환하게 웃으며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태주는 그렇게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죽음으로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던 '황금의 제국'에서 홀로 웃을 수 있었던 태주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쉴 틈 없이 달려왔던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허망했던 질주였는지 깨달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이란 그런 죽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증오했던 태주가 그런 증오를 받는 존재로 전락한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무게의 죽음이었을 테니 말이지요. 인간의 지독한 탐욕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박근형과 손현주라는 연기의 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대단한 연기자들이 등장한 '황금의 제국'은 어쩌면 그들의 것이 되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고수였습니다. 물론 실제 주인공인 그가 주인공이라는 말은 어딘가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걸출한 연기의 신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고수가 과연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말도 가능했을 겁니다.

 

설희를 다시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민재에 맞서 분노하는 장면에서 보인 고수의 연기는 그동안 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소름 돋는 연기였습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고수는 그 대단한 손현주를 능가할 정도였습니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두렵게 만들 정도로 섬뜩했던 고수의 표정 연기는 드라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분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서윤의 손까지 버린 그가 거친 파도 앞에서 웃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모든 것에 해탈하고 자신의 죄를 스스로 씻기 위해 그 파도 속으로 들어서는 태주의 모습은 '황금의 제국'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황금의 제국'에서 가장 위대한 결과물은 바로 고수였습니다. 대단한 공력을 가진 연기자들이 모두 등장한 이 드라마는 탁월한 연기 대결이었습니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화려하게 빛났던 것은 바로 고수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고수는 그저 고비드라고 불리는 탁월한 외모를 가진 배우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장태주가 된 고수는 더 이상 고비드에 갇혀있지 않았습니다.

 

손현주마저 놀랄 정도로 탁월한 존재감을 보인 고수는 '황금의 제국'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추적자'를 통해 연기란 무엇인지 보여준 손현주 앞에서 그를 제압하는 연기의 힘을 보여준 고수는 진정한 강자였습니다. 단순히 뛰어난 외모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완벽하게 갖춘 유일무이한 존재로 거듭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연말 연기대상은 고수 외에는 존재할 수 없음을 그는 '황금의 제국'에서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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