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5. 09:01

응답하라 1994 윤진이 바로의 확인 키스 응칠이를 떠올리게 하는 신의 한 수

빙그레가 쓰레기가 아닌 진이를 선택하며 그의 이름이 김동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빙그레가 김동준이라는 이름을 찾으면서 나정이의 남편은 다시 한 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쓰레기와 칠봉이, 그리고 해태가 여전히 나정이의 남편으로 남겨진 상황에서 빙그레의 사랑은 이번 주 방송의 핵심이었습니다. 

 

성 정체성이 모호했던 빙그레는 그동안 쓰레기를 좋아했습니다. 의대에 입학해 MT를 떠난 날 선후배를 따지는 대학 문화에서 소외된 채 힘겨워하던 빙그레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쓰레기는 그에게는 단순한 선배 이상의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컸던 그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은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하는 장소였고, 이성 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몰랐던 그에게 쓰레기는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신촌 하숙으로 들어오고 나서 쓰레기에 대한 빙그레의 감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이성 친구들을 만나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도 빙그레는 일편단심 쓰레기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서울 상경한 첫 해 새해를 쓰레기와 함께 보낼 정도로 그에게 쓰레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빙그레가 쓰레기에게 이성적인 감정까지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쓰레기는 빙그레를 좋은 동생 그리고 후배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는 나정이와 연인이 되어 사귀고 있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던 빙그레는 복학 후 맞이한 MT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MT에서 벌어지는 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했던 빙그레는 흑장미로 나선 진이로 인해 그 아픔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습니다.

 

진이가 모든 선배들이 우려하는 전설의 다이다이라고 해도 빙그레에게 진이는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진아가 술만이 아니라 첫 키스를 술자리에서 가졌던 쓰레기가 전부였던 자신에게 볼 뽀뽀를 해주며 새로운 시작을 하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23살이나 된 빙그레가 키스한 기억이 술자리에서 벌칙으로 주어진 쓰레기의 영혼 없는 키스와 진이의 볼 뽀뽀가 전부였지만, 그만큼 그에게는 두 번의 상황이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떠나는 진이를 따라나서 배웅해주던 빙그레와 그런 그를 수줍게 바라보던 진이는 사랑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줍게 빙그레 삐삐에 만나기를 원하는 음성을 남기던 진이와 달리, 빙그레는 그런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쓰레기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과 진이가 건네는 사랑에 조금은 흔들렸던 자신의 마음 중 무엇이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진이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냅니다. 일방적인 약속이기는 하지만 여자가 힘들게 용기를 내서 정한 약속을 저버린 빙그레에게 진이는 다시 한 번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남겨진 목소리에 진심과 사랑에 대한 수줍은 고백이 가득했다는 점에서 빙그레는 용기를 내봅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자신을 동생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쓰레기에 대한 마음을 접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빙그레는 그를 보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갑니다.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빙그레는 반갑게 맞이해준 쓰레기에게 확실한 커밍아웃을 하게 됩니다.

 

별말 없이 식사만 하던 빙그레가 다음에 오면 맛있는 것 사준다는 쓰레기에게 더 이상 선배에게 밥 얻어먹지 않겠다고 합니다. 빙그레에게 쓰레기와의 식사는 중요했습니다. 자신이 처음으로 감정을 담아 쓰레기와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이니 말이지요. 쓰레기는 단순하게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것이었지만, 빙그레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속인 채 쓰레기와 데이트를 해왔던 중요한 수단이 바로 식사였습니다.

 

 

빙그레가 과감하게 더 이상 쓰레기와 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이성적으로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동안 형이라고 부르라는 쓰레기의 말까지 거부하며 '선배'라는 단어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오던 빙그레는 "형"이라는 말과 함께 다음부터는 술을 사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확실하게 마음을 정리한 빙그레에게 쓰레기는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존경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쓰레기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 빙그레는 그렇게 서울로 올라와 진이가 정한 약속 장소로 나갑니다. 스터디 모임에서 술자리를 함께 하며 진행된 진실게임에서 진이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스터디 모임에 후배인 빙그레를 초대한 것은 스터디가 아니라 사랑 때문이라는 것은 숨길 마음이 전혀 없는 진이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자신의 차례에 선배의 질문에 빙그레는 망설임 없이 진이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대답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안 받아주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 깊었던 진이는 빙그레의 확실한 대답으로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집까지 배웅해준 빙그레에게 수줍게 손을 먼저 내밀며 악수를 하자는 진이는 사랑이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진이를 보며 빙그레는 용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호했던 빙그레는 남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을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빙그레는 진이를 상대로 "확인"이라는 말과 함께 능동적인 자신의 첫 키스를 시도했습니다.

 

낯설음이 아닌 익숙함으로 다가온 그 키스는 결국 빙그레가 김동준이라는 이름을 얻게 해주었고, 진이가 부인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빙그레가 기다리던 이는 아내가 된 진이였고,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20대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고민하던 빙그레는 진이와의 사랑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현재의 행복까지도 얻게 되었습니다.

 

응칠의 후속편이면서도 앞선 시대를 그리고 있는 응사는 영특하게 둘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난 16회에서는 응칠 멤버들과 쓰레기의 만남으로 확실한 결합을 보이더니, 오늘 방송에서는 상황을 통해 그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빙그레가 진이를 향해 "확인"이라고 외치며 키스하는 장면은 응칠을 봤던 이들이라면 익숙한 장면이었습니다.

 

윤제가 학교 수돗가에서 시원이를 향해 했던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했으니 말이지요. 여기에 더해 양파의 '애송이 사랑'까지 배경음악으로 깔아 서로 닮은 두 키스를 연결하는 센스는 최강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당연하게도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신의 한 수였습니다. 왜 '응답하라 1994'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는 오늘 방송이 잘 보여주었습니다. 쓰레기의 가슴 떨리게 하는 프러포즈는 따로 이야기를 하겠지만, 빙그레가 동준이라는 이름을 얻고, 진이와 행복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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